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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과 장성, '잘 먹고 잘 쉬는' 남도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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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장성 문화유산로드 & 남도달빛스테이

천년의 서원과 청백의 한옥, 그리고 미식이 만나는 길





담양 장성으로 떠난 남도여행은 '잘 먹고 잘 쉬는' 남도 스테이의 '문화유산로드' 힐링 여행이다.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의 장흥고씨 양진재 종가의 10대 종부 기순도 명인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사철 푸르른 죽녹원의 대숲을 거닐고 빛과 공간이 만나 탄생한 체험의 숲, 딜라이트 담양의 미디어아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담양에서의 반나절 여행을 마치고 장성으로 넘어가 남도의 청백한옥에서의 품격 있는 하룻밤을 보냈다. 담백한 아침식사로 몸을 깨우고 천년의 서원, 필암서원을 지나 흙과 힐링의 도예체험을 한 뒤 구수한 단풍두부로 건강한 점심을 나누고 백양사의 수채화 같은 겨울 풍광을 따라 고즈넉한 늦가을 여행을 즐겼다.




1일 차 : 기순도 명인(프라이빗 한식 다이닝) - 죽녹원 - 딜라이트 담양 - 전통식당(석식 한정식)



1. 기순도 명인


2015년에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 담양의 명인들 취재를 맡아서 기순도 명인을 만나러 왔던 걸 생각하면 강산도 바뀐다는 10년 만의 방문이다. 그 사이 기순도 명인은 고운 모습 그대로 수없이 많은 전통장의 업적을 차곡차곡 쌓아 기순도 프라이빗 한식 다이닝 한 상을 상다리게 휘어지게 차려냈다. 모든 음식의 근간이라는 기순도 명인의 장 맛으로 품위 있고 깊이 있게 탄생한 국과 밥, 찌개와 반찬들로 만찬의 호사를 누렸다.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기순도 명인의 간장은 항아리 속 묵직한 발효의 세계를 품은 시간의 맛이라고 표현된다. 기순도 명인은 전통식품 명인 제35호로 지정되어 한국 전통장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린 장인이다. 그녀가 지켜온 씨간장(가문의 원간장)은 가문의 보물로 360여 년의 시간을 이어온 전통이자 유산이라 할만하다.



기순도 명인의 전통 장 담그기 문화는 세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인들로부터 한국 전통장의 우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명인은 손맛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딸과 함께 전통 발효체험을 교육하는 기순도 발효학교를 열정과 자부심으로 운영 중이다.



종부님의 깊고 오묘한 장맛을 시음한 뒤라 한식 다이닝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서 밥상에 앉기 전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개인 트레이에 밥과 된장국, 앞접시 그리고 수저와 젓가락, 음식을 덜어먹는 나무젓가락이 놓였다. 여럿이 나누어 먹는 음식에 대한 정갈한 배려가 마음에 좋았다. 무엇보다 고소한 청국장 무침이 인상적이었다.



집간장으로 간을 해서 건조시킨 김부각에 청국장 무침을 얹어 한 입 먹어보았다. 바삭하고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찼다. 청국장을 맛있게 무쳐서 먹는 방법은 신박하고 건강한 레시피라서 머릿속에 콕콕 기억해 두었다.



2. 죽녹원


죽녹원은 관방제림과 담양천을 지나 만나는 대나무숲 정원이다. 약 16만㎡의 울창한 대숲은 담양군에서 성안산 일대를 조성해 2003년 개원한 곳이다. 20년이 훌쩍 넘도록 쑥쑥 자라고 있는 대나무 숲길에서 즐기는 죽림욕이 힐링코스다. 죽림욕을 즐기는 코스는 총 2.2km의 산책로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주제의 길이 이어진다. 죽녹원 입구와 시가문화촌 쪽에 예쁜 한옥 카페가 있어 걷다가 쉬어가기 좋다.



시원스레 쭉쭉 뻗은 초록의 대나무 숲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청량한 느낌을 전해준다. 깊이 숨을 쉬는 것으로 죽녹원 산책을 시작한다. 푸른 댓잎을 통과하여 쏟아지는 햇볕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정문 근처에 한옥쉼터 죽초액 족욕장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고 소요시간 15분, 비용은 3,000원. 입구에 봉황루 카페도 있다. 1층은 카페, 2층은 전망대로 운영되고 드넓은 관방제림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죽녹원 안쪽 깊숙이 자리한 추원정 카페는 전통한옥의 아름다운 풍광이 인상적인 곳이다. 댓잎차와 댓잎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여유로운 실내뿐 아니라 널찍한 야외공간도 있어서 가을날 머물기 아름다운 카페다.



3. 딜라이트 담양



딜라이트 담양은 실감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이다. 담양의 자연과 인문, 특히 대나무 숲, 담양의 역사와 문화 등을 주제로 하는 전시관이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에 담양을 찾은 여행자들에게 쉼터 같은 공간으로 사랑받는다.



오후에 걸었던 죽녹원을 다시 만나니 반갑다. 대나무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딜라이트 담양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딜라이트 담양에 갈 예정이라면 스마트폰 배터리는 가득 준비해야 한다. 독특한 인증숏 찍을 곳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추월산과 담양호,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까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 찍은 담양의 풍광들이 전시 중이다. 아름다운 사진들을 살펴보다 보면 담양에 참 근사한 풍광을 가진 명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4. 담양 전통식당



담양 고서면에 있는 전통식당은 이름 그대로 3대의 전통을 이어 운영하고 있는 전통식당이다. 윤선도 11대손이 운영하는 맛집이라는 간판에서 선조에 대한 자부심과 남도 한정식에 대한 남다른 자존심이 느껴진다.



해마다 직접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간장,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아 모든 음식의 기본을 지킨다는 전통식당은 남도의 깊고 정갈한 맛을 밥상에 가득 담았다.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음식을 차린 밥상을 통째로 들고 오는 옛날 방식이 오히려 신선하다. 육회와 갓김치, 굴비구이, 떡갈비와 묵은지가 입에 착착 붙는다.



5. 장성 청백한옥


장성 홍길동테마파크 내에 있는 청백한옥은 전통 한옥 다섯 채(사랑채, 안채, 별당, 초당, 행랑채)를 부르는 이름이다. 청백한옥은 맑고 깨끗한 집이라는 이름처럼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난 아곡 박수량 선생의 삶에서 유래한다.



벼슬길에 오른 지 39년이 지나도록 오두막에서 살 만큼 청빈했던 그의 소식이 영종에게 전해지고 임금은 그에게 99칸의 한옥 청백당을 내려주었다. 지금의 청백한옥은 그의 정신을 재현하여 만든 공간이다. 청렴과 겸손이라는 가치 위에 지어진 한옥스테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청백한옥의 하룻밤은 한옥여행, 고즈넉한 여행, 조용한 여행, 문화체험여행, 웰니스로드 콘셉트에 잘 맞는 여행 숙소로 추천할 만하다.




2일 차 : 필암서원 - 녹색농촌체험장(도예체험) - 단풍두부(점심 두부한상) - 백양사



6. 필암서원



조선시대 지방 사립학교인 서원은 그 자체로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 성리학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건축학적으로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에도 살아남은 47곳 중 전라도에 3곳이 있다. 장성 필암서원(사적 242호)이 그중 하나다.



장성은 호남 지방의 학문과 선비 정신을 잇는 대표적인 곳이다. 공자의 위패를 모시는 문묘에는 최치원, 이황, 이이 등 우리나라 성현 18인도 함께 봉안됐는데, 호남에서는 하서 김인후가 유일하다. 필암서원은 하서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서원 안에는 작고 기품 있는 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7. 도예체험(녹색농촌체험장)



장성 황룡면에 있는 초지도예체험관은 녹색농촌 체험관광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세워진 김성관 작가의 작업공간이다. 공방은 이론을 가리키는 교육장과 도자기를 직접 빚고 구울 수 있는 체험장, 야외 쉼터로 이루어져 있다.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도자기 접시에 도전할 수 있다. 막사발을 만드는 작가의 손길에서 예술혼이 느껴진다.



8. 단풍두부(두부 한상)



'단풍두부'라는 식당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밥상은 단풍두부 황보쌈이다. 보쌈김치와 수육, 노란 두부가 메인에 등장하자 감탄이 나왔다. 노란 치자 밥과 알배추, 노란 두부까지 컬러플한 밥상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맛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삶은 수육에 두부 반쪽을 올리고 보쌈김치로 감싸서 한 입에 넣으면 웃음이 나올 만큼 맛있다.



매일 아침 주인장이 직접 만든다는 단풍두부는 노란색 덕분에 그냥 보쌈이 아니라 황보쌈이라고 부른다. 얼큰한 순두부 애호박찌개도 진득하고 개운한 고추장찌개 맛이 일품이다. 모주 한 잔도 잊지 않고 반주로 즐겼다.



9. 백양사



내장산 국립공원 내 백암산의 울창한 숲 속에 백양사가 있다. 일주문을 지나 숲길을 걷고 돌계단을 오른 뒤에 마주하는 사찰은 세상의 시선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마음이 저절로 차분해지는 길을 걷는다.



오전부터 내린 비는 내리다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후두둑 단풍잎을 떨어뜨리며 백양사까지 따라왔다. 단풍으로 유명한 사찰이라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을지, 궁금했다. 비가 와서 사람들 발걸음이 주춤했을덴데, 사찰에 내리는 비는 반갑다. 사찰의 색들이 선명하고 진해지기 때문에 사진도 아름답게 찍힌다.



백양사는 어느 계절에 찾아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가을이 깊어질 때 특히 멋진 풍광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곳의 단풍은 애기단풍이라 불리는 작고 고운 잎들이 붉게 물들어갈 때 절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겨울을 재촉하던 비가 그치고 바닥에 소복이 쌓인 가을 단풍잎 위를 폭신하게 걸었다.



백양사의 첫인상은 사찰 앞 연못 위에 있는 누각 쌍계루의 모습이다. 울창한 숲과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연못과 고요한 누각이 어우러지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단풍이 모두 떨어져 헐렁해진 산 풍경이 더없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수려한 산세의 백학봉을 배경으로 대웅전의 웅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병풍처럼 서있는 기암절벽의 드라마틱한 산세가 힘차고 아름답다. 백양사의 대웅전, 극락보전, 사천왕문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소요대사부도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장성의 보물 같은 사찰, 백양사에서 1박 2일 담양 장성 남도스테이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담양 장성 여행의 문화유산로드는 남부권 특화진흥사업으로 전남여행과 고부가가치여행을 위한 담양 장성 팸투어로 진행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남도, 전라남도관광재단, 금호고속이 함께 만드는 '하루 더 머무는' 대한민국 대표 체류형 여행관광은 남도고택, 남도한상, 섬진강 스테이를 더 가깝고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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