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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 Apr 05. 2016

4컷의 수다쟁이

카드 네 장에 마음을 담아내면




카드 네 장에 마음을 담아내면


  재미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우리두레에서 다현이도, 성곤오빠도, 다미도, 현묵이도 자신의 새로운 창작물을 들고 오는데 나는 지나온 과거가 담긴 글을 쓰고 있으니 심심했다. 재미있는 일 그리고 지금 여기를 담아낼 수 있는 일이 하고 싶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내 생각을 담은 캘리 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그렇지만 또 너무 많은 말을 담는 것도 싫었다. 딱 네 장의 작은 카드에 이런저런 생각을 캘리로 쓰고, 작은 낙서들을 곁들인다면 충분할 것 같았다. 메모했던 생각들을 재구성하고, 색연필로 색색 채워 넣은 후에 이름을 붙였다. 이건 4컷의 수다쟁이야.


  4컷의 수다쟁이는 우리두레 친구들에게 매주 3세트씩 보여줬다. 우리두레 친구들에게 보여줄 때는 한 번에 카드 하나씩, 직접 읽어가며 책상에 내려놓았다. 친구들은 카드마다 자신의 이야기로 이해했고, 우리는 한 번 더 웃고 떠들었다. 우리두레와 함께 여름을 보내며 재미있고 즐겁게, 내가 잃어버릴까 걱정되는 많은 생각들을 꾸역꾸역 4컷의 수다쟁이를 만들었다.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는 도통 쓰지 못하고, 생각도 나지 않아 대부분의 카드들은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로 채워졌다. 나도, 우리두레 친구들에게도 희망과 온기는 항상 필요하니까.

  어느 날은 엄마에게 들은 소중한 말을 쓰기도 했고, 나 스스로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말도 썼다. 고마운 일이 생길 때도 꼭 메모를 남겨 만들어 놓았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지만, 다시 보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기도 했다. 나의 많은 시간이 카드 속에 녹아있었다. 이를 테면, 4컷이 수다쟁이 4번째는 '누군가는 비보잉을 추고/누군가는 왈츠를 추고/누군가는 탭댄스를 추면서/저마다 가진 삶의 속도를 즐기며 살자'였고, 9번째는 '나는 다르게 사는 걸까?/고민하다가/누구나 다르게 산다고/생각했다'라는 식이었다. 내일에 대한 고민들로 머릿속이 아득해질 때 내가 나를 위해 만든 위로는 이런 두 개의 카드가 되었다.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아침 일찍 나가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일상 속에서 4컷의 수다쟁이를 작업하는 시간은 너무 즐거웠다. 싫어하는 일을 너무 많이 해야 하는 세상에서 좋아하는 일을 만들어두고 쉬는 날, 나를 위해 할 수 있어서 더 뿌듯했다. 흘러가는 많은 순간들을 여기에 담아내야겠다고, 소중하게 간직해야겠다고 욕심을 잔뜩 부렸다. 그렇게 매주 3세트씩이 우리두레에 가져갔던 4컷의 수다쟁이는 여름이 저물어 끝날 때는 거의 50세트를 완성할 수 있었다. 50개보다 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담아내며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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