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르는 내용은 아마도 인텔의 몰락, 삼성전자의 위기, 그리고 엔비디아와 SK 하이닉스의 부상일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AI 의 출현과 함께 시작된 반도체 업계 내의 격변입니다. 그 누구도 CPU의 최강자 인텔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도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의 후발주자로 밀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통의 강자 인텔과 삼성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반면 신흥 강자인 엔비디아와 SK 하이닉스의 선전은 시장에 놀라움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전통 강자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신흥 강자들을 전면으로 나서게 했을까요?
오늘은 삼성전자, 인텔 오너들과 SK하이닉스, 엔비디아 오너들의 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1. 미래엔 반드시 열릴 시장에 대한 결단력과 뚝심
주식회사 체계 내에서 오너의 영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기업 오너의 결정은 때로는 한 기업의 명운을 판가름하기도 합니다. 옳은 결정은 기업의 체질을 건강하게 유지시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게 하지만 옳지 못한 결정은 한 기업을 존폐의 기로 가운데로 밀어 넣기도 합니다.
옳은 결정을 하기 위해선 첫째, 오너에게 시대를 읽을 줄 아는 탁월한 식견이 필요하고요. 둘째, 자신의 식견을 행동으로 옮겨 기업 전체를 하나의 가치를 향해 달려나가게 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누군가는 정확하게 읽고,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갔다면 누군가는 잘못 읽고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반된 결과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먼저 잘 된 경우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엔비디아입니다.
엔비디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AI 가속기의 최강자입니다. 그 누구도 반론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2023년 기준 AI 가속기 시장 점유율은 말 그대로 엔비디아 천하입니다. 97.2% 이 스코어는 사실상 이 시장은 엔비디아 말고는 발 붙일 틈이 없다는 이야기이죠.
물론 이 보이지 않는 틈을 벌리기 위해 AMD와 인텔을 비롯한 메이저 플레이어들이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저가 영역에서도 많은 NPU 업체들이 도전해오고 있지만 당분간 엔비디아의 AI 아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철옹성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윤 무엇일까요? 바로 리더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젠슨 황은 일찌감치 GPU의 병렬 연산이 AI 연산에 유리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 AI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부터 CUDA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 차후 열리게 될 AI 시대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습니다.
물론 초창기의 쿠다는 어떻게 하면 엔비디아의 GPU에 대한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측면이 큽니다. 또한 AI 연산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도 아니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인 PC 및 게이밍 PC 시장에서 빠르게 엔비디아 GPU의 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유지하는 데에 CUDA는 지대한 공을 세웠습니다. 또한 CUDA는 향후 엔비디아 GPU 가속기를 사용하는 데이터 서버에도 일괄 적용되면서 엔비디아가 서버용 AI 가속기 시장의 대체불가 회사가 되는 데에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됩니다.
이렇게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는 데에 성공한 엔비디아는 2011년 시리즈 첫 서버용 GPU 가속기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AI 가속기 시장을 개척해 나갑니다. 2012년에는 알렉스넷 신경망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서버용 GPU 가속기와 CUDA에 이식하여 본격적인 AI 연산 성능 향상을 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매년 아키텍쳐가 바뀔 때마다 AI 가속기 모델도 함께 출시하면서 내일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이 2022년 12월 챗 지피티의 출현과 함께 본격적으로 수확되기 시작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이 모든 일련의 흐름 가운데에 젠슨황의 시대를 읽는 능력과 시장이 생각만큼 확장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믿고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인 뚝심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레거시 반도체 기업들을 위협하는 사례는 메모리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SK 하이닉스입니다.
SK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 나라의 반도체 산업을 책임지는 두 기둥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D램의 30% 가량을 책임지고 있고, 낸드플래시는 약 20%남짓의 점유율로 업계 2위입니다.
삼성전자 D램과 경쟁하던 현대반도체가 IMF체제의 타격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부도위기에 몰리게 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분사하여 탄생한 기업이 바로 하이닉스였습니다. 이를 SK 그룹에서 인수하여 지금의 SK 하이닉스가 되었습니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사실 현대 그룹에서 분사된 그 순간부터 생존의 기로에 서 있었습니다.
당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던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과 삼성전자의 틈바구니에 끼어 있던 하이닉스는 IMF 사태 여파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존폐 위기까지 몰려있었던 기업이었습니다. 이런 생존의 기로에서 하이닉스는 포기하지 않고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매각처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섰고 SK 가 인수하면서 회생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AI 와 관련한 연혁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7년 하이닉스에서는 TSV 개발팀을 만들고 3DS D램 개발 팀을 만드는 등 D램 적층 기술에 대한 연구가 시작됩니다. 첫 접근은 닌텐도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닌텐도 게임기에 사용되는 메모리의 대역폭을 확장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과 함께 메모리 적층에 대한 이슈가 제기되었고, SK 하이닉스가 AMD와 협업하여 적층 D램에 대한 개발에 들어갑니다.
2013년 드디어 HBM 1세대 제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HBM이 각광을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HBM 4개를 탑재한 모델과 GDDR 12개를 탑재한 모델을 비교했을 때 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고, 무엇보다 GDDR이 HBM에 비하여 제작 난이도가 낮고 단가 또한 비교할 수 없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HBM은 개발 초창기에 계륵 취급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SK 하이닉스의 경영진은 한 가지 결단을 내리는데요. 10년동안이나 HBM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것입니다.
GDDR과 비교했을 때 가격과 생산 난이도가 높고 수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계륵 취급을 받는 제품군이 바로 HBM이었습니다. 게다가 HBM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 시장이 막 개척된 상황이라 전체 매출이 1조도 넘지 않는 매우 작은 시장이었습니다. 수많은 신기술들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시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HBM도 초창기에는 충분히 사장시킬 수 있을 만한 미미한 시장성이었습니다.
하지만 SK 하이닉스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뚝심을 가지고 개발과 성능 개선에 매진했습니다.
그 결과 현재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HBM의 과반수를 SK 하이닉스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이지만 HBM에서만큼은 1위 삼성전자를 후발주자로 밀어놓고 독주 중입니다. HBM 메모리가 생성형 AI 폭발기인 현재 대안 메모리로 떠오르면서 SK 하이닉스는 지난 10년간의 고생의 보상을 톡톡히 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 보고, 뚝심있게 시장을 개척하고, 그 시장을 발전시켜 나갔던 오너들의 결단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레거시 반도체 최강자의 상황은 어땠을까요?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 시간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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