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의 영화, 영화 예술의 시작을 알아보자.
[ 한줄로 보는 영화사조]
영화의 시작, 최초의 영화
때는,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 파리의 ‘드랑 까페’에 당신은 커피 한 잔하러 왔습니다.
커피를 막 내렸는지 커피향이 그윽합니다. 커피 한 잔을 받고 나니, 까페 주변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문득 눈에 들어오던 한 포스터가 있습니다. 지금 지하 1층에서, ‘시네마토그라프’라고 불리는 기계를 가지고
촬영한 ‘움직이는 사진’이라는 것을 시연한다고 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한 당신은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럽게 지하로 내려갑니다.
지하로 내려가자, 계단 밑에서 왠 중년의 남자가 지그시 웃으며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입장료는 1프랑입니다.’
아 그래 1프랑, 지갑을 꺼내 돈을 건네주고, 남자는 고맙다며 입장하라고 합니다.
어둡고 묵직한 입장 커튼을 밀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 해집니다. 분명히 카페 벽 같은데 사람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옵니다. 이게 바로 최초의 영화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놀랬지만, 또 다른 영화들도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카드게임>, <아기의 점심식사>, <물 뿌리는 사람> 이런식으로
1분이 채 안되는 짤막한 영상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문득 다음 장면이 옵니다. 이번에는 왠 기차를 타는 승강장의 한 장면이 나옵니다.
‘곧 열차가 승강장에 도착합니다.’하곤 저멀리서부터 서서히 증기를 내뿜으며 까만 열차가 옵니다.
"어라?! 이거 점점 여기 까페로 오는거 아니야?!" 하곤 지하실에 있던 33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혼비백산해 누구는 뒤로 넘어지고, 또 옆에서는 두 팔로 머리를 감쌌습니다.
당신도 보니까… 오 기껏 맞춘 옷에 커피를 흘리셨네요.
그러자 뒤에서 하하 하고 웃으며, 이런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예상한 것처럼,
웃는 두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그 둘을 보면서 말합니다.
‘당신들은 이게 진짜 기차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던 걸 보니, 감독이 틀림없군요.’
그렇습니다. 저 둘은, 최초의 ‘상영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 뤼미에르 형제입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4nj0vEO4Q6s ]
뤼미에르 형제를 통해 시작된 최초의 영화는 말그대로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됩니다.
그들은 형제가 소유하던 사진 공장에서 퇴근하는 직원들에게 카메라에 대고 그대로 찍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현실 속 상황들을 있는 그대로 찍어낸 것이 영화의 첫 출발입니다.
이게 흥미로운 부분은, 현재 우리가 얘기하는
‘그거 완전 영화에서나 볼법한 내용이네.’라고 할 때의
‘영화’의 의미랑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가 말하는 영화란 곧 ‘판타지’입니다.
현실에 없는 허구적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초의 영화는 그것의 정반대인 말그대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사진이 예술로 볼 수 있느냐라는 논쟁에서처럼, 영화도 최초로 등장했을 때,
나름 자부심이 높은 미술가들이나 예술 평론가들은
‘있는 그대로를 찍은 게 무슨 예술이냐!’라고 발끈했습니다.
그렇지만 최초의 영화가 준 충격은 엄청났습니다.
그리고 세계 각지로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영사기
(영상을 찍는 것을 넘어, 밖에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계)를 가지고 영화는 퍼져나갑니다.
이런 와중에, 최초의 영화가 상영되었을 때 있었던 33인 중 한 명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조르주 멜리에스입니다.
이 사람은 이때의 충격을 충격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판타지 영화의 탄생에 기여를 하게 된 역사적인 인물로 훗날 남게 됩니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나름대로 근처에서 유복하게 살던, 연극도 직접 하고,
본인이 또 연극단을 운영하기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자신의 ‘판타지적인’ 연극 속 세계를 보여주는 데
이만한 게 없겠다 싶었던 그는 시네마토그라프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를 합니다.
그리고 기어코 복제품을 하나 사오게 됩니다.
그리고 만들었던 영화가 <달나라 여행>(Trip to the Moon, 1902)입니다.
내용은, 달을 갈 수 있는 기술(일종의 마법)을 통해,
대포 안에서도 버틸 수 있는
강철 캡슐을 타고, 달나라로 주인공들이 날아갑니다.
그리고 달 표면에 도착하게 됩니다.
달에는 낯설게 생긴 외계인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이 그 녀석을 지팡이로 내리치자, '펑'하고 사라집니다.
그러나 수많은 요괴같은 달나라 외계인들이 이들을 잡았고,
그들을 데리고 지하세계의 달나라의 왕에게 포로로 끌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격렬하게 저항한 주인공에 의해 달나라 왕은 펑하고 터져버립니다.
이에 분노한 수많은 외계인들에 의해 쫓기게 되고,
주인공들은 쫓기면서 로켓을 타고 다시 지구로 날아갑니다.
지구에 갈 때, 로켓에 엉겨붙었던 외계인 하나도 같이 데려가게 됩니다.
달나라에도 깃발을 꽂고 왔다는 것과, 외계인을 잡아왔다는 것을 통해
주인공들은 지구에서 영웅적 대접을 받게 됩니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납니다.
물론 <달나라 여행>이라는 작품은 오늘날 와서 보기에는
‘무대의 연극을 고정된 카메라로 계속 찍은 것'에 불과해 보입니다.
‘카메라’만이 가질 수 있는 조작이나 몽타주 같은
색다른 예술적 기법을 보여주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합니다.
영상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_FrdVdKlxUk
하지만, 허구적 세계를 표현한 최초의 판타지 영화를 만들었다는 선구자임은 분명합니다.
패러다임을 깨는 그의 모습에 영화라는 예술의 폭은 더욱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그의 업적은 후대에도 전해집니다.
후대의 수많은 명감독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은 멜리에스의 자전적 이야기를 배경으로 함과
동시에 오마주를 많이 딴, <휴고>라는 작품을 통해 멜리에스를 기렸습니다.
영화의 태초는 150년을 채 넘어가지 않습니다. 새로운 예술이 등장해서,
어떤 식으로 그 안에서 분파가 나뉘어지는 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최초의 영화는 이렇게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다큐멘터리’ 영화와
1900년대 초기 멜리에스에 의해 만들어진 ‘판타지’ 영화로
사실과 허구라는 두 축으로 크게 양분됩니다.
영화사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시작으로서 ‘최초의 영화’에 대해서 얘기해보았습니다.
(참고. 고려대학교 전휘원 교수님의 '영화의 탄생' 부분 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