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원어치 작품이 하수구로 사라진 날

희대의 예술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바이저 이야기

by 라희


2001년 스위스의 한 박물관에서 한 남자가 체포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당시 30대였던 그는 7년 동안 유럽 전역의 박물관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239점의 유물을 훔친 인물인데요, 그가 훔친 유물의 가치를 다 합치면 무려 2조 원에 달했다고 합니다.


희대의 도둑 스테판의 팬싸인회(..?)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는 돈을 위해 도둑질을 한 게 아니었다는겁니다! 사실 스테판은 엄청난 예술 애호가였는데, 좋은 작품들을 자신의 공간에서 은밀히 감상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던거죠. 뭐, 한마디로 돈 주고 살 순 없으니 몰래 훔쳐와서 공짜로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든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그가 수집한 예술품들은 조용히 그의 방 안에서 머무는 듯 했으나..





엇나간 모성애가 낳은 비극


비극은 스테판이 체포된 직후 시작되었습니다. 스위스의 한 박물관에서 또다른 작품을 훔치다가 눈썰미가 좋은 경비원에게 딱 걸렸거든요. 그리고 곧 그의 어머니 미레이도 이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아들이 도둑놈이라는 충격도 잠시, 그의 범죄 증거를 없애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이르렀죠. 그렇게 역사상 최악의 예술품 파괴 사건이 시작됩니다.


스테판의 어머니는 수백 년 된 명화들을 가위로 갈갈이 찢고, 조각상들은 망치로 부숴버렸습니다. 심지어 일부 작품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나 믹서기에 넣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갈아버린 뒤 하수구에 흘려보냈고요. 남은 캔버스 조각과 골동품들은 근처 운하에 던져버림으로써 증거인멸을 마무리합니다. 아들을 위한 엇나간 모성애로 인해 루카스 크라나흐, 피터 브뢰헬 같은 거장들의 작품들이 영원히 역사 속에서 사라진겁니다.


루카스 크라나흐 <시빌레 드 클레브의 초상>
피터 브뢰헬 2세 <네덜란드 속담> (도둑맞은 그림은 아닙니다)




가장 사랑했던 것들의 종말


나중에 작품을 버린 운하에서 일부가 인양되기도 했지만, 이미 물에 젖고 훼손되어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스테판은 감옥에서 이 소식을 듣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할 만큼 괴로워했다고 해요.


도둑 스테판 브라이트비저


기억나시죠? 그는 돈 때문에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 너무나 예술을 사랑한 나머지 훔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요.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예술이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의 손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예술을 향한 삐뚤어진 집착이 낳은 허망한 결과입니다.




비하인드 컷: 도둑의 황당한 수법

스테판의 수법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그는 주로 관람객이 적은 점심시간을 노렸습니다. 정장을 차려입고 미술 애호가처럼 들어가, 작은 주머니칼 하나로 캔버스를 도려내거나 작은 조각상을 코트 밑에 숨겨 걸어 나왔지요. 이쯤되면 전세계 박물관들이 연합해서 새로운 보안 시스템 개발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스테판 브라이트비저의 이야기를 담은 책 <예술 도둑> 을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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