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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y 25. 2020

나이키와 구글의 문장 속
'브랜드다움'

브랜드, 그들만의 문장

나이키와 구글의 문장 속에 담긴 '브랜드다움'

어느 주말, 큰 맘먹고 대청소를 했던 날의 이야기다. 작정하고 집 전체를 청소할 때면 흥미로운 과거의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오래전에 썼던 다이어리가 눈에 띄었다. 청소를 잠시 멈추고 앉아 궁금한 마음으로 다이어리를 훑어보았다. 키득거리며 케케묵은 이야기들을 읽던 중, 뒷부분에 이르자 사뭇 진지하게 써내려 간 어떤 다짐들이 보였다. 아마 당시의 나는 추구하던 삶의 가치에 있어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잡고 싶었던 모양이다. 번호까지 매겨가며 적었던 그 진지한 문장들을 읽자니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우연히 발견한 나다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통해 현재의 내가 스스로와의 약속을 잠시 잊은 채 살아가고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처음 약속했던 가치와 목표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만의 문장을 써 내려가는 행위는 브랜드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브랜드인 나이키 Nike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과거 나이키는 성장과 함께 복잡해지는 조직을 정비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격언의 형태로 정리한 Nike’s 11 Maxims를 만들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Nike's 11 Maxims]


1. It is our nature to innovate. 혁신은 우리의 본질이다.

2. Nike is a company. 나이키는 회사다.

3. Nike is a brand. 나이키는 브랜드다.

4. Simplify and go. 단순화시키고 즉각 실천에 옮겨라.

5. The consumer decides. 소비자가 결정한다.

6. Be a sponge. 스펀지가 돼라.

7. Evolve immediately. 지금 바로 발전하라.

8. Do the right thing. 올바른 일을 행하라.

9. Master the fundamentals. 기본에 충실해라.

10. We are on the offense. Always. 우리는 항상 공격 선상에 있다.

11. Remember the man. 그 사람(공동 창립자 빌 보우먼)을 기억해라.


나이키의 공동 창립자, Bill Bowerman ⓒ Nike


11개의 문장 속에서 ‘나이키다움’이 상당히 잘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해당 브랜드가 초기 추구했던 정신이나 가치로부터 멀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나이키 또한 마찬가지로 사업을 다양하게 확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우려했을 것이다. 이에 나이키는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 기존의 ‘나이키다움’으로부터 멀어지는 현상을 경계하기 위해 이처럼 단순하고 명료한 그들만의 원칙을 정립하였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정립된 Nike’s 11 Maxims가 지속적인 내부 학습을 통해 전 세계 임직원들의 일상적 업무부터 전략적 의사 결정까지 브랜드의 모든 영역에서 꾸준하게 활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즉, ‘나이키다움’이 담긴 이 문장들이 가끔 꺼내 읽는 케케묵은 격언이 아닌 브랜드 전반에 체화된 격언으로 기능해왔던 것이다. 결국, 나이키가 계속해서 시장이 확대되고 제품 카테고리가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내부적 공유가 끊임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문장은 글로벌 ICT기업인 구글 Google에서도 발견된다. 구글의 경우, 회사를 설립했던 초창기부터 ‘구글이 발견한 10가지 진실’이라는 이름의 경영 철학을 구축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꾸준하게 추구해왔다. 그들이 추구해온 철학은 다음과 같이 매우 구체적이면서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로 표현되어 있다.


[구글이 발견한 10가지 진실]


1.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2.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3. 느린 것보다 빠른 것이 낫다.

4. 인터넷은 민주주의가 통하는 세상이다.

5. 책상 앞에서만 검색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6.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

7. 세상에는 무한한 정보가 존재한다.

8. 정보의 필요성에는 국경이 없다.

9. 정장을 입지 않아도 업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다.

10. 위대하다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


이처럼 명확하고 단순한 문장들을 통해 우리는 구글이라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특유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쉽사리 느낄 수 있다.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구글이 발견한 10가지 진실’은 구글이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브랜드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비록 그 세부적 내용에 있어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의 변화에 맞춰 일부 수정되기도 했지만, 구글이 추구하는 정직이라는 가치와 사용자 중심적 접근 등 본질적 요소들은 변하지 않는 핵심가치로 지켜져 왔다. 그렇기에 구글이 세상에 내놓은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들이 쉽게 ‘구글다움’을 발견하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기업과 브랜드의 철학이나 가치가 압축된 문장들은 쉽게 발견된다. 그렇지만 대다수 문장은 ‘최고’, ‘혁신’, ‘역사’ 등 다소 비슷해 보이는 단어들로 이뤄져 있으며, 정작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만의 가치와 언어는 결여된 느낌을 주곤 한다. 그들이 문장을 써 내려가기에 앞서,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던 지점에 서서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또한, 장기적 관점으로 해당 문장이 브랜드의 위기와 성장의 과정에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나이키와 구글은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기업과 브랜드의 존재 가치, 역할, 그리고 특유의 문화를 문장 속에 담아냈고, 이를 성장과 극복의 원리이자 원칙으로 활용해왔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브랜드의 문장들이 다이어리 속 문장처럼 종종 꺼내보는 다짐보다는 브랜드의 모든 구성원이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일관된 메시지’로 기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이들이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브랜드다운 생각’이 자연스레 ‘브랜드다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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