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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란가 Nov 27. 2023

차 조심하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릴 적 뒤통수로 가장 많이 들었을 말입니다.

“차 조심해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학교 간다고 나서면, 엄마가 습관처럼 내리던 훈시였습니다.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이 말들을 히트가요 노랫말처럼 여전히 되뇌는 것을 보면, 엄마도 어지간히 많이 하신 모양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니, 같은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학교 가는 길과 학교 생활은 아빠가 관찰할 수가 없습니다. 등굣길 온갖 위험에서 몸을 던져 보호할 수 없고, 억울하게 선생님께 혼나는 일이 생겨도 애써 변호해 줄 수 없습니다. 친구들과 다툼이 생겨 행여 몸과 마음에 상처 날까 걱정입니다. 눈앞에 없으면, 그저 쉽게 깨지는 접시 마냥 걱정만 하게 됩니다.


부모가 되니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식상한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E와 K도 어릴 적 아빠처럼 귓등으로도 듣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엄마’가 수십 년 전에 했단 말을 오늘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하루도 어제처럼 안전하고, 사랑받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기도입니다.


요즘도 나의 엄마는 전화 끊으며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기도를 합니다.

“차 조심하고, 윗분들 말씀 잘 듣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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