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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종 Feb 18. 2017

포켓몬고 성공의 배경이 된 닌텐도의 전략

(본 글은 필자가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하여 발행되었음을 밝혀 둡니다. 전문은 비석세스 미디어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포켓몬고가 2016년 7월 출시 이후 7개월만에 첫번째 업데이트에 나선다. 1999년 발매된 닌텐도 게임보이용 소프트웨어, 포켓몬스터 금·은에 등장하는 포켓몬 80마리가 포켓몬고에 등장한다.2016년 7월 6일 출시 이후 보름 만에 일본 닌텐도의 주가가 120% 상승하며 시가 총액이 370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수익은 이 게임을 개발한 나이앤틱랩스(Niantic Labs)가 30%, 포켓몬 주식회사가 30%, 닌텐도는 10%, 스토어가 3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시적인 수익분배구조 이외에도 현재 나이앤틱랩스와 포켓몬 주식회사 주식의 상당 부분을 닌텐도가 소유하고 있다.


포켓몬고의 장르를 굳이 분류하자면 위치기반의 모바일 온라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라는 기술보다는 현실 세계의 평행세계에 가까운 세계관이라는 접근이 새롭다. 사용자는 포켓몬스터를 수집하기 위해 현실 세계를 탐험하지만, 모바일 속 증강현실은 가상 세계일 뿐이다. 이처럼 가상 현실 속 캐릭터를 현실 세계에 겹쳐 '게임성'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캐릭터와 스토리 텔링, 즉 IP가 핵심적이다.


IT 전문가 김정남의 최근 저서 <닌텐도처럼 창조한다는 것>의 주요한 통찰들을 기반으로 닌텐도가 창업 초기부터 발전시켜온 IP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최고의 화투 회사로 시작된 닌텐도는 인스턴트 밥, 러브호텔, 택시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실패했다. 이후,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게 된 닌텐도는 수많은 실패 속에 패미컴, 닌텐도 DS란 게임기를 개발하며 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거듭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닌텐도는 게임기라는 하드웨어의 성공을 견인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프트웨어와 IP(스토리와 캐릭터, 세계관)라는 사실을 학습하며 조직 내부에 '창조적 파괴'의 DNA가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다.


1. 포켓몬의 탄생 배경


포켓몬스터는 중학생 시절부터 게임광으로 유명했던 타지리 사토시(Tajiri Satoshi)로부터 시작된다. 1965년 도쿄의 외곽지역에서 태어난 사토시는 어린 시절 동네 주변의 주차장과 숲 속을 돌아다니면서 잠자리와 같은 곤충을 채집하며 놀았다. 사토시는 제대로 곤충을 채집하기 위해서 곤충의 습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고, 친구들 사이에서 곤충 박사로 불리며 더 친해질 수 있었다.

사토시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곤충 채집의 즐거움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즐거웠던 추억을 선물하고자, 포켓몬을 기획하게 된다. 이때는 마침 통신 케이블이 도입되어 네트워크 게임이 시작되던 무렵이었으며, 사토시는 통신 케이블을 통해 캐릭터와 아이템을 교환하는 개념을 접목하여 포켓 몬스터 게임을 만들게 된다. 이후 10여 명의 개발자와 함께 전투 위주의 게임에서 150마리의 몬스터를 수집하여 도감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이와 같은 '유년 시절의 추억과 소장 욕구'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성은 비단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포켓몬스터는 게임 출시 이후, 닌텐도의 미디어 믹스 전략과 맞물려 만화 및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며, 닌텐도를 대표하는 IP로 성장하게 된다.


2. 경소단박(輕小短薄)


경소단박은 가볍고 작고 짧으며 얇은 것을 말한다. 워크맨과 같이 작고 가벼운 상품을 개발하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대표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닌텐도의 경소단박은 단순히 작고 가벼운 것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목표를 위한 수단으로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전략은 닌텐도의 대표작인 '위 스포츠(Wii Sport)'에 잘 드러난다. 사실적인 그래픽과 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에 집착하는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과는 달리 '위 스포츠'의 캐릭터는 아예 목과 팔이 없다. 덕분에 한 번도 게임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부담 없이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닌텐도는 사용자가 매뉴얼을 읽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상품을 만든다. 이는 고객이 상품을 보는 순간 즉시 사용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또한,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이유 또한 중요하다.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로 만드는 중후장대한 게임의 경우 수백 명의 사람이 몇 년간 제작하여야 하지만 닌텐도 위의 경우에는 IP당 제작비는 10분의 1 수준이다. 당연히 판매량 대비 수익 및 영업 이익률 측면에서도 경소단박은 훌륭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3. 시든 기술의 수평적 사고


단순함을 추구하며 제품의 차별성을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닌텐도의 전략은 애플과 많이 닮았지만,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닌텐도는 최첨단의 기술을 추구한다기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보편화하여서 어느 회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평범한 기술을 사용한다. 다른 분야에서 시들어 버린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 새로운 상품을 창조하자는 것이 닌텐도의 제조 철학 중 하나다.


이처럼 닌텐도는 시들어버린 기술을 수평적으로 가져와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하는 프로세스를 핵심으로 삼고 있다. 닌텐도 게임기인 Dsi에 채택된 카메라는 고작 30만 화소로, 7~8년 전에 출시된 휴대폰의 카메라와 비슷한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닌텐도가 바라보는 카메라는 놀기 위한 도구이었기에 고화질의 기술은 필요가 없었다. 사진이라는 것이 기록이 아닌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점은 가장 닌텐도다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닌텐도가 시든 기술을 채택하는 이유는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이라는 또 다른 목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게임기의 경우 발매된 직후 2~3개월 동안 200~300만 대가 판매되는 데, 이와 같은 종류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미 대량생산체제가 구축된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대량 생산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기술의 원가도 싸지고, 그만큼 기술이 시들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본 글은 필자가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하여 발행되었음을 밝혀 둡니다. 전문은 비석세스 미디어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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