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그날이야
회사 근처에 엄마밥상이라는 식당이 있다. 매일 똑같은 메뉴를 12,000원에 제공한다.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가 고정메뉴다. 따라서 우리는 인원수만 말해드리면 된다. 엄마밥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메뉴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 좋다.
반찬도 거의 비슷하다. 아삭함이 일품인 총각김치와 방금 구운 노릇노릇한 파전이 기본이다. 상추에 제육볶음 또는 고등어구이를 싸 먹는 재미가 있다. 추가적으로 반찬 하나가 랜덤으로 나오는데, 난 반찬파라기 보다 확신의 고기파라서 설명이 어렵다.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이고, 고등어구이는 바다생선이라서 은근한 조합이 매력적이다. 돼지고기, 소고기 기름진 고기만 찾던 내게 고등어구이는 선물과 같다. 자취생은 특히 고등어구이를 직접 해먹을 일이 거의 없는데 엄마밥상만 가면 먹을 수 있으니 행운이다. 어릴 적 할머니랑 시장에 가면 저녁반찬으로 자주 고등어자반을 사던 추억이 있어서그런지 더욱 반갑다.
약간의 변주라고 하면 제공되는 국은 매일 조금씩 다르다. 어떨 땐 소고기뭇국이고 이번 주 월요일에 갔을 땐 아욱된장국이었다. 이번엔 어떤 국이 나올까 약간의 기대감으로 방문하게 된다. 국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사람들에게도 맞춤형 식당인 셈.
엄마밥상은 지하 1층에 위치한다. 매일 똑같은 메뉴를 제공하고 지하에 있는데도 점심시간이 되면 빈 테이블이 없을 정도로 북적인다. 변치 않는 메뉴를 제공하는 엄마의 밥상. 두터운 신뢰 덕분에 이따금씩 아무 걱정 없이 찾게 만든다.
매번 점심시간에 무슨 메뉴를 먹을지 고민한다. 엄마밥상엔 실패가 없다. 때문에 엄마밥상을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역삼역직장인은 없을 듯. 다들 엄마랑 떨어져 살더라도 엄마밥상 같은 든든한 한 끼를 잘 챙겨 먹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