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부르주아는 말년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꽃을 남겼다. 의외다.
꽃에 대해 루이스 부르주아는 이렇게 말했다.
"꽃은 보내지 못한 편지와도 같다.
아버지의 부정, 어머니의 무심을 용서해 준다.
꽃은 내게 사과의 편지이자 부활과 보상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불륜에 대해, 나아가 가부장제에 대해 분노했고,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그리움, 또 연민과 경애로 평생을 작업해 온 루이스 부르주아가
"사과의 편지이자 부활과 보상의 이야기"인 꽃을 이리 많이 그린 것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편하고, 다소 과격하다고 늘 생각했던 그녀의 이전 작업들도 더 수긍이 간다.
유독 붉은색이 많다. 브루주아는 이에 대해 빨강은 섹시함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조각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에칭도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프린트샵을 경영했을 만큼 판화에 일가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푸른색이 담긴 작업들. 너무 좋다. 제일 좋다.
평생 엄마에 대한 연민과 존경을 갖고 작업했던 루이스 부르주아. 그녀에게 "좋은 엄마"는 어떤 의미일까. 작품만 봐서는 자신은 목발을 짚고 힘겨워도 꽃을 피우고 타자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희생적인 존재를 말하는 걸까. 얼굴이 없는 것은 남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것을 뜻하는걸까.
꽃그림을 보니 루이스 부르주아가 더 좋아졌다.
"나를 알게 될 수록 더 좋아할 거라고 믿어요."라고 말한 그녀에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