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틈

생명의 틈

by 심윤수

작년에 갑자기 나타난 노란 고양이 콩이가 두 명의 남자 고양이를 거느리더니 귀엽고 꼬물꼬물 아가냥이들을 일곱마리나 낳았다. 평소 마당에서 고양이를 돌보고 계신 지인분이 초산에 일곱마리나 낳았다는 말을 듣더니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콩이가 남자를 좋아하나봐요.” 라고 했다. 그 말에 껄껄껄 하고 웃었는데 그 작은 몸으로 그렇게 많은 새끼를 낳다니 너무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콩이야 남자를 좀 덜 좋아하거라. ’ 라고 속으로 말했다.


여러 번의 이소끝에 콩이는 새끼들을 장독대가 있는 데크아래 새끼들을 물고 갔다. 태어난지 한 달 하고 한 열흘 쯤 지난 꼬물이 조랭이 떡들은 데크와 돌벽 틈에서 쏘옥 얼굴을 내밀고 밖으로 나온다. 주로 아침 일찍이나 해가 어둑어둑 지기 직전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을 피해 좀 선선할 때 아가들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다.

어른 주먹만한 크기의 그 틈은 아기 고양이들과 콩이를 뒷집 큰 개나 나의 손길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안식처의 입구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이 지나 데크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그 틈은 보드라운 핑크 발바닥과 어미의 젖이 뽀얗게 묻은 귀여운 주둥이와 콧망울에 어두운 데크 아래의 공기가 아닌 신선한 장미향을 머금은 6월의 공기를 들이마시게 해주는 생명의 틈이다.

아주 작은 틈으로 세상 가장 무해하고 보드랍고 말랑말랑한 고양이들이 세상밖으로 나서고 다시 안전한 어미 품으로 돌아간다.

보드라운 그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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