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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영 Dec 22. 2020

차라리 조선시대가 나았나?<문재인 이후의 교육>

[팔안굽 리뷰] 3탄

우리나라에서 사람들끼리 서로 내가 옳다며 밤새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야가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바로 부동산.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교육이라고 쓰고 입시라고 읽는 ‘대학교 입학시험’입니다.


대개 서로 견해를 이야기하다가 말싸움으로 번지고 그러다 또 서로 빈정상하고 "너랑 안 놀아" 하는 경우가 다반사긴 합니다만. 그 이유는 각자 경험치가 다르고 또 부동산과 교육의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내지 뭔가 손해봤다는 피해의식이 강한 분야기 때문인 듯 합니다. 사실 한국에서 부동산과 교육문제만큼 늘 논쟁적이고 뜨겁고 키배 많이 뜨는 섹터가 또 있나 싶긴 한데요.


부동산에 관련해서는 현재 각종 서점가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최경영 이광수 공저<골든크로스>를 읽어보시면 어디 가서 또 한 말빨 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득템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그러니 꼼꼼히 채굴하듯 읽으셔야 함돠) 그리고 이번에 메디치미디어에서 교육분야에 대해서도 한 말빨 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들을 담뿍 담은 책을 냈으니 1타 강사로 명성을 떨치셨던 이범 교육평론가의 화제작 <문재인 이후의 교육>입니다. 


물론 화제가 아직 막막 불붙진 않았지만요. 아마도 불붙을 듯 합니다. 조만간 수능 결과가 나오면요. 또 교육 관련 이슈들이 터져나오겠죠. 그러다 결국 입시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개혁해야 한다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 이어질듯 합니다. 인싸들은 원래 뭐 뜨기전에 미리 선점해서 사람들이 막막 그거그거 할 때 시크하게 아는 척하는 거죠. 그러니 팔안굽 리뷰를 보시고 미리 읽어놓으시면...이라고 쓰긴 하지만 사실 <문재인 이후의 교육>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왜냐구요? 내용이 그만큼 풍부하고 밀도가 높기 때문이지요. 해서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 리뷰라고 해도 일반 독자분들에게는 마냥 권하기 어려운 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듯이 교육문제 나올 때마다 뭔가 한 마디라도 해보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정말 교육문제의 해법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궁금하신 분들. 무엇보다 학교에 계신 분들과 교육학도 내지 관련 업계 분들은 읽어보시면 꽤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동안 한국의 입시를 정점으로 한 교육시스템이 어떻게 흘러내려왔는지를 일목요연하고 주장 반박 식으로 펼쳐낸 책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분들도 읽어보시면 좋겠지만 사실 저는 학부모님들은 이런 책보단 우리 아이 인성 좋게 하는 법. 우리 아이와 정서적 유대감 높이는 법 이런 책들을 더 권하고 싶긴 합니다(아 점점 팔안굽 리뷰 본래의 의도와 멀어지고 있군요)


거칠게 요약하자면 <문재인 이후의 교육>은 현재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 가운데 ‘입시’만 팬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 교육에서 입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보니 결국 입시란 무엇인가?의 관점으로 멀리 조선시대부터 시작해 서구 선진국과 일본 사례 등 온갖 입시와 관련된 정보와 논쟁과 맥락들이 서로 그 안에서 정반합을 이루며 각 사안마다 팽팽하게 이론과 이론들이 겨루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종과 수시, 수능의 변별력 문제, 입학사정관 제도의 허와실, 혁신학교, 진보교육감과 정책, 사교육과 공교육, 문과, 이과, 상대평가 절대평가 등등등 책 띠지에 적힌대로 ‘스타강사 출신 교육평론가가 철저하게 해부한 입시제도, 대학서열화, 고교평준화, 코로나시대 교육문제’까지 다루는데요 그게 그냥 나열식이 아니라 각 챕터마다 어떤 지점이 논쟁이었고 어떻게 수렴이 됐고 어떻게 정책이 되었다가 어떻게 망가지거나 무너지거나 했는지가 주욱주욱 펼쳐집니다. 


그렇다보니 이 책은 교육문제에 대해 논하기 위한 일종의 거대한 참고서 교육문제의 정석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자세한 디테일들은 직접 읽어보시면서 판단을 하셔야겠지만 적어도 입시 현장에서 당사자인 교사들과 강사, 학부모들에게는 교육문제의 회로도를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요?


그리고 국립대통폐합 같은 논쟁적인 주제들과 이를 여러 근거를 통해 반론하는 이범 필자의 필력이 장점을 발휘합니다. 1타 강사 명성이란게 이래서 생겼나보다 싶었습니다.  즉 읽는 재미가 일단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다고 책장을 편히 넘기기는 좀 어렵긴 합니다. 이범 필자가 뭔가 내 머릿속 교육문제 다 털고 간다. 이런 비장함 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탈탈탈 털어서 텍스트를 채웠으니까요.


사실 원래 원고는 책으로 나온 것보다 더 많았다는 게 담당 편집자님의 전언이었습니다. 표도 덜어내고 분량도 덜어냈는데도 360페이지가 넘었죠.


제 입장에서는 교육문제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는데요. 일단 제 혈육들은 모두 의무교육을 마쳤고 자녀도 없다 보니 당장 제 문제도 아니고 또 교육에서 입시란 그냥 자기 팔자대로 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사회 나와보니 명문대생이나 아닌 사람이나 사는 거 운칠기삼이고 학벌 아무리 좋아도 불행할 사람은 불행하고 학벌과 무관하게 행복할 사람은 행복하게 사는 거 같아서요.


이는 제가 입시 과정에서 수능으로 대입이 바뀌면서 오직 독서력으로 이를 극복(?)했기 때문인것도 같습니다. 약간 옆길로 새자면 저는 교육이 해야 할 일은 학생들에게 도서관(야자 하는 곳이 아니라)과 최대한 친하게 만들어서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요(이과 취향 친구들에게는 실습이나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야 겠죠. 예체능 취향은 그걸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악기들이나 기구들을 제공해야 할테구요)


여튼 제가 <문재인 이후의 교육>을 읽고 내린 결론은 교육현장에 계신 분들은 이 책을 읽으신 분들과 안 읽으신 분들 사이 뭔가 논쟁의 장에서 편차가 날 거란 것이었습니다. 즉 교육과 관련해 누군가 앞에서 말을 해야 할 분들이라면 책을 꽤 많이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저자께서 한마디로 북치고 장구치고 하시는 서술이라 이쪽 저쪽 양쪽의 입장과 이론 맥락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즉 교육문제를 조감할 수 있는 (새의 눈으로 본다는 조감도 아시죠? 전지적시점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 걸음 떨어져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관점) 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여담으로 책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한국의 대학진학열기가 모택동의 토지개혁의 나비효과(?)라는 주장이 재미있었습니다.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 어떤 의미였는지 새삼 다가왔기 때문이구요. 또 한 가지는 우리나라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문제들이었습니다.


서양의 논술형 시험 주제를 소개한 다음 조선시대 과거시험 문제들도 몇 개 소개를 했는데요. 조선의 힘이란게 또 여기서 나오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기승전조선인데. 사실 입시란게 결국 유교적 전통의 변용이 아닌가 싶어 의식의 흐름이 이렇게 끝맺음하라고 제 손가락을 움직였나 봅니다.


-하늘의 변화는 어떠한 이치에 따르는가 (명종)

-노비 또한 하늘이 내린 백성인데 그처럼 대대로 천한 일을 해서야 되겠는가(세종)

-공납을 장차 토산품 대신 쌀로 바꿔 내도록 하자는 의견에 대하여 논하라(광해군)


그리고 이범 필자는 이렇게 부연합니다.


“이런 문항들을 보고 있으면 조선이 왜 500년이나 유지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교육 전통을 일제강점기에 잃어버렸다. 당시 조선인들이 자신의 생각 자신의 논리를 훈련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교육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연히 교육은 정답 찾기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다. 게다가 해방 후 미군정기에 객관식 시험이 소개되면서 평가방식이 더욱 협소해졌다.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입시를 살펴보면 객관식이거나, 서술형이라할지라도 대체로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문항들이 주류다. 이것은 아시아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식민지 또는 권위주의적 통치를 경험했다는 점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이후의 교육> 107~1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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