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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Jul 31. 2023

전문직, 자영업자임을 인정하자


 프랜차이즈 창업 후 회계사 본업 이상의 소득이 발생하기 시작하자, 한 동료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돈 되는 건 다 하는구나” 그 말에 함축된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 단순한 부러움 또는 시기심이었을까? 아니면 전문직이라는 고귀한 존재가 그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었을까? 하지만 되묻고 싶다. 도대체 전문직이란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고 얼마나 많은 것을 보장하길래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기회를 양보하고 있는 것일까? 자격증이라는 강력한 보험을 가지고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음에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전문직이 자영업자임을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자영업자라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반발심을 잠시만 억제하고 한번 생각해 보자. 결국 대부분의 전문직은 조직 생활을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 유명 로펌, 회계법인에서 파트너 직급까지 성공하는 변호사, 회계사의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가능하다 해도 인생을 송두리째 바쳐야 한다. 비단 변호사, 회계사만 그런 것은 아니다. 페이닥터를 비롯해 대부분의 전문직이 언젠가는 독립하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자립한다는 것은 곧, 자영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자영업자라고 하면 식당, 카페 등 요식업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그 역시 자신의 힘으로 경영하는 사업자인 자영업자의 한 분류일 뿐이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본질적으로 요식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내가 오픈 직전까지 갔던 파스타 전문점을 창업한다고 해보자. 상권과 경쟁업체를 분석하고 최적의 장소를 선택해 음식을 제공한다. 고객은 그에 대한 대가를 제공한다. 여기서 음식을 우리의 전문지식으로만 바꿔 생각해 보면 어떠한가? 구조적으로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전문직은 전문지식을 팔고 고객은 이를 구매할 뿐이다. 자신을 낮추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급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 자부심으로 인해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영업자임을 인정하는 순간, 그 심리적 허들을 넘어서면서부터 시도할 만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주의할 점은 아무거나 시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야기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는 궁극적 목표, 시간과 자산을 동시에 증식하는 것에 집중하자. 그동안 워밍업을 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전력 질주할 준비가 됐다.




 크게 어렵지 않다. 잠시만 그 하얀 가운이나 다크네이비 수트로 포장된 정체성을 내려놓자. 나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전문가와 사업가의 정체성을 동시에 갖게 될 뿐이다. 프랜차이즈 창업 초기, 영업 방향에 대해 갈피를 못 잡던 시기가 있었다. 우선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지침에 따라 오프라인 홍보활동에 집중했다. 전봇대에 홍보물을 부착했다가 신고당하기도 하고, 불법 가판대를 설치하여 철거당한 적도 많았다. 그뿐인가? 가스 검침원과 정수기 점검원에게 긴밀히 접근하여 협조를 부탁하기도 하고, 새벽에 경비원이 조는 틈을 타 아파트 우편함에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한 번은 잡상인 취급을 받고 중 쫓겨났던 기억이 있다. MBTI 성격 분류상 전형적인 I형 인간으로서, 평소라면 학을 떼고 기겁을 할 만한 일이었다. 여러 감정이 섞여 복잡한 기분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날만큼은 진짜 자영업자가 된 기분이었다.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모든 선택과 행동들이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게임 폐인 시절에 ‘인생에도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했는데 마치 그런 느낌이었다. 자격증만 있다면 혹여라도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언제든 불러오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늘 돌아갈 곳은 있었다. 약간의 시간과 비용을 잃겠지만 막혀 있는 하단에 비해 상방은 끝없이 열려 있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창업하고 1년 정도 고생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회계사 개업보다 훨씬 나은 수익성이라 판단했고 개업 시장보다 성공 확률도 훨씬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성공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나지 않던 코피가 종종 났다. 현실적으로 근무 시간에 시간을 내기는 어려웠고 야근도 잦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확보된 것은 금요일 밤부터 주말까지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만큼은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만 듣고 겁먹을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고통스럽지 않았다. 처음으로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 현금흐름이 증가하니 자연스럽게 재테크를 연구하게 되고 바쁘지만 현금흐름이 좋은 전문직들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둘 배웠다. 그 결과 애초의 목표였던 자산과 시간의 증식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되었다. 인생의 1, 2년은 길다면 길겠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기나긴 인생에서 점과 같은 시간일 수도 있다. 그 짧은 시간에 보통의 전문직들이 하지 않는, 다른 전문직들과는 다른 선택을 해야 기존의 전문직 선배들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돈 되는 건 다하는구나'라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들린다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수년이 흐른 지금, 시간과 자산을 동시에 증식한 쪽은 그 이야기를 한 동료일까? 아니면 나일까?




 이 모든 것은 단 한 번의 선택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과거엔 평범한 전문직 종사자였고 막연히 법인생활을 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었다. 대부분의 전문직이 보수적 조직문화에 익숙해 이런 새로운 시도나 재테크에 둔감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험해 봐서 알 것이다. 조직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어떤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매년 젊고 똑똑한 뉴비가 탄생하고 우리도 결국 대체 가능하다.




 작은 결심, 선택만으로도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의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산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한번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남은 여생을 지금처럼 점점 휑해지는 M자 이마를 걱정하며 살 것인지,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인생이 될 것인지 결정된다. 인생을 건 모험이 아닌 최소한의 리스크만을 부담하며 올바른 선택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장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추월차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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