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보다 혼자서 싸울 수 있는 주식 트레이딩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을 하며 얻게 되는 시장 정보의 속도감은 내가 직접 창업하는 것보다, 이미 더 유리한 구도를 가진 판 위에서 뛰고 있는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그렇게 하면 ‘적당한 수준의 부’에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용히 부를 쌓아가는 삶도 가능하다.
창업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고된 도전의 연속이다.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 것부터가 난제이고, 그들을 잘 이끌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야 하며, 그 제품을 어떻게 알릴지 마케팅 전략도 직접 설계해야 한다. 투자자와의 미팅에서 명확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모든 과정보다도 더 중요한 건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복잡하고 고단한 과정을 거쳐도, 단기적인 수익은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긴 싸움을 이겨야만 내가 갖고 있는 내 회사의 주식이 날 부자로 만들텐데 극히 어려운 싸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결국 ‘돈’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에 가깝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내가 만든 무언가를 고객에게 평가받고 싶은 마음. 그 제품을 통해 진심 어린 응원과 찬사를 듣고 싶은 욕구. 그리고 이 인생이라는 세계를 조금 더 롤플레잉 게임처럼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열망. 그런 소명적 동기가 있지 않다면, 창업가로서 긍정과 낙관을 유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빠르게 성공하는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정한 속도감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밀고 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고객이 앱을 무료로 사용하면서 “정말 좋다”고 말해주는 피드백은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그것이 곧 사업의 성과를 의미하진 않는다. 진짜 사업이 되려면 처음부터 고객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고, 그 가치를 증명받는 구조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장사로 기능할 수 있고, 자립적인 사업체로서 생존 가능해진다.
결국 고객이 돈을 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좋은 앱을 만든다면, 그것은 사실상 ‘좋은 앱’이 아닐 수 있다. 다시 말해,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싶을 만큼의 ‘강력한 사용 니즈’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다른 가능성은 창업가 자신, 혹은 투자자와 은행 등 외부 자본의 돈으로 고객에게 무언가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 즉 거의 자선 사업에 가까운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과 좋은 사업을 한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사업은 유료에서 시작된다.
모든 사업은 결국 우선순위를 얼마나 냉정하게 설정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점검하며 밀어붙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지금 당장 중요한 한 가지를 정확히 집어내고, 그것을 가장 정교하게 완수하는 일이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은 일에 리소스를 쓰는 것은 결과적으로 조직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실수다.
전략은 곧 선택의 문제다. 어떤 수를 어디에 둘 것인지, 직원에게 어떤 업무를 맡길 것인지, 그 업무를 어떤 수준의 완성도로 요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장기판 위에서 매 수를 두는 것처럼 정밀한 판단력을 요구한다. 때로는 충분히 디테일하게 만들 수 있는 일조차도, 과감히 단순화해 빠르게 넘기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연간 계획을 세우는 일은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는 6개월 단위로 회사의 큰 방향을 설정하고, 매달 어떤 세부 목표를 완수할 것인지 명확히 정의한 후, 어떤 업무를 통해 어떤 수준의 개선을 이뤄야 할지를 일간 단위로 계속 검토하고 보완해야 한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의 우선순위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다시 묻고 재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수치화된 결과를 매일 확인해야 한다. 매출, 사용자 지표, 제품의 성능 등 수치를 기반으로 내가 원하는 ‘정확한 숫자’를 던지기 위한 계산을 반복해야 한다. 우주에서 항로를 이탈한 로켓도 초 단위의 정밀한 조정을 통해 무사히 지구로 복귀할 수 있는 것처럼, 사업도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도 정교한 의사결정만 있다면 다시 생존 궤도로 돌아올 수 있다.
아무리 처절하게 일했더라도,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 모든 노력은 무시당하거나 삭제된다. 공로는 감정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결국 ‘결과’가 좋았을 때만, 사람들은 그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설령 과정이 개판이었다고 해도, 결과가 훌륭했다면 그 과정은 서사로서 재해석된다. 모든 힘겨웠던 순간은 ‘감동을 위한 필연적 고난’처럼 포장되고, 어려운 상황을 돌파한 용기로 각색된다. 반대로 아무리 정성스럽게 일하고 팀원 모두가 지쳐 쓰러질 만큼 노력했다 해도, 결과가 형편없으면 그 모든 과정은 의미를 잃는다.
결국 이겨야 한다. 성과가 있어야만 이야기가 완성된다. 이기지 못한 열정은 단지 체력 소모일 뿐이다. 이겨야 인정 받는다. 이겨야 역사가 있다. 역사는 승자만이 쓸 수 있다. 처절하게 몸부림 쳐 이겨라.
게을러서는 안 된다. 게으르지 않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밥도 잘 먹고 일도 열심히 하는 갓생을 살아가라는건 아니다. 그냥 다 하지말고 일만 하라는거다. 일만. 규칙적으로 수면하려고도 하지말고, 운동하려고 하지 말고, 친구도 만나려고 하지 말고, 때론 밥도 빵이나 주전부리로 때우더라도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고 온 에너지를 몰두해보자는거다.
요즘 나는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이 2시간 반이다. 침대 옆에 맥북을 두고 자며, 눈을 뜨는 순간 바로 맥북을 켜서 일에 들어간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슬랙을 확인하고, 통화를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일에 몰입한다. 그렇게 이틀을 일하면 임파선이 붓고 목과 턱이 네모빔을 맞은 것처럼 된다. 그 때 6시간 자면 충분하게 회복한다. 젊을 때일 수록, 몸의 회복력이 좋을 순간일 수록 더 열심히 일하자. 고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고객은 불편하면 앱을 삭제하고 그냥 떠나버린다. 매일 매일 고객 리뷰와 cs를 읽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직원에게 문제를 개선 요구를 직접 하고, 때론 본인이 해결하기도 하며 몸부림 쳐야 한다.
나는 믿는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거기에 노력을 더한다면, 누구도 그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남들과 같거나 조금 더 일해서는 안 된다. ‘압도적인 노력’이어야 한다. 몸이 망가지고, 피부 트러블이 뒤집히고, 공황장애가 찾아오더라도, 그 모든 것 위에 ‘나는 이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결핍과 욕망이 자리하고 있어야만 한다.
그 집착이 회사를 이기게 만들고, 그 결핍이 조직을 밀고 나간다. 창업가는 합리적인 경영인 이전에,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광기에 가까워야 한다.
고객과의 빠른 소통은 스타트업에게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창업가라는 직업 덕분에,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회사를 알릴 수 있었고 이는 상당한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자산은, 나 자신이 인플루언서가 되어 개인 SNS를 통해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설문조사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하게 된 점이다.
다만 고객은 생각보다 깊은 고민 없이 반응을 보인다. 감정적이고 순간적인 의견이 많으며, 충분한 맥락 없이 판단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때로는 내가 가진 수를 믿고, 모두와 다른 결정을 고집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이건 고객뿐 아니라, 내부 팀에게도 해당된다.
나는 직원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신뢰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창업가만큼 회사와 제품에 깊이 몰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스타트업의 초반 생존에는 ‘마이크로 매니징’이 매우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회고해보면, 회사가 가장 위태로웠던 순간에 나는 설득보다는 단호한 실행으로 돌파했고, 결국 그 결정들이 회사를 살렸다.
결국 조직의 가장 위험한 시기에, 창업가는 사람을 설득하기보단 ‘스스로가 움직이고 먼저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임이란 그런 것이다.
너무 빨라도 안 된다. Creatorly를 기획하고 시장에 내놓았을 당시, 크리에이터 생태계는 분명 커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2~3년 만에 그 흐름은 폭발했다. 문제는, 나는 당시 그 흐름을 5년 먼저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시장도, 고객도 아직 그 필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무 앞서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홀로 긴 시간을 버텨야 했다.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시장은 받아주지 않는다. 결국 나는 크리에이터 산업을 넘어, 종교와 연결된 신앙 기반 크리에이터 생태계라는 더 정밀한 수를 다시 설계하게 되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시장이 나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장을 앞서간 대가로 버티고 돌아서야 했던 시간들이 아쉬웠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해 더 정제된 방향성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결국 ‘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세상은 통찰보다 타이밍에 반응한다. 실력은 충분 조건이지만, 필수 조건은 ‘지금’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