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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ug 25. 2015

그림공책을 만들자

이거 공책이에요?


 공책이에요?


  진열된 그림책을 보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했던 말 중 하나가 공책이냐고 묻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는 내 그림책이 표지가 재미있는 어떤 공책이라고 상상하기 쉬웠던 것 같다. 오히려 나는 그림책이에요 라고 말할 때마다 놀라는 사람들의 표정이 더 재미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책이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림책은 두고두고 읽을 수는 있지만 자주 꺼내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 테고, 실용적이지 않기도 하니까. 공책이 되면 더 자주 들고 다니니까, 사람들은 일상 곳곳에서 그림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득 안고 무주에 다녀와 가장 먼저 작업했던 게 그림공책이었다. 그림책과 공책을 합쳤으니까 그림공책. 책을 딱 펼쳤을 때 왼쪽에는 그림책이 있고, 오른쪽에는 공책이 있도록 작업하기로 했다. 원래 그림들과 내용들은 가로로 긴 판형으로 준비된 거라 한쪽에 그림과 글을 모두 넣으려면 위치도 많이 바뀌고 사이즈도 많이 바뀌지만 그래도 공책을 만든다고 내용을 조금이라도 빼고 싶지는 않았다. 작으면 작은대로도 그림책은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까 이리저리 줄여 넣기 시작했다.


  오른쪽 노트는 빈 종이로 둘까 하다가 격자무늬를 넣었다. 줄글도 쓸 수 있고, 자유롭게도 쓸 수 있으려면 격자무늬가 제격인 것 같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수정을 하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이 정도는 어떤지, 이런 느낌은 어떤지 물어보면서 수정을 거쳤다. 그림책은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모양새로 만들었다면, 그림공책은 주변 사람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기로 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 공책을 어떻게 쓰는지 물어본 적이 없어 질문이 점점 많아졌지만 그래도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했다.


  그림공책은  <스물여섯, 너에게> 시리즈를 다시 구성하며 작업했는데, 그림공책의 제목에는  스물여섯이라는 나이는 빼기로 했다. 그림책은 순전히 나의 스물여섯을 보여주는 거라면, 그은 이 그림공책을 채워나갈 사람의 것이기에 재미있고 편하게 쓸 수 있다면 충분하지 여기서 나이는 아무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세 권의 그림공책을 완성했다. 완성한 후에는 그림공책을 만드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많아던 진실이와 유리에게 한 권씩 선물하고, 캘리 선생님께도 보내드렸다. 작은 작업이 연이어져 벌써 내 손에는 여러 가지 책이 있다. 나는 사람들을 보며 어떤 책이 당신에게 가장 좋은 책일까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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