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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Dec 03. 2020

아무때나 돈 벌기 쉽진 않더라
<뭐든 다 배달합니다>

[팔안굽 리뷰]2탄


“아! 아! 아르바이트 오늘은 어떤 일을 할까요”라는 문장을 읽는데 자연스럽게 뭔가 멜로디가 떠오르신다면, 그리고 아 그게 <유머 1번지>의 김정식 장두석.... 이런 뇌 속에 떠오르는 연쇄반응을 막을 수 없다면, 당신은 저와 같은 세대시군요. 즉 ‘뻬박 아재’라는 것이지요. 


‘아니야 아니야’ 애써 부정해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때 <유머 1번지>의 ‘동작 그만’,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의 여러 장면들. 그게 불과 한 세기 전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다는 사실을 떠 올려보니 뭔가 아득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르바이트라는 말 자체도 정말 옛말이 된 듯합니다. 아르바이트를 줄인 ‘알바’라는 말 자체가 일상어가 되었으니까요.      


메디치미디어 내부 관계자이자 메디치미디어의 한 때 저자인 ‘송이 집사’가 선보이는 팔이 안으로 굽는 리뷰 [팔안굽 리뷰] 2탄은 김하영 작가의 <뭐든 다 배달합니다>입니다. 지난 11월 26일에 발행된 진짜 따끈한 신간입니다.      


우선 이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 분들부터 간절히 불러보겠습니다!(애초 ‘호명하겠습니다’라고 썼다가 책 팔아야 하는 을의 입장에서 호명이란 단어가 너무 건방져 보인다는 자체 검열 작동)      


첫 번째로 국민들의 소중한 투표권으로 여의도에 가 계신 국회 환노위 의원님들 읽어주세요 (이분들은 특별히 글 말미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름 나오신 분들 중 한 분이라도 읽어주시겠죠. 이왕이면 구매해서 여기저기 선물로 주셔도 좋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여러분들도 읽으셔야 합니다. 또 중기부 관계자 여러분들 또한 읽으셔야 합니다. 여기에 배달의 민족 관계자 여러분. 필독하셔야 합니다.(책 많이 팔려서 독어판 나오면 좋겠네요! 독일계 글로벌 배달 서비스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 분들도 읽으셔야 하니까요. 어차피 동남아시아 한국 된다니까요!). 쿠팡맨과 쿠팡(이왕이면 옆 나라 손 회장님도!)관계자 분들도 읽으셔야 합니다. 카카오대리, 카카오맵. 여하간 카카오 관계자 분들도 꼭 읽으셔야 합니다.      


무엇보다 ‘아 그거 별로 어렵지 않다던데 아르바이트하는 셈 치고 나도 배민 커넥터나 돼볼까?’ 혹은 N 잡러 유행이라는데 뭘 해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들도 꼭 읽으세요. 특히 은퇴 후 댁에서 쉬시면서 소일 삼아 용돈 벌이나 해볼까? 하며 이런저런 배달원 모집 광고에 자연스럽게 손길이 가시는 저의 막내 삼촌 뻘 되시는 분들도 읽으셔야 합니다. 사실 플랫폼 노동에 관계된 가급적 많은 분들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설이 길었던 이유는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80년대 이후부터 한국 사회가 1차 2차 산업에서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부상하면서 생겨난 ‘아르바이트’라는 직종이라고 하기엔 애매하나 어쨌든 한국 고용시장에 큰 부분을 차지한 ‘노동’ 형태에 대한 일종의 생생한 체험담이자 르포기 때문입니다. 즉 그간 언론 등에서 단편적으로 다뤄졌던 이른바 ‘플랫폼 노동’ 시장에 대한 가장 따끈따근한 체험서이자 문제제기와 함께 ‘공론’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감히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실제 그런 책입니다~. (어차피 대놓고 책 자랑하고 책 팔려는 목적의 리뷰다 보니 글 자체가 얼굴 철판 뻔뻔이 콘셉입니다!)     


제목과 책 표지에서 보시다시피 <뭐든 다 배달합니다>는 쿠팡, 배민 카카오 등 플랫폼 노동을 기반으로 한 21세기 첨단기업(그러고 보니 쿠팡, 배민, 카카오 대리 등 모두 20세기에는 없던 회사들이었네요)이 만들어낸 지극히 아날로그틱한(인간과 인간 사이를 오프라인에서 연결하는 일이라서요) 배달과 대리운전 현장에서 저자가 겪은 경험담과 문제의식, 그리고 인공지능을 앞세운 향후 노동시장의 변화와 그에 따른 노동권의 약화 내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우려를 담은 책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책의 장점은 술술 잘 읽힌다는 점입니다. 저자의 과거가 저널리스트였기 때문입니다. 즉 십 년 이상 취재현장에서 글을 쓰던 경력이 있다 보니 문장이 어렵거나 현학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저자의 전공은 ‘사회학’이었습니다(아카데미 감독상을 배출한 그 학교 그 학과 출신이시더군요! 뭐라도 엮어서 책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대한 평가야 독자들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책장을 넘기는 데 머리가 아프거나 앞의 장을 다시 넘겨봐야 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저자가 직접 쿠팡 물류센터에서 짐을 날랐고 배민 커넥터가 되어 동네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음식을 배달했고 카카오 대리기사가 되어 일산과 홍대를 오가며 경험했던 내용들이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서술이 되어 있어서지요. 나름 등장인물들도 적지 않고 ‘2020년 현 한국사회의 플랫폼 노동시장의 단면’을 그려낸 풍속지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당대의 현실을 입체적으로 남기고 싶은 게 또 저널리스트들이 가진 속마음인데 그 속마음을 정작 본인이 속한 매체들에선 다 풀지 못하고 책을 써서 풀어내는 경우가 있는데요. 바로 저자의 책이 그런 느낌적 느낌을 주더군요(이건 제가 기자 출신이었기 때문에 뭔가 통하는 지점이 있다고 넘겨짚습니다) 어차피 막 홍보하는 리뷰니까 부풀리고 부풀려서 조지 오웰의 <카탈루니아 찬가> 비슷한 느낌이 있었습니다.(뻥치시네 하시는 분들은 읽어보시고 돌을 던져주세요!) 서울과 일산을 배경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자의 시선이 아니라 당사자의 입장에서 쓴 것인데요. 조지 오웰도 스페인 내전 때 거기 취재하러 간 게 아니라 직접 공화파 의용군으로 참전해서 그 경험을 담은 게 <카탈루니아 찬가>였으니까요.      


술술 잘 넘어가지만 그렇다고 각 챕터의 밀도가 낮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최신 통계와 사례들이 글 곳곳에 배치가 되었고 책 후면에는 그 통계와 사례들의 출처들이 나왔습니다. 이는 <뭐든 다 배달합니다>가 단순히 체험을 담은 에세이류의 책들과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표지와 글의 전개나 문체는 상당히 캐주얼 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굵직한 사회현안들이 책 아래로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눈치채실 수 있습니다.      


제가 우선순위 독자로 국회 환노위 의원분들(아니면 적어도 환노위 소속 의원실 직원분들)을 꼽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본인들께서 플랫폼 노동을 체험하기에는 어렵고 단편적인 기사 몇 편으로 알기도 어려우니 저널리스트 출신이 몸으로 쓴 체험서를 통해 뭔가 ‘플랫폼 노동’을 어떤 정책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기쁨까지 제가 대신해 드리긴 어려우니 자세한 내용들은 책을 읽고 파악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플랫폼 노동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운 21세기 최첨단 기업 관계자 여러분들도 이 책을 통해 어떤 면에서 내부 시스템을 고쳐야 하고 자신들의 영업이익 최전선에 계신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파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소일거리라고 만만히 생각하고 뛰어드려는 50대 60대 아재분들도 미리 읽어보시고 절대 ‘무리하지 말자’는 다짐이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일 하는 만큼 벌 수 있다’는 게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메리트 일수 있지만 그 일 하는 만큼 골병이 들 수도 있다는 걸 종종 놓치는 분들이 많다 보니까요. 제가 얼핏 뵈었던 저자는 꽤 건장한 체격에다가 수동기어의 SUV를 끌고 세계일주를 했던 경력에 자전거로 단련된 허벅지를 자랑하고 계신 데다가 네팔 트레킹까지 다녀오신 나름 ‘강단 있는 체력’의 소유자였음에도 플랫폼 노동의 육체적 노고가 만만치 않았다는 걸 책 곳곳에 남겨놓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달을 기반으로 한 업체를 창업하시려는 분들도 읽어보시면 큰 도움이 되실 듯합니다. 대부분 인력관리의 불화는 서로의 입장을 잘 모르는데서부터 비롯되더군요.


책값은 1만 4000원입니다. 사이즈는 콤팩트 하지만 페이지는 270페이지가 좀 넘습니다. 제가 상당히 속독하는 편인데 슬슬 읽히지만 마냥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감상과 팩트, 문제의식 등이 같이 버무려 있다 보니 전반적으로 쉬운데 막상 빨리 읽기는 어려운 난이도의 책입니다. 카카오 대리 체험담 이후 챕터는 ‘기자 시절’ 물이 들어가 있는 글들입니다. 살짝 진지해지는데(라고 완곡히 표현합니다. 팔안굽 리뷰니까요) 그 지점은 또 언론사 입사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플랫폼 노동’은 내년도 언론사의 입사의 주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책 곳곳에 있는 삽화는 저자 본인께서 직접 그리셨습니다. 삽화 솜씨가 예사롭지 않으십니다.       


글의 서두를 ‘라테 이즈 홀스’ 탁한 유머 1번지의 ‘아르바이트’라는 코너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한 이유는 저자와 제가 같은 시대에 태어난 아재들이다 보니 그랬습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알바로 용돈을 벌어야지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는데요. 저도 대딩시절 알바를 열댓 개 남짓 해본 듯합니다. 하지만 그땐 그게 알바였을 뿐 ‘직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 ‘플랫폼 노동’은 그 시절 알바와 다릅니다. 저자가 책을 관통해서 말하고 싶은 핵심 주제는 바로 ‘플랫폼 노동’ 역시 직업으로서 재평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재평가의 시작은 물론 ‘법’을 통해야만 가능한 것이고요.(그래서 제가 1 독자로 국회 환노위 분들을 거듭! 꼽았던 것이고요)       


쓰다 보니 짧지 않은 [팔안굽 리뷰]가 되었습니다. 원래 [팔안굽 리뷰]의 콘셉트는 고민하지 않고 최대 2시간 내에 후다닥 쓰는 것이라 더 쓰지 말아야겠습니다. 제 본업도 소중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국회 환노위 의원분들 명단 첨부합니다. 이 분들 중에 최소 한 분은 책을 읽으실 거라고 기대합니다! 일하는 국회의 토대는 책 읽는 국회입니다아~ 그리고 <뭐든 다 배달합니다>를 읽고 나면 도대체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자산을 늘려야 하나. 막연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묘하게 메디치미디어의 신간 <골든 크로스>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렇습니다. 이 리뷰의 목적은 한 권이라도 메디치미디어에서 나온 책을 팔자!입니다) 플랫폼 노동이라는 어찌 보면 노동시장의 변화는 결국 큰 차원에서의 경제변화와 맞물려 있는데요. 그런 변화 속에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가 궁금하시다면 <골든 크로스>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뭐든 다 배달합니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저자가 안나푸르나 트레킹 갔다가 만났던 농부 어르신과의 일화였는데요. 역시 답은 농사인가 싶었습니다! 진정한 워라벨은 농사! ‘딸기농사를 배워야 하나’라는 게 실은 <뭐든 다 배달합니다>를 읽은 저의 개인적 결론이었습니다.       


21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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