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에게 하는 말. 사실 나에게 하는 말. 014.
단비야.
저 봉투는 너의 작은 증조할아버지께서 아빠랑 엄마랑 결혼한다고 인사드리러 갔을 때 주신 거야.
작은 증조할아버지께서 봉투에 역지사지. 易地思之. 라고 써 주셨단다.
역지사지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헤아린다"는 의미.
작은 증조할아버지께서 아빠와 엄마가 그렇게 살았으면 하셨나 봐.
아빠와 엄마는 정말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단비야.
저 말. 정말 쉽지 않은 말이야.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헤아린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할 수 없을뿐더러, (하는 척! 은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결국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아. 특히 계급과 사는 환경을 뛰어넘어 생각하는 건 더더욱 어려워.
그래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하려고, 정말 노력하는 것. 뛰어넘어 생각하려 하는 것.
그리고 자신도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때로는 용서하는 것.
그리고 따뜻할 것.
그렇지 않으면.
결국 외로워져.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