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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종 Feb 19. 2017

스타트업과 포티나이너, 그리고 자살

(본 글은 필자가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하여 발행되었음을 밝혀 둡니다. 전문은 비석세스 미디어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사금이 발견되면서 미국의 개척민들은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몰려갔다. 그 수는 무려 25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훗날 '골드러시'라 불리는 광기에 휩싸인 현상의 포로가 된 개척민들은 '포티나이너(Forty-niner)'라는 고유명사까지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부자가 된 사람들은 금을 캐는 사람이 아니었다. 금맥을 처음 발견한 사람도 아니었으며, 금 광산을 소유한 사람도 아니었다.

1850년대, 미국 서부의 골드러쉬의 진정한 승자는 아래의 몇 사람뿐이었다.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금을 캐는 데 필요한 삽, 곡괭이 등의 도구와 생필품을 선점한 상인 샘 브라이턴, 찢어진 광산 천막을 질긴 바지로 재탄생시켜 청바지의 원조가 된 리바이 스트라우스, 그리고 고향에 송금할 수 있도록 역마차 운송업과 더불어 초대형 은행 '웰스파고'의 기반을 마련한 헨리 웰스와 윌리엄 파고가 그들이었다.


'포티나이너(Forty-niner)'와 자살 테이블(Suicide Table) 


1850년대 세계 최대의 채굴량을 자랑하며, 이곳에서 번 돈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먹여 살렸다는 우화가 전해지는 버지니아 시티는 이제 조그마한 관광 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의 델타 살롱 카페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포티나이너(Forty-niner)'들이 자주 찾던 곳으로 유명한 데, 한쪽에 전시된 자살 테이블(Suicide Table)이 눈에 띈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온 '포티나이너(Forty-niner)'들은 광산 측과 주로 일 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는데, 계약이 끝나는 마지막 날이면 받은 일 년 치 급료를 몽땅 들고 이곳으로 몰려와 술과 도박을 즐기곤 했다고 한다. 그렇게 수년을 지내며, '골드러시'의 허상을 깨닫게 된 몇 몇의  '포티나이너(Forty-niner)'들은 마지막으로 돈을 털리는 순간, 스스로 권총을 빼내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자살 테이블(Suicide Table)'에서.


우리에게 '클레멘타인(Oh, My Darling Clementine)'이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미국 서부의 민요는, 한 포티나이너가 자신들이 캐낸 황금이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자본가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허탈감에 빠져 <동굴과 계곡에서 금맥을 찾던 한 포티나이너에게 클레멘타인이라는 딸이 있었지>라는 자조 섞인 노래를 부르게 된 이후, 널리 퍼져 나아갔다고 한다.


코즈모닷컴(Cosmo.com), 그리고 한국의 스타트업 


1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포티나이너(Forty-niner)의 자살 테이블(Suicide Table)이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골드러쉬와 같은 변화의 시기에는 금맥을 찾지 말고 청바지를 팔 수 있는 플랫폼적 사고가 필요하다'라는 식의  방법론적 접근을 넘어, 명확한 리얼리티 체크(reality check)에 기반한 본질에 충실한 자세를 강조하고 싶다.


지난 9월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털 벤치마크(Benchmark)의 빌 걸리는 '실리콘밸리가 지나친 리스크를 지고 있다. 1999년 이후,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라며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업가치가 급등한 핀터레스트나 드롭박스 같은 스타트업들이 주가순익비율(PER)에서 순익이 없지만, 주가가 연 매출의 20배에 달하는 수준에서 거래되는 기이한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거품이 때론 스타트업들뿐 아니라 창업정책 운용자에게 장미빛 환상으로 비추어지며, 실리콘밸리라는 지역 생태계를 미화하는 근거로 작용하기도함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본 글은 필자가 스타트업 미디어 비석세스에 기고한 글을 재편집하여 발행되었음을 밝혀 둡니다. 전문은 비석세스 미디어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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