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 해고를 사유로 고소를 당했던 2년의 시간
요즘 어느 스타트업 하나 가릴 것 없이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3년 넘는 시간동안 지금이 최악이다, 최악이다를 입에 달고 살고 있었는데 어쩌면 지금만큼 춥지는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춥디 추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회사를 성장 시키는 것보다 생존 시키는 것을 위해 기도하며 몸부림 쳤다.
이에 따라 일부 직원들을 구조조정 해 회사의 고정비를 줄여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특정 한 명의 직원이 나를 고소했다. 나는 그 직원에게 같은 연봉과 처우로 일할 수 있는 다른 회사(심지어 상장사)의 이직을 제안했고, 그 직원은 승낙하고 지금까지도 다니고 있다. 나를 고소해놓고도 2년째 다니고 있다.
그 회사의 이직을 제안하면서 해당 회사에서는 별도의 인사팀 심사와 면접 등을 거치지 않았다. 문제는 그 회사로 이직하면서 직원이 소속 될 팀은 내가 이미 팀장으로 겸직하고 있는 부서였다. 참 골치 아팠다. 종종 그 회사에서 일할 때 계속해서 얼굴은 마주보고 협업을 해야하는데 법적으로 나를 고소하고, 여러가지 환경으로 괴롭히는 심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됐든 결국 대표의 책임이고 죄라고 생각하기에 어떤 항변도 결국은 변명이 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더 이상 이 씁쓸한 감정을 털어놓고 싶은 마음은 없다.
* 해당 직원은 본인이 부당한 해고를 당했다는 것으로 고소를 했다.
거의 2년간 법원을 출석하며 다퉜고, 오늘 아침 10시, 판사와 검찰 앞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검찰은 법적 다툼에서 함께 이직했던 다른 동료와 그 시기에 자진퇴사한 동료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리고 그 증인들은 법원 앞에서 나를 고소한 특정 직원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해고였는지를 갖고 시시비비 증언하는 자리가 있었다. 어찌됐든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은 시기에 퇴사를 한 사람들이니 결코 좋은 이야기를 해줄 필요가 없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증언은 나에게 유리한 발언도 있었고, 그에게 유리한 발언도 있었다.
이후 그들은 나를 위해 탄원서를 작성해주었다. 탄원서의 내용이 감동적이라 발췌해본다.
피고인의 바로 옆자리에서, 함께 하는 일이 많았던 만큼 직원들과 회사를 얼마나 아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켜봤던 피고인은 직원들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대하는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직원이 전세사기를 당했을 때에는 본인 사비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고, 대학 학기가 남은 직원은 회사와 학업을 병행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직원들의 개인 생활까지 지원 할 정도로 직원들을 아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은 본인이 고용하지 않은, 건물에서 고용된 청소 아주머니와 경비 아저씨께도 늘 따뜻한 말을 건네며, 명절마다 선물을 따로 사서 드리기까지 했습니다. 피고인은 직원들이 다 퇴근하고도 새벽까지 남아있을 정도로 회사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은 계속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의 90%가 실패한다고 합니다. 하루 아침에 회사나 서비스가 사라져 일자리를 잃은 스타트업 재직달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경기침체로 벤처투자 위축 등 대외 경기가 얼어붙어, 국내 스타트업들의 폐업 수가 점점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의 폐업을 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피고인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팀원들을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강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준님은 비록 이번 사업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했었지만, 그 분의 인격과 사회적 기여, 그리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 할 때 탄원을 드립니다. 김민준님은 본인의 삶과 경영 철학에 있어 항상 배려를 중요시 했습니다. 특히,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 그 분의 공정성과 헌신적인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를 들어, 디캠프 등 여러 스타트업 대회에서 우승하신 후, 받은 상금을 팀원들에게 나누어 주며 성공의 기쁨을 나누셨습니다. 이는 도의적으로 의무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료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업무적 스트레스를 겪던 팀원들에게도 지속적으로 상담과 격려를 제공하며 그들의 성장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단순히 기업 운영자의 역할을 넘어선, 인간으로서의 따뜻함과 공동체를 향한 책임감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단기적인 성공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모두가 성장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생각하며, 이는 팀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 직원이자, 고등학교 한 학년 선배로 피고인을 대략 9년간 알고 지낸 사람입니다. 피고인은 학교 생활이 우수하여 교우 관계도 원만하였고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소아암 치료를 돕기 위한 기부, 각종 재해에 대한 기부, 저소득 여성층을 위한 생리대 기부, 장학 재단에 대한 후원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쳐왔던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근무 할 당시에도 모든 직원들을 진심으로 대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으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웨이크코퍼레이션을 떠나게 되었던 전 직장 동료들에 대한 관심과 걱정, 배려와 도움 모두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피고인이 끼쳐왔던 긍정적인 영향력들에 대한 평가가 무너지는 것은 그에게 도움 받았던 많은 이들도 안타깝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탄원서를 작성해준 퇴사한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명의 특정 직원의 고소에 따라 다투는 긴 시간들 속에서 제가 회사에서 어떤 경영과 리더십 철학을 갖고 일했었는지 회고하고, 때로는 팀원들에 대한 나의 애정과 응원이 그동안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탄원서들을 통해 감동 받고 응원 받기 위해 이번 법적 다투던 과정이 값진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번 사안을 훌륭히 잘 변호 해주신 박새롬 파트너 변호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지혜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고, 최종 변론 때도 진심을 담아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렸습니다. 무죄 소식에 오히려 저보다도 더 기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벌금 몇 백만원을 안내려고 변호사 선임에 수 천만원을 쓰는 결정을 택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동안 경영에 임했던 명예와 신념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번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사소한 일 하나도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받는 업무 원칙을 세웠고, 사소한 문서를 검토하고 만드는 것부터 다양한 부분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데 예산을 편성해놓고 있습니다. 저 또한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고, 대략 2년의 시간동안 지쳤었는데 무죄를 선고 받아 기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