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해피 Aug 09. 2022

마케터가 말하는 마케팅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방법



마케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도구를 다루는 스킬을 이야기한다면 달라지겠지만, 마케팅이 판매를 촉진시키는 활동이라는 대전제 아래에서는 누구나 마케팅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 혹은 그녀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 마케팅은 내재된 재능이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은 상품기획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5년 동안 경력을 쌓은 내가 밥 먹듯이 하는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을 적어보려 한다.





마케터는 언제 어디서나 일상을 관찰하고 발견한다.
그러므로 누구나 마케팅적 사고방식을 탑재할 수 있다.





나는 가게에 들르면 직원과 인테리어, 디자인, 가격, 메뉴 구성, 식기, 주방 등 여러 가지를 관찰한다. 사장님이 어떻게 계산을 하시는지, 나갈 때는 들어올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까지 다 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일부러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는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마케팅은 어느 포인트에서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떤 콘셉트를 갖고 있으며, 어떤 점이 차별화되는지를 항상 발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가게 세 곳을 들리며 내가 했던 생각들을 나열하며 누구나 마케팅적 사고방식을 탑재할 수 있다는 걸 말하려 한다.





1. 가게에 들르면 직원을 관찰한다. 모든 것에는 사람이 먼저다. 직원을 보면 회사가 보이듯이 사람을 보면 가게가 보인다.







- 인테리어가 특이하면 인테리어를, 직원이 유니폼을 입었다면 어떤 유니폼을 입었는지 살펴본다. 오늘 간 선운 산장은 우이동 계곡 주변에 위치한 곳으로 계곡이 인테리어인 듯 아닌 듯 인테리어였고, 살펴볼 게 직원들밖에 없어서 직원들을 관찰했다.




- 가게에서 직원은 마케팅 대표이다.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말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가게에 매기는 가치가 달라진다.




- 오늘 간 선운 산장은 우이동 계곡 근처에서 닭볶음탕, 산채비빔밥, 닭백숙 등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이건 사실 갈 만한 요소는 되지만 재방문할 만큼 특별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 주변에 경쟁자가 많고 그런 콘셉트의 가게는 즐비하다.)




- 돌계단이 이어지는 입구로 내려가니 땀을 뻘뻘 흘리는 뽀얀 피부의 앳된 아르바이트 청년이 안내해준다.




- 아르바이트생들은 더운 여름날, 에어컨도 없는 야외에서 돌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고객의 주문을 신속하지만 정성스럽게 받는다. 돌계단 + 땀을 뻘뻘 흘리며 성실히 일하는 직원들 그 자체만으로 이 가게는 가게만의 스토리를 갖게 된다.




- 아르바이트 + 직원들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성실히 일한다 생각했다. 그 포인트들은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려면 돌계단을 오르내리고 판상에서 신발을 벗고 신고 반복해야 하는데 그 자체를 성실히 했기 때문이다. 짜증 내거나 귀찮아하거나 불편해하는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일했다. 그 모습 자체가 이 가게의 스토리가 됐다.




- 나갈 때 보니 아르바이트생들이 입고 있던 검은색 옷은 유니폼이었다. 유니폼 왼쪽 상단 가슴팍에 “선운 산장 since 1957”이라고 적혀있다. 작은 요소이지만 디테일이 결과에서 차이를 낸다고 다시 느꼈다. 유니폼은 소속감과 결속력을 주고 그 가게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Since 1957이 정확히 각인됐다.







- 물론 본질 = 음식이 맛있다. 된장찌개가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전날 과음해서 해장하는 줄 알았다. 깊고 얼큰한 맛에 해장할 필요도 없는 속이 풀렸다. 음식점에서 맛은 본질이다. 본질이 어긋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 직원은 서빙하는 와중에 돌아와 나갈 때도 센스 있게 = 눈치 있게 계산대로 안내한다. = 고객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의도적으로 하는 기간 할인 등이 아닌 경우])




- 발레파킹하시던 기사님께서 상을 치우시는 걸 봤다. 발레파킹과 밥상이 있는 곳은 돌계단을 2층이나 오르락내리락해야 하는데 진심으로 일한다고 생각했다. 발레파킹과 서빙을 같이 계약했을 수도 있지만 보통 그런 경우가 없기 때문에 색다르게 느껴졌다. 사장님일지도(?)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도 내 일처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했다.




- 계산하면서 화장실 위치를 안내받았고, 출구로 나가서 “화장실이 어디 있지?” 하고 혼잣말하듯 조그맣게 엄마에게 말했다. 가까운 곳에서 식혜 등을 슈퍼에서 판매하던 직원분이 “화장실은 왼쪽에 하얀색 현수막이 보이는 뒤편에 위치해있습니다”라고 하셨다. 민감함과 친절함에 감동 먹었다.




- 화장실에서 세면대를 사용할 수 없었다. 가게로 가서 씻으라는 안내문이 있기에 아까 그 직원분에게 세면대가 어딨냐고 물었다. 직원분은 우렁찬 목소리로 친절하게 세면대 위치를 안내해주셨다. 항상 같은 말을 반복해서 귀찮을 수도 있는데 작은 부분에서 큰 부분을 볼 수 있었다. 이 가게가 더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차를 타고 집에 가려는데 발레파킹하던 직원분이 차에 아르바이트생을 태워오신 걸 발견했다. 아르바이트생을 픽업해주시고 있었다. 북한산 근처여서 버스가 오기 힘든 곳이기에 직원을 구하는 기본이 됐다고 생각했다. = 더 일 잘하고 인성이 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다.




- 결론: 불편함이 느껴지는 요소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을 수 없었다면 다른 곳에서는 당연히 불편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도 직원들의 협동력과 친절함, 성실함이 지워버렸다.







2. 가게에 들르면 인테리어를 관찰한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 자주 가는 단골 네일아트 가게를 오랜만에 방문했다. 궁금했다고 어떻게 지내셨냐고 하셔서 기분이 좋았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 나오는 내용처럼 사람을 기억하고 관심을 주면 누구나 마음이 열린다. 지나고 보면 지금 남아있는 친한 친구들은 다 내가 먼저 다가간 인연들이었다. 고객의 마음을 열면 고객의 지갑이 열린다.




- 이 샵은 오픈했을 때부터 갔던 곳이라 친밀하기는 하지만 나에 대해 폭풍 칭찬을 해주셨다. “고객님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분이에요~ 처음에 왔을 때도 얼마나 인상 깊었는데요! 오늘도 제가 신 나서 막 말을 하게 되네요~” -> 고객의 기분을 좋게 하면 지갑이 열린다… 난 벌써 머릿속으로 ‘다음 멤버십 결제가 언제쯤이지?’ 생각했다. (물론 사장님의 진심이라고도 생각한다. 친절하고 다정하신 분이다.)




- 케어를 받다가 세면대에 놓인 핸드워시를 봤다. 핸드워시는 다이소에서도 볼 법한 흰색의 기본 용기였지만 자세히 보니 가게명이 적힌 라벨을 용기 중앙에 붙여놓았다. 작은 디테일에서 차별화가 되는 걸 발견했다. 주인이 매장을 굉장히 신경 쓰고 정성을 들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이 가게가 더 오고 싶어졌다.





소화기도 심플하고 예쁠 수 있다!





집에도 놓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디자인의 소화기가 있다?




- 사장님께 나의 근황을 얘기하다가 창업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다 바닥에 놓인 소화기를 발견했는데 소화기가 예뻤다. 사장님은 요즘은 소화기도 예쁘게 나온다면서 가게를 차리면 반드시 소화기를 놓아야 한다고도 말씀해주셨다. 가게 인테리어의 주조색은 심플한 화이트였다. 화이트 인테리어에 화이트 소화기로 화룡점정이라니! 사장님이 얼마나 정성스레 샵을 꾸미는지 알 수 있었다.




빨간색 소화기만 있는 게 아니다! 생각의 전환 사례 (세이라이프 소화기)





화이트 인테리어에 새빨간 소화기가 매장 한가운데 벽면에 위치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이상하다. 소화기는 보통 구석진 매장 안쪽이나 고객이 짧은 시간 머무는 입구에 위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화기는 당당하게 메인석에 자리 잡았고, 샵 인테리어와 아주 잘 어울렸다.




굳이 관찰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법한 사장님이 의도한 인테리어의 일관성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사장님이 설계한 인테리어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 발견하기 전까지는 빨간색 소화기만 있고 마치 빨간 소화기가 법처럼 정해진 룰인줄 알았는데, 하얀색의 심플하면서도 집에도 가져다 놓고 싶게 생긴 소화기라니 감동적이었다. 누가 이런 생각을 하고 만들었는지 기똥차다. 만일 내가 이 소화기를 만든 분의 부모라면 너무 뿌듯해서 틈만 나면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매일 업고 다닐 것 같다.






3. 길을 지나가면서 가게 간판을 관찰한다.







- 이번엔 잘 된 포인트 말고 아쉬웠던 포인트이다.




- 차에 타고 가다가 부동산 가게 간판을 발견했다. 부동산 가게가 도로가에 위치해있는데 담벼락도 있고 위치가 좋지 않아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았다. 간판을 보려면 허들이 여러 개다. 좋지 않은 위치, 담벼락, 나무. 그리고 주변에 아파트가 좀 있어서 알고 들릴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거리여서 홍보하기 어려워 보였다. -> 기본보다 더 명시성 있는 간판이 필요하다! = (번외로, 오프라인에서 어려우면 온라인에서 알리면 된다. = 빌라촌에 위치한 인스타 감성 맛집)








- 위치상 주목시키지 못하는데도 간판 디자인 자체는 집 모양이어서 눈에 띄고 흥미로웠다. 부동산 공인중개사 가게여서 집으로 표현한 점이 위트 있고 특색 있었다.




- 하지만 가게명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명시성이 중요한 간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명시성은 먼 거리에서도 잘 보이는 정도로 명도, 채도, 색상 차가 큰 색일수록 명시성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다.




- 이 간판은 명도 값의 차이가 적은 파란색과 빨간색을 사용했다. 파란색 바탕(주조색)에 빨간색 글씨(보조색)가 아니라 파란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를 썼으면 명도차가 있어 그래도 가게명이 눈에 띄었을 텐데 아쉽다.




-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눈에 띄어야 하는 숙명인 간판의 목표를 다하지 못했다. 고객이 알고 싶은 간판 디자인이 아니라 사장님이 하고 싶은 간판 디자인이라 아쉬웠다.






이렇듯 마케팅적인 사고방식은 누구나
일상에서도 충분히 발견하고 키울 수 있다.







why?를 항상 고민하며 자신만의 답을 내리면 그게 마케터의 일상이고 습관이다. 작은 것도 관찰하면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마케팅적 사고방식은 어느 순간 내재되어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밥을 먹는 것처럼 마케팅적인 생각들을 자연스럽고 하고, 마치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 자체를 즐거워할 것이다.




그러므로 마케팅은 마케터 경력과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일상에서 할 수 있다. 일상을 관찰하고 발견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팅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인간의 4대 욕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