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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Mar 09. 2022

스무 살, 남포동 3

 남포동에 구제 옷 쇼핑을 하러 다니는, 그야말로 남포동 멤버들이 꾸려졌다. 나를 입문시켜준 과 동기를 비롯해, 과나 학교는 다르지만 빈티지 옷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친해진 애들까지. 얼마나 자주 갔으면 우리들만의 쇼핑 코스가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였다. 


 “배고프지 않나?”


 “머 쫌 먹고 할래?”


 다니다 보면 허기가 지고 그럼 잠시 쉬었다 하자고 한다. 내가 맨 처음 남포동 국제시장을 설명할 때 보통의 시장과는 다르다고 그랬는데, 여기도 결국 시장은 시장이다. 구제 옷가게들로부터 조금만 벗어나자 먹자골목이 나타난다. 


 처음 비빔 당면을 봤던 그 골목과 같이 되어 있다. 좌우로 간판을 단 상점들, 예를 들어 커피숍, 옷가게, 안경점이 영업 중이지만 골목의 주인은 다름 아닌 한복판의 노포들이었다. 일정한 간격을 하고 포장마차들이 골목의 저 끝부터 끝까지 열을 이루었다. 천차만별의 목적으로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포장마차를 둘러싸고 서서 회오리치듯 허기를 달래고 떠났다. 우리도 우리의 목적을 내려놓고 허기를 달래보자. 그런데, 들어갈 만한 둘레를 찾기란 쉽지가 않았다. 전부 다 사람들로 들어찬 상태라, 배를 붙잡고 한참을 다닌 끝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떡볶이, 순대, 어묵, …, 찌짐과 오징어무침. 모든 포장마차의 메뉴와 가격은 동일하다. 우리는 최대한 다양하게 시킨 다음 메뉴가 나오길 기다렸다. 언제부터 졸인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소스가 찐득한 떡볶이, 부산에 와서 처음 맛본 가래떡 꼬치, 충무김밥과 함께 나올 법한 오징어무침에 그것과 잘 어울리는 부추가 들어간 찌짐. 다행히 메뉴들은 시키고 나서 금방 나왔다. 빨리 허기를 채우고 떠나라는 듯이.


 다니다 보면 ‘국제시장’이란 이름에 걸맞게 별의별 물건들을 팔고 있다. 이미 한물간 한류스타인데 그들의 사진을 잔뜩 붙여놓기도 하고, 한국에서 만들어졌을 리 없는 짝퉁 시계와 벨트들, 저런 걸 누가 찾기나 할까 싶은 외국 잡화들도 보인다. 다른 곳에서는 값을 쳐주지 않는 물건들이다. 그러나 국제시장에서는 어느 하나라도 비웃다간 유배가 될 것처럼 모든 물건들의 판매가 마땅했다. 


 그토록 다녔건만 우리들만의 코스를 걷다가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옷가게를 발견한다. 그 안에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 같이 설레어하며 들어가 본다. 누구는 이렇게까지 설레어하는 우릴 보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새 옷이 아니라 다름 아닌 구제 옷을 사는 거니까. 그러나 비웃음을 사더라도 그건 시장 바깥에서의 일이지, 적어도 남포동 국제시장에서만큼은 우리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입고, 무엇으로 허기를 달래든 상관이 없다. 우리는 그냥 우리가 찾는 보물을 찾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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