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 담긴 우리의 추억과 행복
아이가 독감 확진을 받은 날, 하루 정도 열이 나더니 이튿날부터는 열이 잡혔다. 콧물과 기침은 남아 있었지만, 열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지난 토요일, 우리는 병원에 가서 독감이 완치되었음을 확인받았다. 그동안 독감 때문에 유치원에도 못 가고 있었는데, 이제는 등원도 가능해졌다. 병원을 나오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날은 주말이라 수지와 하루 종일 함께 보낼 예정이었다.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카페에 들러 디카페인 커피로 가볍게 충전을 했다. 디카페인이어도 충분히 기분이 좋아졌다.
커피를 들고 나오는데, 수지가 카페 옆에 있던 인생 네 컷 사진을 찍는 스튜디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기서 사진 찍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수지와 수지친구, 그 친구 엄마랑 나, 이렇게 네 명이서 한 번 찍어본 적은 있지만 나와 수지만 단둘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은 적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왠지 선뜻 내키지 않았다. 평소 휴대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굳이 스튜디오 사진을 찍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수지가 그토록 원하니 결국 "그래, 찍자" 하고 들어갔다.
스튜디오 안에는 다양한 장식과 머리띠가 가득해 작은 놀이동산 같았다. 처음엔 시큰둥했던 나도 금세 눈이 반짝였다. 나는 귀여운 토끼 머리띠를 골라 머리에 썼고, 꽤 마음에 들었다.
수지는 머리띠를 고르는데 한참을 고민했다.
수지가 고르는 동안 나는 혼자 셀카를 찍으며 신나 있었다. 불과 1분 전까지만 해도 '굳이 여기서 사진을?' 했던 사람이 토끼 머리띠를 쓰고 셀카에 열중하는 모습이라니, 나 스스로도 조금 웃겼다.
수지가 고민 끝에 고른 건 왕관 모양 머리띠였다.
머리에 직접 써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폰으로 먼저 셀카를 남긴 뒤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프레임과 사진 장수도 모두 수지가 골랐다. 평소 사진 찍기에 익숙한 수지는 어색함 없이 자연스럽게 웃고 포즈를 취했다. 나 역시 수지와 같은 포즈를 따라 하고, 손하트를 만들고, 서로를 꼭 껴안으며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10장의 촬영은 순식간이었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나는 어느새 100% 몰입해 있었다.
사진을 다 찍은 후 6장을 고르는 동안에도 우리는 진지하게 선정했다. 그리고 인화된 사진을 받아 드는 순간, "우와!" 하고 동시에 감탄했다. 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사진 속 우리는 정말 사이좋은 모녀처럼 활짝 웃고 있었다. 아니, 그냥 정말로 행복해 보였다.
사진을 보면서 문득 내가 이런 표정으로 웃는구나, 수지와 함께 있을 때 이렇게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한 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사진을 두 장 인화해 하나씩 나눠 가졌다.
나는 이 사진의 제목을 '수지 독감 완치 기념사진'이라고 마음대로 붙였다.
독감이 낫고 난 직후 찍은 사진이니 딱 알맞은 제목이었다. 이제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독감으로 고생했던 시간과 완치의 순간이 함께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사진이 예쁘게 나온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느낀 마음이 너무 소중했다.
휴대폰 셀카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었다.
귀여운 머리띠를 올리고 서로에게 집중하며 사진을 찍는 그 순간, 수지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정말 친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행복했다.
우리의 첫 인생 네 컷 사진은 수지의 책상 위와 내 책상 독서대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와 쌓아가는 추억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수지가 사진 찍자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한마디 덕분에 우리는 잊지 못할 순간을 얻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 그리고 하루가 다르게 단단해지는 우리의 마음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 수지가 또 인생 네 컷 부스를 보고 "사진 찍자!"라고 말한다면, 나는 두말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