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넌지시 글쓰기 관련 에세이 집필을 제안한 적 있다. 물론 작법서 종류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못 한다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겠냐며.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에세이 쓰기에 아주 적합한 소재다. 그래야 즐겁게, 또 풍부하게 쓸 수 있으니까. 내가 평소 글쓰기에 대해 워낙 많은 고민을 하고, 글 쓰는 일을 그 어떤 일보다 사랑하고,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도 진심이기에 아마 출판사에서 그런 제안을 했을 거다. 내가 글쓰기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이만큼 사랑했다면 무조건 그에 대해 글로 썼을 것이다. 그러나 글쓰기에 대해 글로 쓰는 건 보통의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글쓰기를 소재로 책을 쓸 생각은 없다. '쓰는 법'이 아니라 '쓰는 행위 자체'를 쓴다 해도 그렇다.
집필은 물 건너갔지만, 이번에 에세이 클래스를 준비하며 글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글쓰기 이론은 배운 적이 거의 없다.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 체득한 게 대부분이었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런 눈으로 보려고 무진장 애쓰다 보면 어색한 부분이 하나씩 걸러졌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글쓰기 책을 보았을 때는 조금 놀랐다. 딱히 나만의 규칙을 가지고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내가 무의식 중에 고치던 것들이 상당 부분 들어있었으니까.
클래스에서 무책임하게 '저처럼 일단 많이 쓰시고 부딪혀보시면서 알아서 체득하세요'라고 이야기할 순 없는 일. 그래서 모호하게 떠다니던 나의 글쓰기 방식을 활자로 정리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더 많이 배운다. 우리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떤 에세이가 좋은 에세이인지. 어떤 식으로 소재를 얻고, 어떤 식으로 표현하는 게 좋을지. 수강생을 위해 정리하는 내용이 결국 나를 향해 돌아온다.
글쓰기에 지름길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 먼저 걸어간 나의 발자국을 그들에게 보여주려 한다. 그들이 글을 쓰다 밤 길을 헤맬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문득 나의 발자국을 발견하길 바란다. 그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다시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을 찾아 나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