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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Sep 18. 2021

착한 장애인은 없습니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장애인들은 역시 성격이 이상해”     


 이 대사를 도대체 어디서 들었던 것일까? 언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는 강렬하게 남아있다. 

 이렇게 우리는 사실 들어본 적 없는 말을 사실이라 믿고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말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분위기, 사회적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틀렸다. 하지만 필자는 이 말이 왜 통용되는지 이해가 된다. 무슨 의미로 이 말을 사용하는지 알겠다. 바르게 말을 고쳐보자면,      


 “장애인들은 우리(비장애인)와 많은 것이 달라서 불편해.”     


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르고 불편하다는 말이 이상하다는 것으로 둔갑하고, 해석된다. 나와 다르면 불편하다. 동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하는 반응이다. 


 필자는 비장애인이었던 시기에 장애인 친구를 사귄 적이 있었다. 물론 지적장애 친구였기에 그 나이대의 친구들과 지적 수준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성격이 이상한 것도, 틀린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다르기에 틀렸다고 생각한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다른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틀린 것이라고 무의식 중에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다시 말해, 자신에게 행동이나 생각이 편하면 다른 것, 불편하면 틀린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이 장애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이유는 어쩌면 이상해지기 싫어서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어떤 사람이 장애를 가진 이후에 소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장애인은 소심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또 어떤 사람이 장애를 가졌기에 피해의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장애인은 피해의식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장애를 가졌다는 다름, 한참을 그 다름에 맞서 싸우며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쓰고 자랐다. 장애가 생긴 이후에. 그 어떤 것이 나의 가면을 만들었던 것일까? 필자는 장애의 편견에 역풍을 맞은 사람이다.      

 필자는 착한 장애인이고 싶었고, 착한 장애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장애인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장애인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장애인’이라는 타이틀에 먹칠하고 싶지 않았다. 내 행동 하나가, 장애인이 하는 행동 하나가 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에게 장애를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웠고, 밝히고 나서는 더 조심스러웠다. 내 개인적인 나쁜 행동이 나쁜 장애인이어서가 될까 봐 두려웠다. 장애인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다. 장애 때문에 나타나는 성격이 될까 봐, 장애를 가졌기에 그런 성격이 된 것은 아닌데 말이다. 장애 하나만이 성격을 만들지 않는다. 장애로 인하여 겪은 수많은 경험들이 그 사람의 성격을 만드는 것이다. 장애인의 성격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탓해야 함을 이제야 깨닫는다.     


 과거의 나는 소심했다고 말하기보단 오만했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나를 장애인으로 한정 짓고, 한계 짓지 않았고, 스스로 무언가의 대표라고 자만했다. 대표라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완벽하고 싶었다. 완벽한 장애인, 어불성설이다. 완벽하면 장애인이 아니겠지. 신조차도 완벽하지 못한데. 한 개인이 한 단체를 대표하는 성격은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다른 개인이 모여 한 단체가 되는 일인데, 그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인생이 아닐 텐데, 필자는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던 것일까?      


 착한 장애인이자, 완벽한 장애인이 되고 싶었다. 아니 그러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자라왔다. 한 측면에는 장애가 있기에 다른 측면은 완벽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분명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사람에게 완벽한 것은 없고,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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