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7년 동안 운영했던 아파트입주민 카페지기를 드디어 오늘부로 내려놓았다. 2018년 여름, 단지에서 새벽에 8시간 내리 정전이 났다. KBS 뉴스로 보도되었고, 그 기사 아래 댓글로 관리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던 상황. 정전이 아니라 화재였으면 어디 하나 이웃과 연결될 곳이 없겠구나 아찔한 마음에 어떻게 운영해야겠다는 큰 계획 없이 무작정 네이버카페를 만들었다.
2,000세대 남짓 아파트에서 오프라인의 이웃들을 온라인의 회원으로 1,651명을 모은다는 것. 무려 7년의 시간이 걸렸고, 내가 카페에 방문한 횟수는 7,105회, 내가 쓴 게시글 수는 256개, 댓글수는 3,790개가 쌓였다. 그 커뮤니티를 알리고 사람을 모으고 활성화시키는 데까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덕분에 많은 지혜로운 동네 어른들을 알게 되었고, 큰 사랑과 지지 속에 무럭무럭 나의 20대를 보낼 수 있었다. 부모님이 귀촌하시고 소유만 하는 아파트가 되었을 때부터 내가 이 권한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나 자문하게 되었지만. 소유주도 세대주도 아닌,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나였기에, 내가 아니면 누가 사적이익 생각하지 않고 운영할까 싶은 마음에 장기집권해 왔던 거 같다.
막상 그것이 나를 정체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카페도 더 잘 성장할 수 있는데 내가 막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에서야 자문하게 되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 오랫동안 쥐어오고만 있던 것을 내려놓을 시간이다.
대학교 때, 7,000명 규모의 외딴 섬 학교에서 7,000명을 페이스북 페이지로 모두 불러 모은 것. 그 경험을 기반으로 아파트 카페에도 도전할 수 있었다. 세대가 다양하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서 복잡도는 대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상당했지만. 온라인커뮤니티 운영자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2번의 경험으로 개인유튜브 채널도 만들어서, 결국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독자 1천 명을 달성하였다.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은 10년 넘게 1만 명의 사람을 모으면서도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한 명 한 명 모으고 한 명 한 명의 목소리가 힘을 더해갈 때 짜릿함은 정말 상당하다. 그래서 카페지기를 7년 만에 내려놓는 것이 섭섭하지 않고 시원하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봤기 때문이다. 이제는 다음 사람의 몫일뿐. 더 이상의 온라인커뮤니티는 없다고 생각하다가 또 언제 갑자기 무언갈 덜컥 만들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