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 Sep 01. 2015

함께하는 전시회

그림들 속 그림책을 발견하세요


그림들 속 그림책을 발견하세요


  문득 전시회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다. 주제가 정해진 전시회는 아니었고, 유명한 작가가 아니어도 참가할 수 있는 전시회 같았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단체전시회였는데, 그림책도 전시할 수 있는 건가? 호기심이 생겨 먼저 참여가 가능한지 메일을 보냈다. 그동안 만들어온 그림책들 사진도 넣고, 캘리엽서 사진도 넣고, 만약 그림책을 전시한다면 그림책의 특성을 살려 그 자리에서 관람객이 직접 읽을 수 있도록 설치되었으면 한다고 내용을 써 내려갔다.


  전시회에 참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천부터 샀다. 빈 테이블을 주시면 그 위에 천을 깔아놓고 그림책과 엽서들을 올려놓으려 해서, 어떤 천을 고를까 고민 고민하다가 꽃이 놓인 린넨천과 무늬가 예쁘게 어우러진 탁한 민트색 천을 2마씩 샀다. 그리고 무주에서 데려온 공룡인형도 데려다 놓으려 챙겨두고, 캘리엽서를 여기저기 흩뿌려 놓을 수 없어 한데 담을 수 있도록 나무를 엮어 만든 바구니도 샀다. 한번에 엽서 3개를 넣을 수 있는 큰 액자도 샀다. 엄마는 그런 내 모습에 이것저것 작게 시작하는 줄 알았더니 점점 일을 크게 만든다고 하셨다.


  '그리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시회의 포스터와 작은 엽서도 한가득 받고 나서야 정말로 전시회에 참여하는구나 정신이 번쩍 차려진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또 짐도 한아름 안고 전시회 준비를 하러 갔을 때는 이미 다른 분들은 거의 다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전시회는 원래는 병원이었지만 지금은 비어 있는 장소에서 열린다. 벽이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어 그림이 많은 전시에 좋은 장소처럼 보였다. 나는 가운데에 놓인 나무 박스에 천을 두르고 그림책도 올리고, 그림공책도 쌓아두고, 캘리엽서도 올려놓았다. 전시기획자님의 추천으로 박스 곳곳에 좋아하는 문구로 써둔 캘리엽서도 붙여놓았다.


  전시회는 비 오는 날 시작되었다. 멋진 그림들이 참 많아서 나도 여러 번 전시회장을 돌며 꼼꼼히 구경했다. 작가분들과 인사를 할 때도 그분들과 그림을 연결해가며 많은 것을 상상했다.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전시회에 오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궁금한 친구들이 먼저 물어봐주어 서울숲에서 열린다 주소를 살짝 알려주기만 했다. 이번 전시회는 내 친구들이 많이 와서 축하해주는 것보다, 모르는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의 그림책을 읽고 좋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만 마음에 두었다. 각기 다르고 멋진 그림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 그곳에서, 내 그림책도 발견해주면 좋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공책을 만들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