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잉크 Jun 24. 2021

"책으로 출판할까 싶어요"

머리말 | 인차이나 in CHINA

IMF를 거치며 평생직장은 옛말이 되었다. 앞으로 평생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떠들던 것이 얼마나 됐을까? 이제는 그 직업마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이제 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65%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기존 직업의 상당 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국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10년간 장래희망 1위를 지켜온 교사 대신 운동선수가 1위에 올랐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나 유튜버처럼 고액연봉으로 화제가 되는 직업군도 상위를 차지했다. 어릴 적 내 꿈이 대통령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빨라도 너무 빠르다. 급변하는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지표로 삼아야 할까? 분명한 것은 직업이 바뀌고 꿈이 달라질지 몰라도 쉬운 성공은 없다는 것이다. 길지 않은 인생을 돌아보면 다양한 직군을 경험해왔다. 아동교육 컨텐츠 개발자에서 매거진 발행인으로 한 발 나아가 애니메이션 제작과 O2O 플랫폼 개발, 그리고 IP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한 우물만 파도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에 혹자는 일관성 없다고 평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것은 본격적인 콘텐츠 비즈니스로 나아가기 위한 단계별 프로젝트였다. 각각의 작은 성공이 있었기에 다음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고 지금의 글로벌 비즈니스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서 성공이란 기준은 철저히 나의 기준이다. 마치 예술가와 같다. 도자기 장인은 오랜 시간 공들여 뜨거운 불속에서 도자기를 구워 내지만 티끌이 하나라도 있으면 벼락같이 도자기를 깨어버리고 다시 시작한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혼신을 기울여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바라보며 흐믓해하는 예술가의 자기 만족처럼 나의 만족을 위해 목표를 정하면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했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는 중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 한 달 이상을 지내며 200개 넘는 회사와 미팅을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그 과정은 생각보다 고통스럽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고 검증하며 스스로를 먼저 설득한다. 몇 날 며칠이 걸려도 확신이 들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았다. ‘문제가 안풀리면 계속 씹고 있어라.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씹다 보면 풀리기 마련이다’ 누군가 들려줘 좋아하는 문구처럼 고민을 거듭하고 계속 씹고 있으면 하나씩 문제가 풀렸다. 


특히, 사업을 하면서 공식처럼 적용하는 나만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칙이 있는데 20대에 일찍이 깨달은 덕분에 작은성공을 이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잠시 소개하면 첫째, 명분이 있는 싸움만 해라. 둘째, 상대의 힘보다 내 힘이 더 클 때 싸워라. 셋째, 내 힘이 작다면 상대보다 더 키울 수 있는 모든 자원, 인력을 끌어들여라. 마지막 넷째, 내부에서 무너지지 않도록 잘 점검해라. 한마디로,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흔한 진리지만 거꾸로 말하면 이길 수 있을 때까지 준비해 싸우는 것이다. 명분이 없다면 판을 바꾸어 명분을 만들고, 상대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어 내 편을 만들었다. 


나만의 싸움의 법칙은 뉴욕의 투자자 앞에서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꿈을 말할 때도, 만리장성처럼 굳게 쌓아올린 중국의 그룹 부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도 통했다. 사드로 인해 국내 대기업도 철수하며 모두가 어려워하던 시절 우리는 중국의 No1. 기업과 IP계약을 성사했다. 한국의 작은 회사가 기록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사상 최고액이었다. 사실 그것은 단순한 IP계약이 아니었다. IT가 결합된 O2O 플랫폼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것이었고, 비즈니스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었다. 중국 거대기업은 계약을 빌미로 직접 중국시장에서 증명해 주길 바랬고, 많은 이들의 걱정을 무릅쓰고 적의(?) 심장부로 들어갔다. 


하지만 전중국 300여개 직영유통망을 가진 거대 기업도 국가 정책 앞에서는 소용없었다. 한국산이란 이유로 IP 사용 전면 금지. 계약이 백지화될 수 있는 위기 속에서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오히려 팀을 꾸려 돌고 도는 우회길을 선택하면서 2년간 인정받고 가치를 증명받았다. 그 결과 우리가 제안한 ‘위조위락’이 그룹의 슬로건이 되었고, 비즈니스 체질 개선까지 이루었다. 마침 사드가 끝나 외면받았던 우리의 IP는 전중국에 확산되고 있다. 더욱 두터워진 신뢰 속에 제안받은 재계약, 하지만 나는 러브콜을 뿌리치고 다시 세계로 나왔다. 내게 도전하고 싶은 새로운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작은 성공들은 나만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었다. 이 책을 쓰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함께 만들어가는 성공을 늘 염두에 두는데 운이 좋은 덕분인지 좋은 팀, 좋은 조력자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이 책에는 중국시장을 경험하며 만났던 여성 리더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중국 거대기업에 직접 들어가 배웠던 값진 경험들이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 조그만 힌트가 되길 바란다. 중국시장을 비롯한 글로벌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혹은 N포세대라 불리는 어려운 시대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꾸며 노력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욕심 내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