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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해숲 Aug 12. 2022

지리는 "우리 삶터"

우리 말로 우리 삶터 공부하기 001.

몇가지 생각

1. 늘 고민되는 지리 수업 첫 시간. 

지리를 공부하겠다고 내 앞에 앉아 있는 벗들에게, 

지리가 무엇인지, 무엇을 앞으로 이야기할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늘 어려워. 

멋있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지리를 나도 잘 모르겠거든. 

교과서에 있는 것, 그래서 시험문제에 나오는 것이 지리인가? 


2. 범람원은 무너미땅이래.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아. 2000년? 

정확한 글의 제목도 생각나지 않아. 대략 기억나는 것은 ‘남과 북이 지리용어를 통일해보자’는 것이었고, 범람원(汎濫原, flood plain)을 북에서는 무너미땅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어. “물이 넘쳐 생긴 땅”. 

너무 말이 이쁘잖아. 그리고 너무 쉽잖아. 더군다나 무너미땅, 무너미마을은 우리 땅 곳곳에서 여전히 쓰고 있는 말이야. (곧 이야기할 이오덕 어른이 묻혀 있는 곳도 충주 무너미마을.)  

벗들에게 범람원을 설명할 때, 범은 한자로 넘치다라는 뜻이고, 람은 퍼지다라는 뜻, 원은 전원주택이나 평원할때 쓰는 원, 땅이라는 뜻이야. 그러니까 물이 넘쳐서 생긴 땅을 말해. 라고 참… 힘들게 이야기했었지. 

왜 우리는 범람원이라는 설명이 필요한 말을 쓸까? 그때 궁금했었는데, 잊고 있었어.

그러다 얼마전 문득 생각났어.


3. 이오덕 어른을 생각하다가.

얼마 전, 작은 사건으로 다시 이오덕 어른의 글을 읽었어. 

기계처럼 살고 있고, 거짓으로 살고 있다고 나를 돌이켰어. 며칠동안 계속 이 문제를 고민했어. 

그리고 몇가지 할 일을 적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리 말로 지리 공부하기”. 해보자. 야.


범람원을 무너미땅처럼 쉬운 우리말로 고치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일을 해보려 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하지만 깊게.

(20220808)


그래서. 첫번째.

지리(地理, geography)는 “우리 삶터”가 좋겠어. 

결국 지리 속에는 사람이 있는 것이니까. ()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내 딛고 있는 땅을 공부하는 것이니까.

“삶터”가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삶은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가꾸는 것이니, “우리”를 붙여서, “우리 삶터”가 좋을 것 같아. 

몇번을 거듭생각했는데,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아.


이렇게 지리를 “우리 삶터”로 바꾸니까, 참 좋아. 

특히 나는 텃밭, 텃새 할 때, ‘터’라는 말이 참 좋아. 곁에 있어서 늘 든든한 느낌이 들거든. 

그리고 “우리 삶터”라고 지으니, 내가 태어난 곳, 내가 다니는 학교주변, 동네에 먼저 눈이 가. 길 위의 돌멩이 하나에도 따뜻한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여져. 그래. 지리라는 건 당연히 이래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내가 거닐고, 살고 있는 우리 동네도 모르는데, 한반도를 알고, 세계를 아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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