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은 탁월함을 얻는 원천이다
탁월함은 매우 뛰어난 성취를 이끄는 힘을 말한다. 탁월함은 인간이 보여주는 자질이자 기능이다. 우리는 탁월함을 탁월한 사물, 탁월한 기계처럼 지칭하지는 않는다. 사물 자체는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로 평가할 수 있지만 사물은 그것 자체로 존재하기 때문이고, 기계와 같은 인공물은 인간이 창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탁월함은 인간의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힘이다. (자연에 대해 신이 부여한 최고의 창작물로 말하는 것은 논외로 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최고의 덕목으로서 탁월함(Arete, 아레테)을 말했고, 그 예로 구두수선공, 의사를 설명했는데 탁월함은 인간이 활동하는 모든 분야에서 드러난다.
이제 탁월함을 만들고 발휘하는 원천을 생각해 보자. 우선 타고난 재능이나 자질, 행동에서 드러나는 용기, 자신감, 현명한 접근 방법 등 여러 가지 원천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탁월함을 발휘한 개인의 속성에 주목하는 시각에서 나오는 생각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원천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휘되는 가를 설명하기 어렵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견하고 뉴턴 물리학을 전복시키게 되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를 설명하기 어렵다.
탁월함은 탁월한 성취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탁월한 성취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어떤 사람이 탁월한 성취를 의도하고, 그 의도를 의식적으로 추구하고, 결국 끝까지 실행하는 것에서 탁월한 성취가 만들어진다. 따라서 지식과 습관이 탁월함의 원천이다. 지식은 판단과 결정의 근거, 행동방향과 방식을 결정하도록 돕고, 습관은 정신작용과 행동을 규율하고 틀 짓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지식을 생각해 본다.
의도는 무엇인가 결핍을 인식하고, 해결이 필요하다는 판단, 그리고 내가 그것을 해결해야 겠다는 판단이다. 즉, 의도는 현실인식과 개인의 가치에 대한 깨달음이다. 현실에 만족한다면 굳이 무엇을 추구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런데 지금 어떤 것(상황)이 결핍이라는 것(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인식하게 될까? 식민지였던 조국에서 태어난 간디가 그 대단한 영국까지 유학해서 어렵게 법률가의 자격을 얻었는데, 왜 그는 개인의 안락한 삶이 아니라 독립을 원하게 되었을까?
실행은 의도를 결과로 만들려는 의식적 행동이다. 행동은 미리 정해진 법칙을 따를 수 없다. 행동은 자연법칙과는 무관하고, 어떤 사람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해서 하게 될까? 그것은 선택이고, 선택은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무엇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그리고 행동의 심판관은 결과다. 모든 시도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고, 그것이 잘한 것인가는 오직 미래에 결정된다. 그렇다면 선택의 시점에서 무엇이 가장 좋은 것인가를 우리는 어떻게 알게 되는 것일까? 인도 독립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워야 할까? 영국 정치가를 잘 달래고 설득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강대국의 힘을 끌어내야 할까?
의도와 실행을 이끄는 것은 지식이다. 여기서 지식은 외부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지식과 내면의 가치를 이해하는 지식을 포함한다. 지식은 행동을 이끄는 원천이다. 독재국가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독재가 문제가 있다는 근거로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아는 것이 아니다. 노예로 살아온 사람은 자유로운 주인의 삶이라는 가치를 모른다(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모른다면 행동할 수 없다. 즉,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다. 아는 것이 약이다. 심지어 모르는 상태는 모른다는 것도 모른다.
그렇다면 탁월함의 원천인 지식은 어떤 것일까? 고대의 현자들은 인간 삶에 필요한 지식을 구분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 지식구분>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을 다섯 종류로 구분한다. 지식의 본질, 지식의 적용대상을 기준으로 구분한 것이다. 지식은 인간의 삶과 결부된 것이고,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다. 문명이 발전하면서 지식은 발전하고 다양하게 분화했지만 이러한 지식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가 가치 있는 이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을 덕(탁월함, 아르테)에 이르기 위한 필수 요소로 이해한다. 모든 사람은 잠재된 아르테가 있다. 아르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식을 배워야 한다.
지식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이론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
이론적 지식의 영역을 자연학, 수학, 형이상학으로 구분(하, 중, 상)
실천적 영역은 윤리학과 정치학
<이론적 지식: 누스와 소피아>
누스: nous, 직관적 이해력
소피아 sophia, 현명함, 철학적 지식
<실천적 지식: 에피스테메, 테크네, 프로네시스>
에피스테메: epistêmê, 인식력. 보편적인 진리를 뜻하며 시공간으로부터 독립적인 보편 적응성에 초점을 맞추고 맥락에 의존적이지 않은 형식적‧객관적 지식/ 특정한 지식 영역의 전문가가 갖추는 전문적 학식
테크네: techne, 기술적 지식. 테크닉, 테크놀로지, 예술 등에 해당하는 말. 창조 능력에 필요한 노하우/ 실질적 기술
프로네시스: phronesis, 실천적 지혜 윤리, 실용적 지혜 또는 실용적 이성. 특정한 상황에서 공익을 위해 최선의 행동을 선택하는 능력.
*테크네가 지식 그 자체라면 프로네시스는 가치 판단과 가치 판단 실현에 대한 자각임. 특히 프로네시스는 선을 목표로 적절하게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한 지식으로 오늘날에 더욱 중요함. 다양한 상황에서 윤리적 판단과 함께 적절한 행동을 판단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프로네시스
아리스토텔레스, “진실을 포착하는 결정적인 마음의 습관”
“선한 것을 목표로 적절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
노나카 이쿠지로
“과학적 지식과 실천적 지식을 융합하고, 창조적인 행동을 하는 능력”
“개별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전체 선을 위해서, 의사결정을 통해 최선의 행동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
**아리스토텔레스의 지식 구분은 인간이 알 수 있는 지식을 망라한다. 사물의 상태나 자연법칙에 대한 이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같은 이론적 지식부터 행동에 적용하는 실용적 지식을 포함한다. 알아야 할 것이 참 많다.
이런 구분은 지식의 전체상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탁월함을 습득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보다 특정적이고 구체적인 구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