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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나는 오케이입니다.

by 페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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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오케이 입니다.'

한때 일본의 한 동영상이 밈처럼 돌았는데 거기에 나왔던 말입니다.

-원래는 '행복하다면 오케이입니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어요.

몇 개의 실패를 만난 다음 고민이 깊어졌는데,

마침 목디스크가 심해졌습니다.

그냥 말하듯이 써 내려가던 시절을 지나

나는 너무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죠.

그때마침 우리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긴 데다 아토피마저 굉장히 심해져서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생각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은

사실 익숙하지만 만날 때마다 지겹기도 합니다.

'아 어쩌지?'

뭔가 앞이 깜깜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여러 가지 일이 겹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알고 있어요. 정말로, 너무나 단순한 해결방법을.


하나씩,

지우기.


이 단순하고 우스운 방법을 다 알면서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한 번에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죠.

목디스크 때문에 오래 그림을 그리거나 타자를 칠 수 없는 부분은

(당장 시술을 할 수 없어서, 아토피문제로)

틈틈이 운동을 하면서 풀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걸로도 안되면 시술이나 수술적 요법을 해야 하겠지만

다행스럽게 천천히 느리지만 효과가 있었습니다.


몇 년 동안 우리를 괴롭힌 개인적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라

시간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때때로 우리는 이 해결되지 않는 일로 다투고 안절부절못했지만

기다린 시간 덕분에 이제 해결의 코앞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그 정도로 나빠지지 않을 거라 안심하던 아토피는

나이도 있고 망막수술 후 제게 남은 몇 가지 방법들을 할 수 없어 고민이었는데

몇십 년 만에 나온 새로운 치료를 받기로 했어요.

외국에 처음 이 약이 나왔을 때부터 지켜봐 왔지만 국내 들어와서 보니

너무 고가인데다 (그 당시 주사 한 대에 100만 원, 첫 회에는 주사 2대를 맞아야 하고, 2주에 한 번꼴로 맞아야 하는데당뇨약처럼 한번 시작하면 계속 진행해야 하는 치료) 당시에는 충분히 조절가능한 상황이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가 이번에 몸 나빠지면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사이 건강보험이 적용되게 되어 한 달 100만 원 정도로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급여를 받기 위한 과정이 필요해요.

3년 이상의 병원기록(저는 충분히 오래되어서) 4주 이상의 스테로이드 조절되지 않는 환자,

그 후 3개월간의 전신면역억제제를 투여하고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이 약을 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사이클에서 지금 2달 정도 되어가고요.

이대로면 투여받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또 모르죠.


아무튼 그렇게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습니다.


-


생각해 보면 왜 이리 힘든 일이 끊임없이 찾아오나 하지만

해결책도 언제나 같이 찾아오곤 합니다.

그 일 하나가 망하면

다른 일 하나를 주고

누군가에게 얻어맞으면

누군가가 반창고를 붙여줘요.

아 진짜 정말 막다른 골목인데 하는 순간,

문 하나가 열리는 인생입니다.


물론 균일하게 하나 가고 하나 오고 이렇지는 않아요.

실패나 좌절 10개에 성공 하나,

슬픔이나 아픔 10개에 회복포션 하나정도.

뭐 이런 비율이긴 한데(더 박할 때도 많습니다)

항상 이 정도면 오케이입니다. 이렇게 생각해요.

저는 부서짐에 익숙한 사람이라 그렇습니다.

그게 슬프지만 진실이에요.

익숙하다는 건 일종의 포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 탄력이 좋아 잘 적응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는 와중에도 저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매일 글을 쓰기는 했어요.

긴 이야기를 못해서 그렇지.

그래도 오케이입니다.

그 정도로라도 오케이예요.

그 사이사이, 나는 부서진 조각을 맞추며 어느 부위는 새로운 조각을 끼워 넣었고

바래진 부분에 색도 칠하며 잘게 쪼개진 삶을 퍼즐들을 이리저리 맞추는 놀이를 했어요.


항상 오케이는 아니지만

네, 이 정도면 오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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