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은 늘 어렵다.
"브랜드를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면접 자리는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주 받아왔던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글쎄', '그냥' 혹은 '멋져서'와 같이 다소 맥 빠지거나 추상적인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연인이 기습적으로 묻는 "내가 왜 좋아?"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리듯, 브랜드 또한 명료하게 정리하기엔 방대하고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과 경험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음, 분명 답변이 멋져야 한다는 과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물며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해서 찾아지는 결론도 아니었으니, 나는 결국 그 빈번한 질문에 대하여 다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한데, 출근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아침.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변이 불현듯 나를 찾아왔다. 정말 갑자기.
"자기 점검". 머리를 감으며 이 단어가 곁을 스쳤다. 그래, 나는 브랜드가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할 이 의식에서 큰 매력을 느꼈던 게 아닐까? 동시에 그것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나의 습관과도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잠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예나 지금이나 자아에 대한 고민이 꽤 풍성한 사람이다. 주변 환경이나 눈 앞의 선택지들에 대하여 무작정 적응하거나 쉽사리 결정 내리기보단, 무엇이 나를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줄지에 대하여 끈질기게 고민하는 편이다. 그것들이 내게 맞지 않는다라는 확신이 서면, 이를 과감히 전복시켜 버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고등학교를 자퇴했던 경험이 아닐까. 누구나 거쳐가는 고등학교 생활을 나는 스스로 포기했다. 사회적 통념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울타리 안에서 내 가치들을 잃어가는 현실이 끔찍이 싫었고, 결국 그 생각이 자퇴라는 '환경의 전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가며 군대와 같은 강제적 상황들을 통해 '맞지 않는 옷을 잘 입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지만, 여전히 자기 점검은 내 성장의 강력한 구심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브랜드에 대하여 고민하고 경험하며 느낀 점은,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로 자기 점검을 통해 더 선명한 브랜드로 거듭나게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다운 선택은 무엇일까, 변화 속에서도 지켜내야 할 우리만의 가치는 무엇일까, 우리 브랜드를 새로운 맥락에서 바라보면 어떤 가능성이 펼쳐질까.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들어줄 물음을 껴안고 꾸준히 성장해나간다는 것. 나는 브랜드의 이러한 지점에서 지난 성장 경험의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꾸준한 자기 점검을 통해 단단하고 선명해진 브랜드들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과 동질감에 이끌려 지난 시간 브랜드를 탐구해왔고, 결국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가져가고 있다. 오래도록 묵은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 보내며,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나 또한 선명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비치게 될까?'라는 새로운 물음표를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