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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다정함 Nov 01. 2023

예민함을 예민함으로

나의 성격에 응답하기

어려서부터 예민하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남들에게 보이는 방식 혹은 내가 보이고 싶은 이미지를 스스로 알지 못해서 그 성격이 투명하게 보였던 것 같다. 나는 20대에 유학을 오게 되면서 사람들로부터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라고 말을 듣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꼭 맞는 것은 아니다. 


싱글 시절 데이트를 하게 되면 자주 듣는 말이 '너는 참 쿨하다'였다. 너는 성격도 외모도 쿨해라고 나를 칭찬했다. 그 모습도 나의 한 면이긴 했지만 사람들은 나를 알아가면서 나의 예민함 그리고 그 성격에서 나오는 소심함과 걱정 등,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에 당황하곤 했다. 아니 너 정말 쿨한 앤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렇게 나를 떠난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는 나를 원망했던 것 같다. 아, 그냥 나의 쿨함을 유지할걸.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보는 나의 쿨함도 속의 예민함 그리고 약간의 찌질함도 다 나의 진실된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 성격들을 모른 척하고 버리려고 하고, 더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어도 잘 되지 않았고, 답답했다. 


오늘 아침 커피를 만드는 데 갑자기 생각했다. 예민함은 예민함으로 어루만져야 한다. 뾰죡한 조각들이 동그라미를 만나면 퍼즐이 맞추어지지 않듯이, 뾰족한 조각은 또 다른 뾰족한 조각이 만나야 그 합이 맞는다. 그렇다 보면 나는 네모가 되고, 동그라미는 아니지만, 조금은 굴러가기에 쉬운 형태가 되지 않을까.


길을 가다가 고양이를 봤다. 거리를 유지하며 나를 째려보고 있다. 정말 못났고, 정말 귀엽다. 나의 뾰족함을 조심스레 조립해나가고 싶다. 그 조립의 목적은 없다. 어린아이가 퍼즐을 맞추듯, 정답은 없지만 모양을 바꾸어나가며 이리저리 조각들을 움직이는 거다. 그러다 보면 귀여운 형상이 탄생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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