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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Dec 30. 2020

제휴의 본질과 매력

비즈니스 제휴에 관하여 #1

직장인 5년차. 그간 마케팅에서 기획으로 직무 이동이 있었지만 ‘제휴’라는 키워드는 늘 함께였다. 어필리에잇(Affiliate) 마케팅, 해외 파트너 관리, 그리고 현재 담당하고 있는 제휴 기획까지 회사 외부에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는 일을 많이 맡아했다.  


업으로서의 ‘제휴’에 대해 그간 배우고 느낀 것들을 글로 정리해봐야 겠다는 시도는 사실 작년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그리고 나중에 경험이 더 많아진 내가 봤을때 부끄러운 글이 되지 않을까?”란 걱정에 투박한 메모로만 남겨 두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그 메모들을 꺼내보니 오히려 과거의 나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그새 짬(?)이 차가면서 잊혀지고 있는 기본기도 있었다. 완성된 글로 남겨야겠다는 욕심이 슬며시 차올라, 제휴 일을 하면서 느낀 업의 본질과 매력, 그리고 내가 일 할 때의 원칙 등 핵심적인 것들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제휴의 본질 - 삼각관계와 레버리지(Leverage)


제휴는 기본적으로 삼각관계에서 시작한다. 회사와 회사, 그리고 고객(혹은 시장). 이 셋 사이의 이해관계의 흐름이 있다면 어디든지 제휴라는 단어는 붙일 수 있다. (마케팅제휴, 영업제휴, 서비스제휴, 기술제휴  등등)


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일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B2B2C 구조이고 나는 B2B 파트 고객 중심의 기획, 제휴를 담당하고 있다. 우리 고객은 흔히 SMB(Small & Medium Business)라 통칭하는 작은 기업들이 많은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신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얼리어답터로부터 주목을 받고,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며, 생산과 R&D 등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다.


이 고객들이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위해서는 제조/생산, 물류/배송등 여러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유통확장, 후속투자 유치, 해외진출 등 다음 스테이지로 나가고자 하는 열망도 있다. 우리 회사가 고객의 이런 필요와 열망을 모두 만족시켜주면 좋겠지만, ‘지금 밟고 있는 땅’인 핵심 서비스를 단단히 하는 것부터가 먼저다.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미개척지를 탐험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외부 전문가를 채용하여 새로운 팀을 꾸리거나, 다른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거나, 아니면 이미 잘하고 있는 회사와 손 잡는 것. 첫번째, 두번째 방법은 비용도 많이 들고 리스크도 크다. 세번째는 가장 소극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으나, 자원 분산을 최소화하면서 비즈니스 저변의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


그래서 제조/생산, 물류/배송, 캐릭터IP 등 이종산업의 파트너와 손을 잡았고, 우리 회사와 고객, 파트너라는 삼각관계를 구축하여 상생하고 있다.


제휴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본질은 레버리지(Leverage)다. 레버리지는 다양한 개념으로 쓰이는데(특히 투자 기법으로), 롭 무어가 쓴 <레버리지>라는 책에서는 “최소한의 노력과 시간으로 자본을 증식하는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에서는 무엇을 계속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파악하여, 잘하지 못하는 것들은 레버리지 할 수 있는 팀과 함께 일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결국 생산성에 관한 이야기다. 


즉, 직접 제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하고 있는 파트너에게 그들이 원하는 고객 파이프라인이라는 가치를 제공하고 제조/생산 인프라를 레버리지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파트너들도 그들이 잘하는 제조/생산이라는 본업에 집중하고 고객 파이프라인은 우리 회사로부터 레버리지 할 수 있다.


삼각관계의 이해가 명확히 들어 맞는 것, 자원을 공유하거나 가치를 교환하여 시너지가 나는 것(=레버리지). 이 것이 내가 생각한 비즈니스 제휴의 본질이다.



제휴의 매력 - 확장성


제휴가 비즈니스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은 곧 그 일을 하는 사람 또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직무라는 걸 의미한다. 내가 생각한, 제휴 담당자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아래와 같다.


1.관점의 확장: 모든 것에 리더의 관점을 투영한다.

제휴는 회사 대 회사의 관계가 맺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를 대변하는 외교관이라는 생각으로 일한다. 제휴사의 C레벨을 만나고 내부적으로도 리더와 긴밀하게 논의할 기회가 많았는데, 이 과정에서 리더들은 어떤 것들을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커뮤니케이션 하나가 얼마나 상황을 바꿀 수 있는지(그리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까지도) 체화할 수 있었다. 또한 제휴는 중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판을 까는 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부서의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회사 전체의 방향성과 리더의 관점에 대해서 계속해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   


2. 정보의 확장: 다양한 산업군, 비즈니스 모델의 작동원리를 이해한다.

이종산업에 있는 파트너와 일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서비스를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휴를 하면서 제조/생산, 물류/배송, 캐릭터IP 등 그간 전혀 몰랐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었던 분야에 대한 얉지만 넓은 상식을 갖게 되었다. 업황은 어떤지, 서비스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며, 새로운 먹거리는 무엇인지. 물론 이러한 정보를 직접 써먹을 데는 없지만, 내 통찰력을 한 뼘 더 자라게 해주는 귀한 양분이 된다. 특히 나처럼 외부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없이 신나는 일이다.


3. 경험의 확장: 내가 익숙한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깨우친다.

사람마다 특히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 부터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사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아무튼 제휴는 이러한 갈망을 좋은 방향으로 해소할 수 있는 직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매일 배우지만,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전혀 다른 회사의 담당자들과 호흡을 맞춰가며 배우는 것들은 또 새롭다. 우리 회사에서는 암묵지로서 저절로 되던 것들이 외부와 협업할 때는 아닌 경우가 많다. 내가 익숙한 방법이 곧 정답은 아니란 걸 깨우친다. 동시에 “이런건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지” 혹은 “나는 절대 저러지 말아야겠다 ”라는 귀한 교훈을 얻기도 한다.  


4. 성과의 확장: 새로운 영토에 깃발을 꽂는다.

애초에 제휴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제휴를 안 한다. 굳이 할 필요가 없으니까. 위에도 말했듯이 우리가 잘못하는 것은, 시간과 돈을 들여 직접 하기보단 잘하는 곳과 연합하는 것이 지혜일 때가 있다. 그렇게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을 때, 하던 것을 조금 더 잘하게 되었을 때 보다 임팩트가 더 크기 마련이다.



원래 제휴를 하는 원칙과 실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해보려 했는데, 생각보다 글이 길어진다. 이 쯤 마무리하고 다음 글에서 이어나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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