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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터뷰 (1)

에세이 쓰기 입문 클래스, 온정의 '쓰담쓰담'

by 온정
‘누구나 쓸 수 있다’는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쓸 수 있다고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에도 자주 밝히지만, 저는 이과 출신입니다. 에세이를 제대로 쓰기 전까지는 가장 많이 쓴 글이 편지였어요. 그만큼 각 잡고 글을 써본 경험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 저도 이렇게 쓰고 있는걸요. 기술적인 면은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오히려 이과생의 눈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도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잘’ 쓰기는 쉽지 않겠지요. 하지만 글쓰기야말로 꾸준함과 노력만 있다면 조금씩 나아지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쓰는 시간보다 고치는 시간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거든요. 고칠 수 있다는 게 글쓰기의 큰 장점이지요.

옛날에는 ‘펜, 종이만 있으면 글을 쓸 수 있다’고 했었죠. 지금은 펜과 종이조차 필요 없습니다. 핸드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무수한 메모를 남길 수 있으니까요. 어디에든 자신의 글을 공개할 수 있고요. 누구든 의지만 있다면 쓸 수 있습니다.



작가님이 처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세계 여행자가 되는 게 저의 20대 때 꿈이었어요. 자연스레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었고, 그때부터 ‘세계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아요.

여행 에세이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쓰기의 맛을 알게 되었죠. 세계 여행자가 되겠다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에세이를 써서 언젠가 책을 내겠다는 꿈은 결국 이뤘습니다. 첫 에세이, 『미서부, 같이 가줄래?』는 제 꿈의 첫 결정체인 셈이죠.

다시 말해, 에세이가 먼저가 아니었어요. 여행이 먼저, 에세이가 그다음이었죠. 그 이후에 쓴 책들도 마찬가지예요. 삶이 먼저였고, 그것이 글쓰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쓰는 삶을 살다 보니 이제는 에세이가 먼저일 때도 많아요. 에세이로 쓴 이야기가 제 복잡한 삶을 정리해 준다거나, 일상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요. 삶이 있는 한, 누구나 에세이를 쓸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고 견해가 있고 경험이 있으니, 누구든 쓸 수 있지요. 원래 쓰는 사람이어서 쓰는 것이 아니고요.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에세이 출간을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요?


제가 출판사는 아니니 그 입장을 명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투고를 통해 출간에 성공한 경험들을 토대로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 특정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글일수록 출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글을 쓸 때는 특정한 한 명을 내 눈앞에 앉혀두었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라’라는 말을 들은 적 있거든요. 출판사에서도 출간 여부를 고려할 때 보통 타깃 독자를 명확하게 두더라고요. 초보 작가라면 애매하게 ‘남녀노소를 다 만족시키는 글’보다는,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30대’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신혼부부’처럼 명확한 독자를 두고 쓰는 게 출간과 더 가까워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내가 쓴 글과 결이 잘 맞는 출판사를 찾는 겁니다. 첫 책을 낼 때 정말 많은 출판사에 투고를 했거든요. 여행 관련 책을 한 번이라도 낸 출판사는 몽땅 찾아서 메일을 보냈는데, 역시 그런 경우에는 출간까지 이어지지 않았어요. 대신 서점에서 직접 책을 살펴보고, ‘이 책은 내가 쓴 책과 결이 비슷하구나’하고 느꼈던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두 번째 책도 마찬가지였고요.



삶의 순간에서 글감은 어떻게 발견하시나요?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들이 글감이 됩니다. 산책하다가, 요리하다가, 글씨 쓰다가, 냉장고 문을 열다가, 운전하다가,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밥을 먹고 시계를 보다가… 수시로 메모장을 켭니다. 별거 없어 보이는 일상 속 이야기들이 오히려 좋은 글감이 될 때가 많더라고요.

이제는 제 온몸의 신경이 글감을 포착하기 위한 하나의 레이더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상황을 만나든 ‘글로 쓰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부터 하거든요. 무심히 지나치던 일상 구석구석에 시선을 조금 머무르기만 해도 결국 나의 무의식 속에 입력이 되더라고요. 무의식이 기억하는 순간들과, 제가 메모해 두었던 작은 조각들이 모여 나중에 하나의 글로 완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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