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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Jul 15. 2024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인텔 파운드리의 초창기 이야기

주력 사업의 호황기에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시키다!
- 삼성전자 파운드리

우리는 2017년 5월 12일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삼성 전자 반도체 부문의 아픈 손가락, 파운드리 사업이 팀에서 사업부로 독립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두 개 사업부를 세 개 사업부로 확대 재편성 하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파운드리 사업부의 독립을 꾀했던 것일까요?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가 경기 사이클에 심하게 영향을 받는 사업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에야 메모리 capex가 가장 큰 삼성전자가 가장 큰 수혜를 받겠지만 메모리 업황이 나빠지면 삼성 전자의 케파는 고스란히 타격으로 다가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엄청난 케파에서 오는 원가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별 다른 인위적 감산이 없이도 불황을 견디게 만드는 큰 힘이 되었지만 경기를 타는 불안한 업황을 타개할 묘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표준 설계가 존재하는 D램은 대체가 가능하고, 설계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재고 확보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D램 고객사는 제조사에게 대량의 물량을 구매하여 재고를 확보하고 이를 소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고객사에서 대량으로 D램을 구매할 때 형성되는 가격을 고정거래가라고 합니다. 전자기기와 스마트폰, 서버 등 메모리 반도체가 사용되는 사업들의 업황이 좋을 때에는 메모리 반도체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고정거래가가 상승하지만 이들의 수요가 침체되거나 혹은 글로벌 경제 이슈가 생겨 경기 자체가 경색되어 버리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악성 재고가 누적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투자한 엄청난 CAPEX는 고스란히 영업 손실로 잡히게 되면서 기하급수적인 적자의 늪에 빠지게 되죠.



글로벌 IT 경기의 등락에 따라 널을 뛰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으로 인해 사이클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메모리 사업 일변도의 사업구조로는 시장의 승리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시스템 LSI 사업부 산하의 팀으로 존재하던 파운드리 사업을 하나의 독립 사업부로 승격 시키면서 본격적인 파운드리 사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2017년은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발했던 시기였습니다. 삼성전자도 서버용 D램과 낸드로 재미를 한참 보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그야말로 갈퀴로 돈을 쓸어 담던 시기에 삼성전자는 또다른 도전을 시작했던 것이었습니다. 2017년 5월 12일,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DS 부문의 사업부 개편을 발표하면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독립을 천명합니다. 바야흐로 'TSMC - 삼성 파운드리' 첨단 공정 2파전 구도가 형성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독립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타사 대비했을 때에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불황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강력한 메모리 사업부가 뒷받침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메모리 사업으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캐시 플로우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라는 밑 빠진 독에 계속하여 물을 퍼부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이었습니다. 기존의 주력사업이 탄탄하게 뒷받침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들어간 것이죠. 그렇기에 초기에 발생되는 엄청난 투자 비용을 감당할 수가 있었습니다. 또한 파운드리 사업이 지금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의 지위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견조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아킬레스 건은 아이러니하게도 든든한 버팀목인 메모리 사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23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시기에 삼성전자는 평택 사업장의 4,5 공장의 건설을 일시 중단한 바가 있습니다. 2023년의 뉴스를 살펴 보시면 삼성전자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뉴스가 꽤나 자주 등장했던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메모리 반도체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으니 파운드리에 투자를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 디스플레이로부터 차입금을 끌어와서 투자를 이어가야 했을까요.


결국 굴지의 메모리 기업인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의 최대 약점인 사이클 지향 사업이라는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파운드리 사업은 본 사업이 궤도에 올라간 시기에 단행된 매우 적절한 진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초기 투자를 메모리 사업이 든든히 받쳐주었음에도 현재 삼성 파운드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면에는 작년 삼성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기록적인 부진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차입금까지 빌려가면서 어렵사리 파운드리 투자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경쟁자인 TSMC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죠.



어쨌든 현재 삼성에게 기대할 수 있는 측면은 작년 기하급수적인 적자 폭탄을 맞으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투자를 계속 이어나갔다는 점입니다. 현재 AI 반도체 붐을 타고 본격적인 호황 사이클에 올라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타사 대비 늘어난 CAPEX를 바탕으로 그간의 적자를 만회하고, 투자금의 파이를 늘려 파운드리로 흘러들어가는 마중물을 늘려 나간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게도 좋은 기회의 장이 열리리라 생각합니다.




주력 사업의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하여 파운드리를 선택하다
  - 인텔 파운드리

삼성 파운드리가 자사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에 사업부를 독립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면 인텔 파운드리의 경우는 주력 사업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대안으로 등장한 경우입니다. 또한 다른 차이가 있다면 삼성 파운드리는 2007년부터 시작되어 중단 없이 사업을 이어 왔다면 인텔 파운드리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2012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가 2018년 사업을 접었다가 다시 시작한 케이스입니다. 한 마디로 쓰디 쓴 실패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텔은 2012년 '인텔 커스텀 파운드리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인텔은 2011년 출시한 CORE I 시리즈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경쟁자 AMD를 사뿐히 밟고 CPU 시장을 독식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즉 인텔 파운드리의 출발점은 삼성전자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CORE I 시리즈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인텔이었지만 인텔이 지금까지 주력으로 해 오던 CPU 사업과는 사업의 생리 자체가 다른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들면서 여러 가지 시행착오에 직면합니다.


일단 파운드리 서비스는 외부의 IP를 확보하여 그 IP로 설계하는 팹리스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는 사업입니다. 즉 파운드리 사업은 IP(설계자산) 확보의 싸움이라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X86 뽕에 취해있던 인텔은 지극히 폐쇠적인 태도로 파운드리 사업에 접근했습니다. 자사의 IP를 공유하지도 않았고, 타사의 IP를 확보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었습니다. 몇몇 X86 아키텍처를 기반하여 설계하는 소수의 고객사만을 확보했을 뿐 인텔 파운드리는 고객사 확보에 실패하며 쓰디쓴 실패의 잔을 들이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인텔의 새로운 CEO로 선임된 기술 통 팻 갤싱어는 인텔 IDM 2.0을 선언하면서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합니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 지난 실패를 교훈삼아 자사의 X86 자산의 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보다 오픈 마인드로 리스크 파이브나 ARM 설계 자산들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하여 IP 확보에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그리고 기술개발에도 박차를 가하여 현재 1.4 나노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표면상으로 보면 매우 순항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주요 파운드리 중 최초로 HIGH NA EUV 노광장비를 획득하기도 합니다. 흘러나오는 뉴스만 보면 인텔 파운드리의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인텔 파운드리의 앞날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텔 파운드리는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 이후 꾸준한 적자를 기록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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