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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 Feb 07. 2021

효과적인 제휴를 위한 7가지 질문

비즈니스 제휴에 관하여 #2

“저희는 XX회사 입니다. 귀사와 협업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 목표인 OO를 위해 어떤 제휴를 해 보면 좋을까요?”

“ㅁㅁ회사와 컨택이 되었는데  같이 해볼 만한 것은 없을지 검토해주세요”


제휴 담당자로 일하면서 이러한 질문, 요청을 수없이 받아왔다.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다른 회사가 가진 자원까지 활용하여 새로운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신나는 일이다. (관련글: 비즈니스 제휴에 관하여 #1 - 제휴의 본질과 매력)


내가 최종 의사결정자는 아니지만, gatekeeper로서 논의가 필요한 파트너들을 결정하고 어떤 구조로 협업을 할지 방향성을 잡으며 실행까지 옮기는 데 필요한 모든 일들을 하고 있다. 제휴는 일단 추진하기로 결정이 되면 회사의 곳곳의 자원이 동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크게 2가지의 기본 프레임을 가지고 대략적인 제휴 모델을 짜 본다.

(실무적으로 자주 쓰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일 뿐이며, 물론 이 외에도 무수한 제휴 모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휴모델을 짜는 기본 프레임 2가지

첫째, 우리 회사-제휴사-고객 이라는 세 꼭지점 을 두고, 각 꼭지점이 처한 환경과 니즈는 무엇인지, 그리고 꼭지점 간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림을 그려 본다.

둘째,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것, 제휴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병렬로 두고, 각각이 지닌 자원을 결합했을 때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도출한다.


제휴 모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혹은 이미 제안받은 모델을 검토하는데 있어 스스로 여러 질문을 던져본다. 그 질문을 크게 7가지로 추려 봤다.


1. 전사 방향성과 정렬(align) 되는가?


OKR을 도입한 조직이라면, Align이란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지금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 제안받은 혹은 내가 제안하고자 하는 제휴 건이 이 방향을 리드 or 백업할 수 있는 건인지가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다.  


만약 전사 방향성과 다소 동떨어진 일을, 내 개인적인 직관에 의해서 일을 추진한다면(물론 내부 결재를 통과하기 힘들겠지만…) 일은 일대로 하고 인정은 커녕 내부 지원을 받기 힘든 사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정해놓은 바운더리 내에서만 하라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새롭고 신선한 일을 시도할 때는, 전사 방향성과의 연결고리를 튼튼히 만들어야지 일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지지기반이 형성된다는 말이다.



2. 우리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인가?


제휴를 회사 대 회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제휴는 회사와 회사, 그리고 고객이라는 삼각관계다. 그리고 이 삼각관계의 가장 핵심 축은 고객이다.  제휴의 결과로 세팅되는 혜택이 우리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알아야 한다. 고객 접점 일선에 있는 유관 부서에 물어 본다던지,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던지, 방법은 다양한다.


부끄럽지만 나도 고객을 간과한 제휴를 한 적도 있다. 이건 가장 지양해야 해야하는 건데 “일단 하는데 의의를 두는 것”이다. 일단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고객 니즈에 대해서는 넘겨짚고 싶은 달콤하고 위험한 유혹이 생긴다. 실무자가 고객에 대해서 이해하는 것이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 고객에 대한 이해를 게을리한 것을 합리화 할 수 없도록, 고객에 대해서 충분히 탐구할 수 있도록 자원과 시간을 확보해주는 것은 조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학교 때 좋아하는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 중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는 것이 있다.

“콩을 넣지않고 맷돌을 돌리면 돌가루만 떨어진다”

이건 제휴 뿐 아니라 모든 일에 해당되는 말인 것 같다. 콩 없이 맷돌을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3. 핵심 서비스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


2번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제휴로 영어 회화 서비스 할인을 제공한다고 해 보자. 원하는 고객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연관성이 떨어진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어 회화 서비스를 고객이 이용함으로써 얻는 결과가, 우리 핵심 서비스를 더 잘 이용하는데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


기획자의 시선에서 연관성이 있는 제휴를 세팅했더라도, 고객에게 연관성을 인지시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름을 통해 우리 서비스와 어떻게 연관지어 이용할 수 있는지 바로 인지 시킬 수 있다. 그리고  ‘제휴사가 제공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제휴를 통해 제공하는 혜택이다”라는 점을 전달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자인 플랫폼과 제휴하여 우리 서비스의 상세페이지 디자인에 맞는 템플릿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타이틀을 “셀프 스토리 디자인”으로 지었는데, 우리 서비스 용어인  ‘스토리’를 사용해서 연관성을 부여한 것이다. 그 외에도 ‘와-딜리버리(물류, 배송 제휴)’, ‘패션 메이커랩(패션 제조생산 제휴)’ 등 우리 브랜드의 시그니처를 꼭 제휴명에 넣고 있다.


정리하자면 혜택 자체가 우리 서비스와 연관성이 있을 것, 그리고 새로운 이름을 붙여 우리의 핵심 서비스와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4. 내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외부와의 협업할 때는 직접 진행하는 것보다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가 적어서 추가적인 운영 리소스와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런 요소들을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제휴사와 상호 협의 하에 한 달 정도 테스트 운영을 하였으나, 제휴없이 직접 운영하는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온적이 있다.


덧붙여 우리가 그 분야에 직접 진출하게 될 가능성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1번에서 말한 회사의 방향성을 미리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제휴를 맺은지 얼마 안되어 우리가 직접 그 사업에 진출하게 되면, 제휴사나 우리 회사나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5. 투자해야하는 자원, 그리고 기회비용은?


제휴는 되도록 서로 지나치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투자해야 하는 자원, 그리고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제휴를 추진하게 되면 우리 팀을 포함하여 사업, 디자인, 서비스기획, 개발, 마케팅 등 여러 부서의 리소스가 투입된다. 그 말은 동일한 리소스를 활용하여 추진할 수 있는 다른 일들을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동종업계의 다른 회사와의 제휴가 제한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물론 레퍼런스로 하여 더 쉬워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제휴 체결 전 시장 내 잠재 제휴사들의 포지션도 확인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단 MOU를 체결하는 것보다도 우선은 파일럿으로 프로모션을 해보고 MOU를 맺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6. 단, 장기적인 기대효과와 이를 측정하기 위한 주요지표는?

 

5번에 이어 6번 또한 제휴 뿐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 검토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다만 제휴에서 약간 다른 점은 우리 회사 뿐 아니라 제휴사에서 기대하는 효과와 주요 지표 또한 함께 챙겨야 한다는 것. 상호 간 기대효과와 이를 내부적으로 모니터링 하기 위해서 어디까지 DB 공유가 가능할 지 미리 협의해 두어야 한다.


7. 대외적인 의미 - 제휴 사실이 알려졌을 때, 외부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대의와 실리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휴는 ‘외교’의 그 것과 비슷하다. 여기서 대의는 두 회사의 만남이 어떤 사회적인 의미가 있는지를 말한다. 그리고 PR을 통해 우리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주주와 고객들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또 기사를 보고 여러 다른 회사에서 제휴를 제안 오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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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와디즈 MOU…"스타트업 성장 지원" (링크)  

홍보대외협력팀의 탁월한 동료 분들이 열일해주시는 덕분에 거의 모든 제휴에 대해 기사화 하고 있다. 홍보대외협력팀 감사합니다. 단순히 기사가 한 개 더 나가는 관점이 아니라  제휴가 어떤 상징성을 가지고 대외적으로 포지셔닝   있을지,  표면적인 제휴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결과물이 동반될  있는지도 함께 짚어봐야 되겠다.



효과적인 제휴를 위한 7가지 질문을 정리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1. 전사 방향성과 정렬(align) 되는가?

2. 우리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인가?

3. 핵심 서비스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는가?

4. 내부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닐까?

5. 투자해야하는 자원, 그리고 기회비용은?

6. 단, 장기적인 기대효과와 이를 측정하기 위한 주요지표는?

7. 대외적인 의미 - 제휴 사실이 알려졌을 때, 외부에서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저와 함께 일할 와디즈 제휴 담당자를 채용 중에 있습니다. (신입, 경력)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job2.wadiz.kr/recruit/info2/4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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