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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ug 13. 2015

무주 산골영화제 1

멀리 떠나는 플리마켓은 어때?


멀리 떠나는 플리마켓은 어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나는 몇 번의 경험으로 금방 플리마켓의 재미가 생겨 다른 곳은 어떤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서울을 비롯한 수많은 지역에서 매주 셀 수 없이 많은 플리마켓들이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소시장 같이 큰 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도 있고, 또 아주 작은 곳에서 적은 수의 셀러가 여는 플리마켓도 있고, 개천이든 공터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플리마켓들은 각각 너무나 특색 있고 재미있어 보여서 날짜만 된다면 정말 상관없이 아무 곳이나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할 정도였다. 그래서 하루 종일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사람들의 후기를 읽고, 재미있어 보이는 플리마켓은 어떤 신청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도 알아보았다. 내내 컴퓨터만 들여다보느라 눈알이 빠질 것만 같았다.


  그렇게 수많은 플리마켓 소식들을 구경하다가 무주 산골영화제에 플리마켓이 열린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산들산들 마켓이라는 이름을 가진 플리마켓은 무주 산골영화제 기간 중 3일 동안 활동할 수 있는 셀러가 필요하다고 했고 나야 넘치는 게 시간이니까 정말 좋은 기회로 느껴졌다. 뭐든지 재미있어 보이는 일은 주저 않고 시작하는 나였지만 막상 신청하려니 왠지 겁이 났다. 영화를 좋아해 무주 산골영화제는 들어보았지만, 사실 무주라는 곳은 가본 적도 없고 플리마켓에 가려면 나 혼자 가야 하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삼일 밤낮을 함께 지내며 플리마켓 활동을 한다는 게 정말 괜찮은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먼 곳에서 긴 시간 동안 열리는 플리마켓이라니, 나는 또 다시 '처음'을 눈 앞에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근데 말야, 고민하면 뭐하겠어. 하면 하는 거고 안 하면 안 한다는 간단한 이야기로 끝날 텐데. 내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던 엄마는 신청해도 다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왜 고민하냐고, 일단 신청하라고 말해주셨다. 그래. 내가 된다는 보장도 없는데 왜 이렇게 유난인지. 마음을 가볍게 먹고 신청서를 꼼꼼하게 쓰기 시작했다. 독립 출판한 그림책 7권과 내용, 엽서들과 캘리엽서, 플리마켓에서 어떻게 작업하는지 사진을 엄청 많이 넣었다. 플리마켓을 준비는 보따리단에게 이 신청서는 어떻게 보일까? 전전긍긍하면서 기다린 끝에 참가 확정이 왔고, 나는 6월의 첫 주말을 무주에서 보낼 나를 떠올리며 하늘색 여행용 트렁크를 큰 걸로 하나 샀다.


  산들산들 마켓에 참가하기 위해서 무주 산골영화제에 도착했던 날, 전국은 메르스로 떠들썩했다. 평소에도 건강염려증이 있는 것 아니냐 놀림 받을 정도로 이런 일에 신경 쓰는 나는 일회용 마스크라도 한 움큼 챙겨갔고 무주로 내려가는 아침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낀 채로 수없이 세정제로 손을 닦았다. 뉴스에서는 하루 종일 나오는 메르스에 대한 소식이 쏟아져 나오고 걱정이 많은 나는 더욱 더 걱정이 많았다. 메르스도 걱정이고, 사람들이 무주에 영화를 보러 오러 올까도 걱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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