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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ug 19. 2015

무주 산골영화제 2

여기는 아주 좋아


여기는 아주 좋아


  당장 내가 메르스를 물리칠 수는 없었지만 산들산들 마켓에 3일 동안 참가하며 다른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며 걱정을 조금 뒤로 미루었다. 하루 종일 같이 마켓을 하다가 숙소도 같이 써야 해서 친해질  수밖에 없었는데, 다른 셀러분들과 보따리단분들이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더 금방 친해졌다. 명색이 영화제에 간 플리마켓인데도 비가 온 날은 너무 추워, 해가 쨍쨍한 날은 너무 더워 영화는 찰리 채플린 영화로 딱 한 편 보고 매번 숙소에 들어와 쉬었다. 그렇게 다 같이 씻고 누워 별 거 아닌  이야기하면서 웃고, 또 아직 플리마켓에 미숙해 여러모로 당황하는 일이 많은 내게 이리저리 알려주는 이야기도 들으며 매일 밤을 웃음소리로 채웠다.


  산들산들 마켓에는 바느질을 해서 인형을 만드는 사람들도, 예쁜 모자와 소품들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 모습을 그려 배지로 만들어주는 사람들도, 손재주가 좋아 직접 만든 예쁜 소품을 가득 들고오 사람들도 있었다. 또 드라이플라워를 작고 귀여운 소품으로 꾸려온 사람과 TV 드라마 제목으로 사용된 캘리그래피를 쓴 사람도 있었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상품들이 눈 앞에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구경하다 공룡 한 마리와 머리끈 몇 개, 예쁜 파우치와 발찌까지 엄청 많이 사왔다. 그리고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이리저리 캘리를 많이 써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림책들은 마음껏 읽고 가시라고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는데 영화제의 어떤 스태프 분은 작은 틈이 났을 때 내 옆에 앉아 가만히 책을 읽고, 책의 어느 부분을 사진으로 찍기도 하면서 책들을 꼼꼼히 읽어주셨다. 이 부분은 이게 참  좋아요-라는 말을 몇 번씩 해주시면서. 어떤 분은  스물여섯 동갑내기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책을 안겨주었는데 다음날 두 분이 함께 마켓에 다시 구경을 오셨다. 캘리엽서를 만들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던 어느 분은 손재주가 좋아서 이런 것도 잘 쓰나 봐,라고 말씀해주셨다. 누구나 배우면 잘 쓸 수 있어요 라고 답했지만 그래도 좋은 손재주라고 꼭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다.


  하지만 무주에서도 누군가는 이런 걸 팔면 누가 사냐고 물어보기 하고, 내가 가져간 독립출판물을 보고 '김정희'는 왜 쓰여져 있는 거야?라고 묻기도 하고, '나는  스물여섯 살이 아니라 못 사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책은 나와 내 친구들이 만들어서 이름을 써놓은 거라고, 내가  스물여섯 살이고 지금 이 시기의 이야기라 제목에  스물여섯이 들어간다고 설명드리면 얼마나 놀라시는지. 눈 앞에 만든 사람이 있을 때는 누구나 책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준다. 누군가에게는 결코 필요 없는 그림책과 엽서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그림책과 엽서를 통해서 사람들과 웃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내가 더 많이 얻어오는 플리마켓에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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