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전의기량 Sep 19. 2021

틀림과 다름의 차이

고집불통 엄마의 어른 연습


남편 :어우. 답답해 !내가 차 빌릴 때 영광에서 빌리 디?

나: 내가 버스 예약 영광으로 했다 안 했니?

남편: 당신이 언제? 나 혼자 광주 갈 테니까

당신이랑 딸램이는 영광으로 바로가.

나:  아니, 그게 말이 되니. 가면 같이 가야지.

남편 : 영광에서 광주 다시 가면  쓸데없는 시간이 소요 되잖아





결혼한 지 10년, 매번 명절 때만 되면 나는 전라남도 영광에 있는 시댁에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기차보다 비행기가 낮고 버스보다 기차가 편하게 갈 수 있는데 각 차편의 가격을 고민 안 할 수는 없다. 연중행사이기 때문에 한두 번쯤은 그럴 수 있다 싶으면서도 훌쩍 자라 버린 아이 비용까지 왕복 비용을 생각하면 손이 후들후들하다. 그뿐인가 아직 자차가 없기도 하지만  2교대 하는 남편은 새벽까지 일하고 퇴근 후 바로 시댁으로 떠나는데  운전까지 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우리는  시골에 도착해 단기간만 사용하는 차를 렌트해서  명절을 보내곤 한다.


9월 초, 남편과 나는 추석명절에 타고 갈 차편을 예약했다.   기차나 비행기도 좋긴 하지만 코로나로 좌석 예약도 쉽지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이번에도 고속버스로 예매를 했다. 조용하게 지나가다 정작 시골 가는 날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당연히 시댁이 영광이니 버스를 영광으로 예매했고 남편에게 시간까지 알려줬었다. 남편이 시골에 도착해서 사용할 차를 렌트한다고 했을 때 알아서 하나 보다  했다.  





아뿔싸,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일을 진행한 것이다. 결혼해서 10년을 살았으니 뼛속까지 잘 알아서 당연히 알아서 했겠거니 했지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가는 날에나 알게 되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다른 차편을 당장 알아본 들 방법이 없었다.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남편에게 먼저 물어보면 됐었을 것인데  엄마가 치매로 아프고 난 뒤 두 번의 명절을 엄마와 보내고 나니 나도 살짝 방향을 잊고 예매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같이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혼자 따로 간다는 남편 말에 욱 올라왔었다.



다 감정은 격양되고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 일에 싸우기도 시렀다. 잠깐 자리를  가고 있었고 남편은 그 사이 혼자 광주 갈 차를 예매한다.  그 얘기를 고스란히 그대로 전하는 딸내미 ㅋㅋㅋ  네가 무슨 죄냐 싶으면서  나는 셋이 먹을 음료수를 사러 가기 전 딸내미에게 물었다.


나:  너는 지금 이 상황이 말이 되니?

아이:  어? 둘 다 말 안 되는데.

엄마 성질내지 말고 내 말 들어봐.

아빠 입장에서는  광주에 바로 가면 괜찮은데 영광에 갔다가 광주 가서 차를 픽업해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야.  엄마 입장은 아빠 빼고 우리 둘이 먼저 가는 건 아니니까 함께 가자는 거고.

그니까  서로 우기지만 말고 둘이 합의점을  찾아서 가면 되지 않을까?



9살 아이가 엄마 아빠 티격태격하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솔루션을 제안한다. 남편이  혼자 광주 가겠다고 했을 땐 야속하기만 했는데 아이의 얘기를 들어보니 어른이란 사람들이 생각하기란 더 옹졸했구나 싶었다. 나는 각자 먹을 음료수를 주며  숨 고르기를 하기를 바랐다. 씩씩 대다가도 입에 뭐가 달달한 무언가가 들어가면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다. 나는 조금은 풀어진듯 한  남편 표정을 보고 이때 다 말한다.


나:  차편 다시 찾아보니 몇 시 거 있던데 우리 그거 타고 가자

남편 :  그래 그거 타자.

남편:  지금 예매 내역 보니 임시 편성된 차가 중간에 생겼네.

나:  아 그렇구나. 그거 우리 원래 가려던 거보다 빠른 거네.예매한다.


이게 뭐라고 , 지지고 볶던 우리 부부는 순식간에 상황을 종결시키고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 빠진 물건은  없는지 확인 후 우리 가족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피곤했는지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나와 아이는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서로의 할 일을 찾아  여정을 떠난다.   이번 추석엔 어떤 일들이 기다릴까 싶으면서 한편으로 두렵고 설레기도 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는 했지만 모든것을 서로가 다 알거 같지만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오랜 세월 함께 했다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도 없거니와 내뜻과 다르게 행동했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자책이나 서로를 탓할 시간이 있다면  한 번만 더 생각해보자


그럴 수도 있겠구나.
다음엔 같은 일 없도록 내가 먼저 물어보자.


별거 아닌듯 하지만 작은 배려가  더해질 수록 행복하게 인생을 사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