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어제는 정말 신기한 일이 있었다. 퇴근길에 회사 앞에서 누군가 인사한 것. 당연히 회사사람이겠거니 하고, 자동반사로 인사하고, 얼굴을 보는데?
-친구: "저 아세요?"
-나: "아 당연히 알죠!"
-친구: "복직하셨네요?"
-나: "그러네요~어쩜 이렇게도 만나네요"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났던 친구였다. 안 그래도 점심시간에 그 친구의 회사가 근처라는 사실을 동료를 통해 알게 되어서 그것만으로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회사 위치를 인지한 지 반나절만에 만난 것이다. 그래서 더 강렬했다.
그 당시 그 친구는 일에 대한 고민을 안고, 휴직하고 순례길을 걸었던 상황이었다. 여행이 끝나면 바로 복직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던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를 이름보다 회사이름으로 기억했을 정도니까.
한 달 이상 휴직이 가능한 회사라니. 한 달 이상 휴직할 수 있는 업무능력이라니. 둘 다 대단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가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결정까지. 보통 다음 거처를 정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퇴사를 하는 나였기에, 회사를 잠시 휴직할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반가운 마음에 밥 한 번 먹자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사실 둘 다 IT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위치가 보통 판교 아니면 역삼에 있긴 한데. 그래도 스페인에서 한 달 동안 걸으면서 이따금씩 같은 숙소에서 함께 저녁을 요리해 먹던 사이라 얼굴을 까먹지 않고 이렇게도 길에서 만나도 알아볼 수 있구나 싶더라.
언제 한번 밥 한번 먹자 대신, 오늘 바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역삼에는 회사사람밖에 몰랐는데, 친구가 하나둘씩 생기는 상황이 재밌다. 이렇게도 다시 순례길 친구를 만날 수가 있구나. 같이 순례길 걷던 엄마에게도 안부를 전해줘야지. 엄마가 무척 반가워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