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조금 더 고령친화적인 [소통]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
지난주, 친할머니와 고모, 고모부, 저 이렇게 가족 4명이 모여 자동차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족을 떠나 한 명 한 명의 개인으로 본다면 20대, 60대, 80대 개인들이 모여 여행을 하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느끼게 될지 기대가 되는 여행이었어요.
디자인이 필요할 순간들을 기록하고 제 생각들을 기록했습니다. 어른들과의 여행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점에 대한 이야기가 되기도 나이 듦의 변화, 여행,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겠습니다.
여행을 하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보통 고령층의 특징일까, 우리 가족들만의 이야기일까?
80대 그리고 60대, 나이에 대한 이야기일까, 그저 한 사람의 성격일까?
내린 결론은, 답을 찾기보다 우선 기록해두려 합니다. 사례가 모이면 흐름이 보이리라 생각해요.
"그럼 우리가 아침 먹으러 여기까지 온 거고?"
여행 첫날, 이번 여행의 목표인 '전어'를 먹으러 통영으로 향했습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출발해도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 도착할 수 있었죠. 열심히 달려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 그리고 할머니의 한마디.
"지금이 몇 시고? 그럼 우리가 아침 먹으러 여기까지 온 거고? "
고모는 할머니가 전어를 먹고 싶다고 하셔서 굳이 통영으로 오신 것 같았어요. 그렇다 보니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엔 여행 스케줄이 조금 어그러지지 않았을까 예상해봅니다. 대부분 여행 중에 삼시 세 끼를 챙겨 먹기에 이동 시간이 애매한 경우, '우리 아침은 간단하게 먹고 점심을 제대로 먹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되고는 하죠. 하지만 할머니와 원활한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웠던 듯합니다.
그날 여행의 흐름을 굳이 정리해보면 이러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았다 - 그 상태로 얼마나 걸리지 예상하지 못한 장거리 이동을 했다 - 도착한 시간은 12시 30분쯤, 사실 점심을 먹는 것인데 - 아침을 안 드셨으니, 여기까지 아침을 먹으러 온 것이 되었다 - 한마디 하셨다 - 분위기는 안 좋아졌다 - 이런 분위기에서 음식이 맛있을 리도 없다. (실제로 엄청 맛있는 집도 아니었다는 슬픈 사실..) - 일부러 멀리 온 것인데 고생한 만큼 반응이 썩 좋지 않다 - 서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왜, 서로 불만족스러운 상황이 됐을까요?
아래와 같은 이유가 아녔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로, 평생 동안 당연했던 삼시 세 끼의 법칙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법칙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밥은 세끼, 한국인은 밥심이니까 아침은 꼭 먹어야지!처럼, 노인들이 평생을 살아온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벗어나면 '원래대로 하지 않았다'라고 느껴지고 편안함보다는 낯섦을 느끼겠죠.
이 낯섦이 유쾌하게 다가간다면 좋겠지만 매번 그렇게 작용하지는 않는가 봅니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생각과 행동의 순발력이 나이가 들면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적절한 근거를 추가해두겠습니다.
둘째로,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충분한 상황 설명이 없었습니다.
도착지까지 몇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야 할지, 몇 시쯤에 밥을 먹을 수 있을지 할머니가 알고 계신 정보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 있으면 쉽게 불안해지실 거예요.
(적절한 근거를 더해서 추가해두겠습니다.)
그렇다면 고령자에게 어떻게 변화하는 상황을 설명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 방법을 생각해봤습니다.
1) 당신이 평생을 살아온 방식과 다르게 무언가를 할 거라면 '미리' '확실하게' 설명합니다.
일단, 밥심이 중요한 어르신이라면 일단 최대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여행 계획을 짜면 좋겠지요.
그런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생겼다면?
비슷한 것으로 대신하고, 이게 원래 하던 방식과 비슷한 거라고 말씀드립니다. 꼭 짚어드립니다.
이렇게요.
"오늘은 아침으로 간단하게 빵과 두유를 먹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을 거예요. 이게 아침이에요! "
2) 불안해질 만한 요소를 최대한 제거합니다.
이렇게 얘기해드리면 어떨까요?
"오늘은 아침을 몇 시에 먹고 출발할 거예요."
"오늘은 이동시간이 2시간 걸릴 거예요. 괜찮으시겠어요? 잘 타고 가실 수 있겠어요?"
다행히도 저희 가족들은 첫날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매일 아침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거나 간단한 아침을 챙겨 먹었습니다. 여행 중에 아침을 챙겨 먹는 것,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그날 하루아침을 먹지 않은 것뿐이지요. 그런데 친가와 외가 조부모님들과 많은 시간을 지낸 덕분일까요, 제가 여러 번 하나하나 설명하기 귀찮고 제 기준으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어딘가 모시고 갔을 때 보았던 반응과 같은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도 했던 질문이지만, 나이가 들어서일지, 사람 성향의 차이일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다음에는 조금 더 잘 설명드려야지, 더 잘 배려해봐야지라고 마음을 먹어본 것이면 충분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각자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조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이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 우리 함께 조금 더 친절한 순간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