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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정 Oct 15. 2024

점쳐진 나의 미래

혼자 사주를 보고 왔다. 평소에 사주를 잘 믿진 않는다. 그동안 친구 따라 재미 삼아서 두어 번 본 게 전부였다. 이번엔 지푸라기만 한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간 것이었다. 혹시 작년과 올해 내 사주에 뭔가 안 좋은 게 있는 건지 궁금해서.

이제 겨우 30대 중반인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끊임없이 몸이 아팠다. 사람은 보통 30대 중반에 급격한 노화를 한번 겪는다고 들었다. 나도 그런 건가 싶었지만, 막상 내 주변에 나만큼 비실 대는 친구는 없었다. 노화의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상담을 해보니 사주 아주머니가 용하다거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그런 맛은 없었다.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작년이랑 올해 건강운이 안 좋네. 내년부터는 그래도 풀릴 거야."였는데, 아주머니는 "작년, 올해, 내년까지 쭉 자잘 자잘하게 아플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심지어 그 이후에도 잠깐만 괜찮아질 뿐, 앞으로 5년 뒤까지 계속해서 아플 거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실망했을까? 물론 앞으로 안 아플 거란 말이 훨씬 반가웠겠지만, 마음은 오히려 편해졌다. 앞으로 계속 아플 거라는 걸 받아들이고, 아플 때마다 "또 시작이군."이라고 덤덤하게 말할 용기가 생겼다. 일단 운명이 내 몸을 계속 아프게 할 예정이라고 하니 어쩌겠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뿐. 100번 아플 운명을 그나마 50번 아프도록 최선을 다해 줄이는 수밖에.


사주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들을 내비치기도 했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사주를 보면 그 결과에 너무 의존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사주에 새겨진 나의 운명이 맞든 아니든 간에 어차피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그 결과에 의존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내 미래에 대해서 딱 이만큼 흐린 정보를 얻었는데도 제법 힘이 난다. 사주 아주머니의 말이 맞든 틀리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가 않다.





커버 사진/ Olympus PEN E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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