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쓰기 입문 클래스, 온정의 '쓰담쓰담'
작가님의 마음이 머무는 문장 하나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이유는요?
‘꽃이 피면 알게 될 것이다.’
류시화 선생님의 산문집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힌디어로 된 격언을 번역한 문장인데, ‘지금은 나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설명할 길이 없어도 언젠가 내가 꽃을 피우면 사람들이 그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라고 하네요.
좋아하는 문장이야 워낙 많지만, 이 문장은 특히 제 카톡 프로필 문구로 쓴 지 4년이 넘었어요. 짧고 강렬한데 여운을 남기고, 또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지요. 불안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현재의 나에게 힘을 주는 문장이고요.
글쓰기, 에세이 쓰기를 통해 어떤 성장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삶을 정리하고, 재구성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 삶은 그냥 흘러가 버리잖아요. 내 삶을 잘 안다고들 생각하지만, 실은 머릿속에 그저 뿌옇게 퍼져있는 상태거든요. 글로 쓰면 삶이 정돈되더라고요.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어떤 점이 즐겁고 좋았는지. 그렇게 정리하다 보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좋을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되고요.
한 마디로 나 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알아가는 과정인 거죠.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결국 내 안의 상처들도 어느 정도 치유가 됩니다.
에세이 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온정 《방황의… 네, 농담이고요.
좋아하는 에세이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시절에 인상 깊게 읽었던 책 위주로 추천해 드릴게요.
고수리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다큐멘터리 <인간극장> 작가 출신인 고수리 작가님의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글을 좋아합니다. 진정한 ‘이야기’가 담긴 글은 이런 거구나.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도, 억지로 감성을 끌어내지 않아도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 있구나, 느끼면서 읽었던 기억입니다. 나의 상처를 글로 드러낼 용기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배웠습니다.
작가님의 《고등어 :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바다처럼 짰다》도 추천합니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개인적으로 소설가의 산문집을 참 좋아합니다. 이 산문집에는 김연수 작가님 개인의 이야기와 더불어, 작가님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문장들이 인용되어 실려있는데요. 동네 삼촌이 들려주는 듯한 사사로운 이야기들…이 주된 소재이지만 한 번씩 예사롭지 않은 문장으로 허를 찌릅니다. 작가님 특유의 문체가 매력적입니다.
평범한 이야기를 소재로 어떻게 풍성하고 재미있으면서도 여운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참고가 될 만한 책입니다. ‘나만의 문체를 갖고 싶다’라는 욕심을 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슬아 《끝내주는 인생》
사실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만, 솔직함의 수위가 무척 높은 편이라 조심스레 우회하여 《끝내주는 인생》을 추천합니다. 이슬아 작가님의 글은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다는 게 무엇인지’ 생생히 보여줍니다. 작가님만큼 솔직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쓰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지요. 게다가 이슬아 작가님은 누구보다 성실하게 글 쓰는 작가이므로 그 자세부터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쓰는 사람의 시선에서 본 이야기일 뿐이고요. 독자의 눈으로만 본다면 진솔함이나 성실함, 다 떠나서 이슬아 작가님의 글은 그저 유쾌하고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입니다.
글쓰기, 에세이 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세상에는 노력으로 안 되는 일투성이잖아요. 글은 부지런히 쓰다 보면 반드시 한 뼘이라도 성장하더라고요. 글쓰기 실력도, 또 삶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도요.
‘쓰는 사람’이 되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똑같아 보이는 하루도 카메라 들고 여기저기 사진 찍듯 포착해 낼 수 있어요. ‘왜 나에게만 이렇게 힘든 일이 닥쳐오는 거야?’ 싶고 세상이 원망스러울 때도, 내 감정을 글쓰기로 표현하고 사람들과 나누며 서로 도닥일 수 있고요.
여러분도 꼭 그 세상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용기 내어 일단 써보시기를 바라요.
- 이상, 글쓰기 예찬론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