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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불갑사 꽃무릇과 굴비 밥상

영광 불갑사 꽃무릇 군락지와 법성포 보리굴비 밥상




햇살은 따갑고 나무 그늘은 서늘한 여행의 계절, 마침내 가을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산하가 단풍으로 물들기 전, 눈부시게 붉은 꽃바다를 이루는 전남 영광의 불갑산 꽃무릇 군락지다. 마치 마스카라를 짙게 바른 여인의 눈매처럼 아름답고 고혹적인 꽃무릇 군락지를 찾아 나섰다. 영광으로 가는 길엔 어김없이 떠오르는 밥도둑 밥상, 법성포 영광 굴비구이도 뻬놓을 수 없다. 영광 보리굴비 밥상에다 특별한 별미 요리까지 덤으로 만나 더욱 풍성하고 맛있는 가을 미각여행 속으로 떠나보자. 


불갑사로 가는 길에 있는 꽃무릇 군락지


화려한 자태와 고혹적인 매력을 가진 꽃무릇은 꽃과 잎이 평생 만날 수 없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해마다 9월이면 불갑사 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꽃이 진 뒤에 잎이 나오는 꽃인 꽃무릇은 애틋한 사랑의 상징으로 표현되는 상사화랑 혼돈되기 쉬운 꽃이다. 꽃무릇은 선홍빛이 돌고 상사화는 연분홍이나 노란색으로 피어나고 꽃무릇은 초가을 즈음에 꽃을 피우고 상사화는 칠월칠석 전후로 꽃을 피우는 꽃이다. 


  

꽃무릇과 상사화는 둘 다 수선화과의 꽃으로 여러해살이 알뿌리 식물인데, 상사화가 여러 종류의 색과 이름을 가진 반면 꽃무릇은 한 종류뿐이다. 꽃무릇은 꽃대가 마늘종같이 생겼다고 해서 석산화라고도 불리고 붉은 상사화라고도 불린다. 꽃무릇은 9월 초순 꽃대가 올라와 추석 전후로 절정을 이루는데, 그 후 꽃송이가 시들면 그때야 잎이 올라오고 겨우내 버틴 잎은 봄이 되면 시들어버린다. 불갑사의 일주문부터 붉은 꽃무릇 물결이 시작되는데, 올라가는 길 숲 양쪽으로도 붉은 빛깔이 화려하다. 


여인의 긴 눈썹처럼 아름다운 꽃무릇

   



법성포에 가야 만나는 보리굴비의 참맛

양식이 되지 않는 참조기는 법성포에 가야 참맛을 볼 수 있다. 여름내 무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이 돌아오는 밥도둑으로 최고인 보리굴비는 보관이 어려웠던 시절에 해풍에 적당하게 말린 조기를 통보리 속에 켜켜이 넣어 조기의 기름기를 적당히 뺀 뒤, 보리의 구수한 맛을 배게 했다. 담백하고 쫀득한 맛이 굴비의 풍미로 다시 태어나는 셈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는 서해가 육지의 안쪽까지 들어와 있는 항구라서 연중 고기잡이배로 북적이는 곳이다. 서해 어디서나 잡히는 조기가 영광을 대표하게 된 이유는 춘삼월, 영광의 앞바다인 칠선어장을 알밴 조기떼가 지나가는 이유 덕분이다. 그때 가장 맛이 좋은 조기가 잡히기 때문이라는데, 사실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건, 조기를 염장해서 꾸둑꾸둑하게 말린 굴비다. 굴비는 영광의 특산품인 소금과 법성포의 차가운 해풍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최고의 특산품이다.


   

영광의 보리굴비 식당은 봄에는 주꾸미, 여름에는 자연산 덕자찜을 내놓는데, 마른굴비 정식만큼이나 유명하다. 제철 음식뿐만 아니라 남도의 손맛 좋은 반찬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결국 폭식을 부른다. 마른굴비 만큼이나 입맛을 사로잡은 밥도둑이 있는데, 게살만 발라 매콤한 양념으로 무쳐낸 게살 양념 무침이다.



꽃게 속의 속살을 모두 모아서 맛있는 양념에 무쳐 냉장고에서 숙성시켰다가 게 껍데기에 담아내는 요리다. 간장에 태양초 고춧가루와 마늘, 참기름 등 영광에서 나는 로컬 푸드로 조리해서 맛이 신선하고 믿음직하다. 매콤한 게살 무침을 한 수저 듬뿍 퍼서 밥에 얹어 쓱쓱 비벼 먹으면 달큼한 게살과 칼칼한 양념이 입안에서 맛깔스럽게 어우러진다. 



여름날 냉수에 밥 말아서 짭조름한 굴비구이랑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돌아온다 해서 여름 밥상에 자주 오르던 굴비는 고단백 식품이라 영양가도 높다. 지역에 따라 말린 굴비를 찢어 고추장에 재었다가 먹는 고추장 굴비도 일품이다. 식당에서 보리굴비를 주문하면 녹찻물을 준비해주는데,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얼음을 띄워 시원하게 준비한다. 향긋한 녹차 향의 냉수에 고슬고슬한 밥을 말아 참기름 고추장을 찍은 굴비를 한 점 얹어 먹으면 비린내도 사라지고 굴비의 쫀득한 맛이 살아난다. 


  

전남 영광을 대표하는 먹거리에 모싯잎 송편도 빼놓을 수 없다. 담백하고 쫀득하며 향긋한 모싯잎 향기가 솔솔 나는 모싯잎 송편은 영광의 시골농가에서 여름철에 만들어먹던 간식이다. 모싯잎 송편은 추석 때 먹는 송편보다 3배는 큰 데다 고물로 동부가루를 넣는 것이 특이하다. 동부의 구수하고 달콤한 맛이 모싯잎 송편과 아주 잘 어울린다. 



한낮 햇볕은 아직도 따갑기만 한데, 붉은 꽃바다를 이루는 불갑사 꽃무릇 군락지에서 매혹적인 꽃구경하고 고슬고슬한 쌀밥에 짭조름한 마른굴비 한 점 얹어 맛있게 먹는 밥도둑 여행이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계절, 가을이다. 






여행정보 

영광 불갑사 상사화 축제 / 2023. 9. 15(금)~24(일)

주소 :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사로 450

문의 : 061-350-5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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