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 둔(鈍). 근(根)
삼성그룹을 일구어낸 호암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주변 분들에게 즐겨 써주던 붓글씨 세 글자가 있었다고 한다. '운(運). 둔(鈍). 근(根).’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運)이 따라야 하고, 당장 운이 없는 형세라면, 긴 호흡으로 기다릴 줄 알아야 하며(둔), 운이 닿더라도 뿌리를 가지고 근성(根) 있게 버텨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록펠러 가의 사람들」에는 “거대한 부는 문이 우연히 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문은 한순간 열렸다가 닫힌다. 록펠러는 그 문 앞을 우연히 지나가다가 문이 닫히려는 순간 비집고 들어갔을 뿐이다.”라는 구절이 있기도 하다.
굳이 운명론적인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어찌해볼 수 없는’ 행운과 타이밍이라는 외적인 요소가 우리의 자유의지를 넘어 또 다른 물리법칙을 가지고 우리의 삶에 작용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콘텐츠 기획과 개발업무를 담당하며, 위즈덤하우스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연준혁 작가는 이와 같은 운(運)의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하며, ‘보이지 않는 차이’라는 저서를 통해, 끊임없이 흐르는 운(運)을 타고, 다루는 법을 제시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타입의 자기계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운(運)에 관한 몇 가지 통찰이 있어, 정리해 본다.
연준혁 작가는 일반적인 인식이 ‘점’ 또는 ‘평면 인식’이라면, 행운을 인식하는 것은 4차원에 해당하는 ‘패턴 인식’이라는 견해를 펼친다. 패턴인식은 다양한 각도에서 대상을 관찰하고 과거와 현재까지 면밀하게 점검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는 방법론이며, 행운이 따르는 사람은 패턴인식에 능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젠 기업가 정신(Zen entrepreneurship)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창업가이자, 투자자인 엘리자베스 테일러완 버그(Rizwan Viri) 역시 중국의 속담을 인용하며 직감을 통해 전체의 본질을 파악하고, 운(運)의 흐름을 타는 것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오래된 중국 속담에서 이렇게 말한다. 용을 무시하면 그 용이 당신을 잡아먹을 것이다. 용에게 맞서면 그 용은 당신을 물리칠 것이다. 용에 올라타는 법을 배우면 용의 세력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자신의 논리구조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상자 밖 사고(OutofBox)를 통해 스스로 잠재력을 인식하고 활용 할 줄 알자.
20대 시절, 꿈을 꾸는 젊은이들 대부분은 무엇이 되고 싶은 지(To be)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안정과 남들의 인정을 추구한다. 물론, 자신의 철학을 가지고, ‘To be’ 영역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탁월한 성취를 얻어낸 분들도 많지만, ‘행운’이란 것이 개입하기엔 힘든 직업군들이기도 하다.
이에 반하여, ‘To do’의 영역은 다양한 선택과 도전, 그리고 재미를 찾는다. 물론 행운은 충분히 깨지고, 상처를 받는 일로 가득하다. 그러나 운은 그 길을 걸어가는 이를, 마치 곁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투로 찾아온다.
‘To do’의 영역에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과정은 작은 점들을 모아 연결하고 큰 패턴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 있어 해설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완 버그(Rizwan Virk)는 “자신이 정말로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의 감정에서부터 성공은 시작된다. 이를 ‘Unique Warrior’s Path’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는 ‘내가 삶에 부여하는 가치는, 내가 배우고자 했던 레슨과 같다’는 뜻이다. 그는 "여러 패턴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하여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그 과정을 대신할 것이다. 작은 점들이 모여 언젠가 연결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야만 한다. 나의 배짱, 나의 운명, 나의 삶을 믿으며 살아야 한다.그것은 나를 절대로 쓰러뜨린 적 없고, 오히려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가져왔다.”라고 밝히며,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