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한 테마에 아쉬운 쾌감
감독 : 스티븐 케이플 주니어
개봉 : 2023년 6월 6일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혁신적인 시각 효과로 충격을 준 1편 이후로 속편들은 거듭된 양적 팽창과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질적 퇴화로 빠르게 위상을 잃어갔습니다. 한때는 마블보다 잘 나갔던 시리즈였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그러던 와중에 비교적 작은 규모로 좋은 평가를 이끌어낸 <범블비>가 나왔고 이후 제작사는 이후 <트랜스포머> 시리즈들은 <범블비>와 같이 드라마에 신경을 쓴 영화가 될 것이라며 노선을 예고했습니다.
실제로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이하 <비스트의 서막>)에서 가장 큰 장점으로 느꼈던 부분은 테마가 확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중구난방식으로 코미디와 쓸 데 없이 비장한 장면들이 배치되어 시각적인 쾌감과는 별개로 산만하고 소모적이었던 이전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비스트의 서막>은 이야기가 잘 정돈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90년대 중반 브루클린을 배경으로 팍팍한 현실에서 가족(특히 병에 걸린 동생)을 부양해야 하는 노아[앤서니 라모스 분]의 이야기와, 고향을 떠나온 것에서 비슷한 부류의 책임감을 느끼는 옵티머스 프라임[피터 컬런 분]의 대비, 그리고 이들이 겪게 되는 비슷한 갈등은 깊이감이 뛰어나진 않고 일부 비약이 있어 한계가 보이긴 하지만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캐릭터들의 강조를 위해 대다수의 캐릭터들이 들러리처럼 쓰러져 나가거나 퇴장하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이번 작품에서는 짧지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캐릭터들이 많았습니다.
하나의 이야기로서 <비스트의 서막>이 그래도 잘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면 블록버스터로서의 쾌감 면에서는 비교적 아쉬움이 드러났습니다. 우선 영화의 액션 씬들이 초반부에서 후반부로 진행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규모나 퀄리티 면에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 편차가 많이 아쉽습니다. 페루 도로에서 펼쳐지는 액션 씬이나 영화 종반부 마지막 전투는 뛰어난 편이었지만 영화 초중반부에 펼쳐지는 액션(오프닝의 맥시멀, 박물관에서의 첫 전투 등)은 그 퀄리티가 많이 아쉬운 편입니다. 더군다나 영화의 마지막 전투에서도 주인공 노아와 관련한 설정이 몰입을 크게 저해하는 방식이라 좋은 퀄리티의 액션을 연출함에도 그 감흥이 많이 아쉽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특히나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장점과 대비되는 모습이 있어 이러한 부분들이 더더욱 와닿았습니다.
<비스트의 서막>은 하나의 영화로서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더 와닿았던 작품이지만 그래도 전체 시리즈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화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떠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정리가 나름대로 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IP를 삼고 있음에도 기존 시리즈는 말미에 이르러 액션과 코미디의 단순한 남발로 무너졌다면 적어도 이후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그렇게 흘러갈 것 같지는 않겠구나 싶은 인상을 <비스트의 서막>에서 받았습니다. 쿠키 영상을 보면 파라마운트가 하스브로의 브랜드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확장하려 하는 것 같은데(물론 그 규모를 보면 우려도 좀 섞이긴 하지만...) 과연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