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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아미 Jul 14. 2023

치앙마이대학교 안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치앙마이에서 한 달을 살아봤더니 11



한국을 떠난 지 두 번째 주가 지나고 있다. 점점 이곳 생활이 익숙해진다. 맑은 공기(매연도 많지만), 따뜻하고 온화한 햇볕(한낮엔 이글이글), 여유로운 분위기(번화가라 새벽까지 시끌시끌) 같은 것? 세상 어떤 곳이든 사람 사는 곳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잠시, 좋은 것만 보려고 이곳에 머물고 있는 여행자이므로, 괄호 속 단점은 재빨리 지워버리고 좋은 점만 되새기며 만끽하는 중이다. 미세먼지와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는 한국 뉴스를 보면 이 날씨가 더욱 귀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앙마이 한달살기, 정확하게는 님만해민에서 4주를 사는 것의 지울 수 없는 단점은 내가 꿈꿨던 자연 속 호젓한 산책이 불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길 자체도 좁은데다 인도가 따로 없고 쉴 새 없이 차가 달려서 길 하나 건널 때마다 곤욕이다. 턱도 높고 울퉁불퉁해서 헛디디기 십상이고 뒤에 오토바이나 차가 달려오고 있지 않은지 수시로 돌아봐야 한다. 




그래서 이날엔 조용한 산책이 가능하다는 앙깨우호수에 가보기로 했다. 치앙마이대학교 부지 안에 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대학캠퍼스 분위기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택시를 타고 가니 15분 정도 안에 닿았다. 천천히 캠퍼스를 걸어 호숫가로 가까이 가는 순간 와- 탄성이 나왔다. 대학교 안에 이렇게 예쁜 호수가, 그것도 꽤 큰 호수가 있다니. 다만, 예상과 다른 점은 대학캠퍼스가 아니라 유원지 같은 분위기였다는 점이다. 모르긴 몰라도 태국인들의 주말 나들이 스팟임에 분명했다. 님만해민 유흥가에도 멋스럽게 차려입은 태국인들을 종종 보긴 했는데, 여긴 가족들이나 젊은 연인들이 훨씬 많았다. 



축제 기간인지, 공연준비를 하는 팀들도 여럿 보이고, 잔디밭 한가운데 임시로 차려진 무대에서는 밴드 공연도 한창이었다(학교 밴드인지, 프로 같지는 않은 가창력이었지만).



둔치 쪽은 북적였지만 안쪽은 꽤나 한적해서 원하던 대로 오랜만에 호젓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앙깨우 호수 한 바퀴를 도는 데는 1시간도 안 걸리지 않았다. 천천히 걸어서 정문 앞의 야시장에 가보기로 했다. 해가 지니 꽤 시원해서 걸어갈 만했다. 대학가 근처의 야시장이라 그런지 더 활기차고 북적이는 느낌이었다. 처음에 본 집에서 태국식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물론 맛은 있었지만 좀 후회했다. 이후에 더 맛있어 뵈는 집들이 어찌나 많던지! 


또 뭔가가 끓어올라서 옷 쇼핑도 하고 과일 등 먹을 것도 잔뜩 샀다. 그리고 집까지 걸어오니 이 날 걸은 거리가 상당했다. 다리가 아픈 만큼 보람찬 하루였다. 



*참고- 2022년 12월 시점의 여행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글 홍아미

여행 에세이스트. 아미가출판사 대표. <제주는 숲과 바다> <그래서 너에게로 갔어> <미치도록 떠나고 싶어서> <지금, 우리, 남미>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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