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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떱 Sep 20. 2018

짤방의 탄생

Hit Reblog 리뷰

인터넷을 돌다 보면 재밌는 만화들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 댓글에 이미지를 올렸거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만화가 엄청난 추천을 받아 내 피드에 들어오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짤방이라고 부르며 만화에 나오는 대사를 바꿔 댓글에 달기도 하고 만화 대사를 바꿔 다시 올리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만화를 접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이건 누가 만들었을까?’

[This is Fine] © KC Green


만화 이미지에 작가에 대한 정보가 없고 올린 사람도 원작자가 아니니 직접 찾아보자는 생각은 귀찮다는 이유로 대개 넘어가게 된다. 그렇게 방금 내 시야에 들어왔던 만화는 하나의 짤방이 되어 머리 한 구석으로 옮겨간다. 이런 작품들의 억울함을 해결해주기 위해 호프 니콜슨과 메건 키어니는 코믹솔로지에서 발매한 [Hit Reblog]로 인터넷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는 만화들에게 이름표를 달아주기로 한다.

소개된 만화들의 선별 과정. © Megan Kearney


[Hit Reblog]가 소개하는 20개의 웹코믹 중에는 우리가 많이 봤을 [This is Fine]이나 [평등과 공평], [너즐록 챌린지] 같은 작품들도 들어있다. 각 챕터는 만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짧은 만화를 보여준 뒤 배경이 된 웹코믹과 원작자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웹코믹 작가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저작권이었다. © Megan Kearney


이런 구성에는 약점이 존재한다. 온라인 상에서 생기는 문제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보니 에피소드가 겹치게 된다. 여기서 작가 메건 키어니는 각 챕터가 비슷한 사건을 다룰 때마다 각자 다른 단계의 모습을 보여주어 그 문제를 해결한다. 만화를 다른 사람이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건이 있다면 어떤 작가는 역고소를 당했다거나, 또 누구는 ‘이 만화는 주인이 없다’는 반박을 들었다거나 같은 상황에서도 특이하게 다른 부분들을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런 식이라면 사실상 비슷한 챕터들을 모아 순서를 맞출 때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반복되는 에피소드들에 지칠 수도 있다. 소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원작자들에게 다른 이야기를 하라고 권할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들은 작품의 결말부에서 본인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넣어 이 에피소드들은 단순히 만화로 그릴 소재가 아니라 여러 번 말해야하는 이슈임을 강조한다.

[Hit Reblog]에서의 인터넷 묘사 © Megan Kearney

[Hit Reblog]를 읽기 전 인터넷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다. 영상매체는 주로 만화가 인터넷에서 퍼져나가는 장면에 카운트 숫자가 끊임없이 올라가는 연출을 활용하는데 그런 표현이 만화에서 가능할까? 물론 만화에서 비슷한 장면들을 여러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이거다 싶은 장면이 없었다. [Hit Reblog]는 기대했던 장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설득력있는 대안을 내준다. 누군지 알 수 없고 그냥 실루엣만 보이는 이들은 인터넷보다는 네티즌에 가깝게 보인다. 하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각자 자기들 할 말만 하고 있는 장면에서 자연스레 수긍하게 된다. 밈이 만들어지고 웹코믹이 퍼져나가는 웹사이트들과 소셜미디어를 표현하기에 이런 ‘아무 말 대잔치’ 만큼 딱 맞는 건 없다.


‘아무 말 대잔치’ 속에서 탄생한 유행어들은 퍼지는 과정에서 의미가 바뀌고 맥락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해외의 밈들 같은 경우 Know Your Meme 같은 사이트에서 의미나 유래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원작자나 본래 뜻, 탄생한 맥락, 뒷 이야기까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제작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이를 소개한다는 목적에서, 짤방으로 인터넷 이곳 저곳에 이름표 없이 떠돌아 다니는 만화들에게 크레딧을 붙여줬다는 것으로 [Hit Reblog]는 충분히 읽을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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