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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병찬 Mar 11. 2021

제3의 공간의 중요성

만 킬로를달릴 수 있는, 휴식이 줄 수 있는 힘

우연히 유튜브를 보다가 제3의 공간에 대한 동영상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처음에는 ‘다른 차원’이나 ‘현실이 아닌 다른 공간’과 같은 과학적인 것을 뜻하는 줄 알았다. 동영상을 조금 보다 보니 제3의 공간이란 생각보다 단순한 것이었다. 흔히 우리가 살고 있는 집, home이 제1의 공간이며, 우리가 일을 하는 곳, workplace를 제2의 공간이라고 한다고 한다. 실제로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는 제1의 공간에서 24시간 중 59.2%, 제2의 공간에서 28.3%를 보낸다고 한다. 24시간의 80%가량을 보내는 공간이니 제 1과 제2의 공간이라 칭할만하다. 그렇다면 제3의 공간은 무엇인가?


제3의 공간은 그 외의 모든 공간을 뜻한다. 그 공간은 카페가 될 수도, 도서실이 될 수도, PC방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기엔 단순한 ‘카페’이지만 이 공간이 제3의 공간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다.


제3의 공간은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그의 책 ‘The Good Great Place’에서 처음 사용한 단어이다. 그는 우리는 제3의 공간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으며 우리가 평소 생활하는 곳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지금 시점의 나에게 크게 와 닿았다. 나는 현재 평일 기준 24시간 중 90% 이상을 제1, 제2의 공간에서 보내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어느 순간 이러한 일상이 너무나도 당연시돼버린 점도 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러한 시간, 잉여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버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을 해보니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 혹은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사고는 그 사람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서 자연스레 연결될 수밖에 없다. 만약 매일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에 둘러싸여 있다면 사고의 폭도 자연스레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최근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졌다고 느꼈는데, 어쩌면 제3의 공간이 나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제3의 공간은 말 그대로 ‘공간’이지만 물리적으로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조금 더 이 개념을 확장에서 나의 생각이 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난 1월 내가 제3의 공간에서 우연히 본 아티클 때문이다.


평소 혼자 밥을 먹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그날도 합정의 힙한 밥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당연히 다른 공간이라 그런지 무의식적으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고 그동안 밀린 뉴스레터를 읽어보고 있었다. 그중 참조된 아티클로 ‘성공하는 사람은 의도적 휴식을 즐긴다’라는 제목의 동아 비즈니스 리뷰 글을 보았다.


베스트셀러 ‘Rest’의 저자인 알렉스 수정 방의 인터뷰였는데, 그 내용은 어떻게 휴식이라는 행동이 우리의 생산성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직관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 번도 그 원리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터라 내용이 상당히 궁금했었다. 몇 가지 인상 깊은 내용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베를린 음악 대학교의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의 이야기였다. 학생 중 최우수 학생이라고 칭해지는 그룹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휴식이었는데, 그들은 4시간가량의 연습을 집중적으로 했고 평균적으로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개념 중 하나인 바로 ‘휴식의 재생력’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또 한 가지 재밌었던, 그리고 내가 ‘사고적’ 제3의 공간에 대해 떠올릴 수 있었던 부분은 바로 ‘게임’이 상당히 좋은 휴식이라는 점이었다. 사람은 게임을 할 때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곤 하는데, 이 집중력은 우리가 업무에 임할 때 쏟는 집중력과 다른 것이며, 우리의 사고방식도 평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반면에 그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는 좋은 휴식이 아닌데, 이는 소셜미디어를 할 때 우리의 사고가 우리가 평소에 하는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제3의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우리가 평소에 하는 사고방식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사고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행위를 완전히 집중된 상태로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충분히 재생적인 휴식의 시간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 형태는 게임이 될 수도, 영화가 될 수도, 여행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가 주는 의미와 중요성을 이해하고, 투자하는 시간을 인식한다면 조건적으로 제3의 공간에 도달하는 것이 힘들더라도 스스로에게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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