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탱볼에세이 May 26. 2024

[치앙마이 77일 차] 황금열쇠

선풍기바람

치앙마이에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왔다. 2017년에 처음 왔을 때부터 아늑한 분위기에 첫눈에 반해버린 곳. 바로 반캉왓과 왓우몽 사이에 위치한 페이퍼 스푼이다. 너무 좋아서 부모님이랑 여행 왔던 2022년에도 찾아왔던 장소다.


 좋아하면 매일 출석도장 찍어야하는 타입이 있다면, 난 정반대다. 정말 가고 싶어 그리움에 사무치는 마음이 들 때까지 아껴두었다가 방문한다. 약간 부루마블의 황금열쇠 같은 느낌이랄까. 필요한 순간에 소중히 쓰고 싶은 비밀카드인 것.


 오랜만에 다시 찾았는데 여전하다. 거의 변한 게 없어서 치앙마이 처음 왔을 때의 설렘을 다시 떠올려준다. 치앙마이여행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상냥한 여사장님이 반겨주신다. 좋아하는 따뜻한 차와 요거트, 스콘을 주문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메뉴 3개 시켜놓고 주말 브런치 타임을 즐길 수 있는 비용은 205밧(8,200원).


 자리는 1층에도 있고 2층에도 있다고 안내해 주시더라.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내 표정을 읽으셨는지 처음 온 게 아니구나라고 단번에 알아차리신다. 호호 웃으며 벌써 세 번째라 답했다.


2층 다락방 같은 곳에 신발 벗고 계단을 올라왔다. 이른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 이 공간을 빌린 듯한 기분으로 창가자리에 앉았다. 나무집인데 모든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바깥으론 초록초록 숲 속 풍경이 펼쳐진다. 정글에 잠시 피크닉 온 기분이 든달까.


그렇다. 사실 여긴 에어컨이 없다. 그저 살랑살랑 자연바람과 팽글팽글 옛날 선풍기바람에 적당한 온도를 느끼는 곳이다. 가만히 앉으며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깨닫는다. 세찬 에어컨바람이 없어도 충분히 시원할 수 있단 걸.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눈에 들어온다. “Need more sleep"(잠이 더 필요해) 정말 귀엽잖아! 와이파이가 필요 없는데도 연결하고 싶어지지 않나.


  방금 주전자 가득 따뜻한 물을 리필받았다. 다음 계획을 잠시 미뤄두었다. 짹짹거리는 새소리 하나에도 귀 기울이게 만드는 이곳을 사랑한다. 코로나 시절을 잘 이겨내고 여전히 존재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치앙마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계속 같은 곳에 자리하면 좋겠다.


*Paper Spoon 위치:

https://maps.app.goo.gl/hCeH2pEtj5MPAXgRA?g_st=ic

매거진의 이전글 [치앙마이 76일 차] 카레가 뭐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